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원래 재야의 지식인으로 꼽혔다. 그가 1993년에 보수정당인 민자당에 입당한 뒤 보궐선거를 통해 경기도 광명시에서 국회의원이 되자 많은 사람들은 그의 ‘변신’에 놀라워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치러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간판을 달고 재선에 성공한 뒤 YS 임기 말에는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다.
이후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다시 당선돼 3선 국회의원이 됐고, 2002년에는 민선 3기 경기도지사 자리에 올랐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그는 다시 한 번 ‘변신’을 했다. 그 해 3월 한나라당과 결별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권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경선에 나섰다가 정동영 후보에게 밀렸다.
손 전 지사는 2008년 1월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도해 통합민주당을 창당한 뒤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이끌었으나 참패했다. 이 때부터 그의 ‘신비주의’ 행보가 시작됐다. 손 전 지사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통합민주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강원도 춘천으로 떠나 칩거했다. 닭을 치며 2년을 보냈다.
그 때도 야권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손학규’를 떠 올렸다. 결국 손 전 지사는 2010년 8월 15일 춘천을 떠나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길이 추구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복지사회로서 공동체주의와 보편적 복지를 기본 이념으로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정치적 우여곡절을 거치다 지난해 7·30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새누리당의 정치신인 김용남 후보에 패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전남 강진으로 내려 가 토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토굴을 방문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의 만덕산에 있는 사찰 백련사의 약간 위쪽에 있는 그의 거처는 토굴이라기보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평범한 시골집이었다. 꽤 널따란 마루도 있었다.
백련사의 한 스님은 “손 전 지사가 매일 점심 때면 절에 공양을 하러 내려오신다. (한 쪽 산길을 가리키며) 저 쪽 오솔길을 따라 오신다”고 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는 웬일인지 그날 절에 내려오지 않았다. 춘천에서 닭을 치다가 정계에 복귀한 것처럼 이번에도 손 전 지사가 ‘신비주의 전략’으로 국민들의 호출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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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