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목사의 부인 토막살인 사건 전모
현직목사의 부인 토막살인 사건 전모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07-13 10:10
  • 승인 2010.07.13 10:10
  • 호수 84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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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주장 “바람난 목사가 아내 살해했다”
토막낸 사체 일부를 묻고 시멘트로 발라 은닉한 곳.(위) 이씨가 자수 4일 전, 수사관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성직자가 자신의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후 토막 내 유기한 엽기살인 사건이 발생해 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 7월 5일 이같은 일을 저지른 이모씨(53·M교회 목사)를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담벼락 안에 시멘트로 발라 숨기고 호수에 버리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17개월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아내가 자신의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하고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본다.

이씨는 지난해 3월 5일 오전 0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자신의 집에서 아내 최모씨(50)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토막내숨기거나 버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런 엽기적인 행각은 이씨가 17개월 만에 경찰에 자수하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사건은 이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성직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 유기했다는 점에서 기독교계는 물론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는 지난 7월 6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M교회를 찾았다.

조용하던 마을에 일어난 살인사건은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놨다. 더구나 피의자가 남편이자 목사라는데 그 파장은 더 컸다.

사건현장은 반지하가 있는 2층짜리 교회 건물이다. 반 지하는 친교실(36.48㎡), 1층은 사택(114.06㎡), 2층은 예배당(101.64㎡)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체가 유기된 곳엔 노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몇몇 신도들이 친교실에 모여 사건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이들에게 말을 건넸지만 이들은 말을 아꼈다. 이들도 자신들이 믿고 따랐던 목사가 살인사건을 벌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이씨의 아내 최씨의 가출 소문 이후 M교회를 중심으로 온갖 소문들이 나돌았다.

“이씨가 바람이 나서 아내 최씨가 집을 나갔다.”, “최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행방불명 됐다”는 등 미확인된 소문들이 마을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이씨의 딸이 최씨가 사라질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이씨에 대한 평판이 엇갈렸다.

이웃주민 A씨는 “평소 길거리에 뿌려져 있는 광고 전단지를 다 줍고 다니고 솔선수범해 청소하는 등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선한인상에 작은 체구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웃주민 B씨는 이씨와 최씨의 가정사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는 “평소 다툼이 잦았다. 가정불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목사가 자신의 교회에 다니던 신도와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근 25년간 M교회를 다니던 한 신도는 몇 년 사이 이 목사의 성격과 행동이 변했다고 했다. 또한 목사가 신도들에게 부인을 정신 요양 차 요양원에 입원시켰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지난 여름 장마기간 내내 M교회에서 생선 썩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었다고 했다.


25년 성직자를 살인범으로 내몬 성(SEX)

이 씨의 범행에 대해 신도들은 충격을 받았다. 25년간 성직자로 재직해 온 이씨가 무엇 때문에 아내를 살해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경찰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씨는 아내가 자신의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해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신도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가정불화를 겪어온 것 등을 범행 동기로 밝혔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최씨가 자궁근종 수술 이후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해 온 것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 친정집 유족들은 이씨 주장과 달리 ‘가정불화의 책임은 아내를 멀리한 이씨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최씨의 조카는 “이모는 소녀같은 사람이다. 열통이 터져 죽겠다”며 억울한 심경을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모부가 2명의 여성과 외도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유족 양측의 주장이 팽배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성직자인 이씨가 무엇 때문에 아내를 살해했는가를 알아본다.


아내의 성관계 거부 ‘욱’해 살해

사건당일인 2009년 3월 5일 0시경. 금새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이씨는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자궁근종 수술이후 몸이 좋지 않던 아내는 남편의 성관계를 거부한다.

이것이 비화되어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아내의 목을 졸랐으며, 아내가 숨을 쉬지 않자 놀란 이씨는 인공호흡을 통해 아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그는 우선 아내의 시신을 창문을 통해 담벼락에 유기한다.

그리고 오후 1시 40분께 태연하게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내의 가출과 배경에 대해 기초수사를 한 후 경찰은 우선 집안과 인근 CCTV를 통해 아내의 행적을 추적한다. 사고 전날인 3월 4일 22시 53분께 CCTV에 주거지 주변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아내 최씨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CCTV를 기초로 이씨의 아내가 3월 5일에 가출했을 것이라는 추정하에 수사를 했다. 그러나 아내의 가출은 단순사건으로 오리무중에 파묻힌다.


유족 ‘바람난 목사의 이중생활’원인

사건은 1년 뒤, 실마리가 풀린다.

지난 7월 4일 오전 8시 15분께 ‘목회자로서 회한이 든다’ 며 경찰에 이씨가 자수를 하면서 사건전모가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작년 3월 5일 0시 30분께. 1층 사택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범행일체를 털어 놓으며 “이제 마음의 짐을 덜어서 홀가분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씨의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고, 살해 후 사체를 토막내서 유기하는 등 과정은 충격적이었다.

이씨는 아내를 살해 후 집 뒤편 담벼락 밑에 17일간 사체를 숨겨 놓는다. 하지만 가출신고를 받은 경찰과 신도들이 오가고 사체가 부패해 사건이 발각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 이씨는 사체를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3월 22일 시신을 8토막을 낸 후 비닐에 싸서 일부는 약 1m높이의 집 담벼락 바로 옆에 구덩이를 파서 묻고 시멘트를 발라 은닉했다. 또 일부는 교회 차량 트렁크에 실어 강변로를 따라 40~50km 거리의 팔당호에 유기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계자는 “당시 이씨는 여러 차례에 걸친 실종 수사 전담팀의 방문에도 협조했다. 그리고 아내를 찾는 전단지를 붙였다. 동네사람들은 물론 신도들과 가족들의 눈까지 속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도면밀했다. 가출 신고 후 거리에 아내를 찾는 전단지를 붙였다.

어느날 이씨는 “하나님께 기도하면 돌아올 것”이라며, 전단지를 붙이는 것을 그만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아내를 찾는 전단지를 다시 붙였다. 가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결혼을 앞둔 딸의 예비 시댁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온전한 가족을 이룬 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경찰의 수사가 이씨를 향해 좁혀왔다. 탐문수사와 통신수사를 벌이던 중 신도들과 동네주민들 사이에서 떠도는 목사의 불륜 사실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씨의 둘째아들을 입양한 사실도 밝혀냈다.

점차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씨는 자수하기 4일전 가출수사를 전담했던 수사관에게 ‘최00씨를 위해서 수고하셨습니다. 할 말도 없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들어 쉬고 싶네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내용으로 보아 압박감을 느낀 이씨가 이미 수 일 전부터 자수 결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내를 살해하고, 1년 넘게 성직자로서 활동을 해 온 이씨의 범죄행각은 이씨의 자수로 끝이 난다.

경찰관계자도 “이씨의 살해동기를 단한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다.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살인 후 그가 인공호흡을 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직자로서 살인을 하고 사체유기를 했다는 점은 용서받지 못할 사회적 범죄라는 점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구속 수감됐다.

종교전문가 C모씨는 “이목사 사건은 한국 기독계가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무분별한 목사 양성에 따라 사이비 목사가 늘고 있다보니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목사도 인간이다. 하지만 성직자로서 가져야 할 높은 도덕성과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며 “한국교회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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