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
▲ 죽은 사람은 재산을 가질 권리가 없다. -인도 호적법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죽은 사람’취급을 당한 사람이 있다.
조카의 재산(주로 토지)을 가로챌 목적으로 숙부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조카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1976년, 인도의 농부 랄 비하라 씨는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가 자신이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생각해 보면 생존이 확인된 시점에서 숙부에게 책임을 묻고, 랄 씨의 호적은 다시 수정되어 ‘살아났다!’며 축하하고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 관청은 랄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그는 계속 ‘죽은 사람’ 취급을 당했다. 졸지에 유명인사가 된 랄 씨는, 비록 낙선하기는 했지만 1989년 대선에 입후보하기까지 했다.
사실 인도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해 랄 씨와 같이 사망 선고를 받아 재산을 빼앗긴 ‘죽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사망 선고 철회와 재산 회복을 외치며 ‘죽은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랄 씨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18년만인 1994년이 되어서야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2003년에는 ‘죽은 사람들의 모임’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이그 노벨 평화상(하버드대학 과학 잡지인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수여하는 상으로 기발하고 획기적인 업적을 대상으로 함)을 받기도 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대선에 입후보까지 할 수 있었을까.
법률 전문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세계의 법률 사정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 만든 책으로 법조문 번역은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쓴 책이다. 특히 ‘엉뚱한 법률’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 어떤 배경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만들어진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 유효한지 군데군데 해설을 섞어가며 이야기한다. 독자의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읽는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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