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숙원사업…MB정부서 속속 이뤄져
롯데그룹 숙원사업…MB정부서 속속 이뤄져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7-13 09:52
  • 승인 2010.07.13 09:52
  • 호수 846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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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백양산 골프장 개발…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물의’
롯데의 야망은 끝이 없다. MB정부 들어서면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다. 오랜 기간 동안 개발 제한에 묶여있던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를 비롯해 여러지역 토지들에 대해 개발허가가 나면서 개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인천 계양산과 부산 백양산에 골프장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파괴 논란으로 지역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골프장 건설의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허가를 위해 몰래 나무를 벌목한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가 녹색성장 기조 속에 ‘저탄소 저에탄올’ 등 환경사업을 펼치고 있다. 롯데의 골프장 사업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기업이윤에 눈이 멀어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부산진구청이 백양산 내에 있는 나무를 벌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진구청은 지난해부터 약1600여 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를 베어낸 곳은 다름 아닌 롯데건설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곳.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골프장 부지 내 나무가 고사해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벌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관공서가 나서서 골프장 건립을 돕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골프장 건설 위해 물 밑 작업 들어가

롯데건설의 백양산 골프장 부지는 34만평으로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부지에 18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장장 10년간 주민들에게 구애를 해왔다.

당시 롯데건설이 104만여㎡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도시계획시설결정을 신청하면서 갈등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롯데건설은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역 발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민들의 90%가 백양산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다. 부산지역의 허파이자 지역 주민들의 휴식 공간인 백양산에 골프장을 지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진구 주민인 김모씨(44)는 “골프장이 들어오면 환경이 파괴되고, 집 값도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롯데건설은 현재 사업신청을 유보한 상태다. 하지만 롯데는 최근 골프장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여러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여러 차례 노인들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골프 관광을 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백양산 롯데 골프장 저지 및 생태 보전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원회)는 당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골프장 관광을 추진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시 “현지(백양산)와 입지가 비슷한 수도권 및 타지역의 친환경 골프장을 견학해 환경도 보시고 주변 부동산을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롯데건설이 부산진구 장학회에 장장 10년을 미뤄오던 장학금을 전달해 ‘다른 지역도 많은데 하필 진구에 장학금을 전달한 이유가 뭐냐’며 ‘물 밑 작업’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2009년 초부터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주는 대가로 골프장 건설 허가를 얻으려고 시도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 벌목으로 ‘우회해’ 롯데 돕나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5일 부산진구청이 백양산 내 1600여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자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롯데건설이 골프장 건설을 위한 허가를 받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보다 못한 관청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한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입목축적률. 입목축적률이란 숲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조사 대상지의 입목축적률이 시 전체 임야 평균의 1.5배 이상이면 골프장 허가가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무가 너무 많으면 골프장 건설 허가가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2월부터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해당 부지의 입목축적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관할 부산진구청은 지난해 나무 960그루를 베어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까지 560여 그루를 추가로 베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골프장 부지에 이뤄지는 벌채는 고사목과 병충해 피해목을 제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그는 “롯데건설의 사업신청서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목축적도에 대한 논란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 과거 다른 지역에서 빈번히 벌어졌던 롯데건설 관련 골프장 건설 비리에 대한 의혹을 떨쳐내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구청의 나무베기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며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롯데그룹, 계양산 골프장 사업 좌초 위기

롯데그룹이 인천시 계양산에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사업이 또 하나의 변수를 만났다. 6·2 지방선거에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당선된 것이 그 것.

송 당선자는 선거 전에 이미 CJ가 옹진군 굴업도에 추진 중인 리조트 사업과 롯데건설이 계양산에 건설을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었다. 그는 특히 계양산 골프장과 관련 "계양산 골프장 계획을 골프장 대신 산림가족휴양공원으로 바뀔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가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계양구 목상동부지(247만㎡)는 35년 전인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구입해 둔 땅이며 이후 신 회장은 이곳에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그린벨트에 골프장 건설이 가능해지자 2001년 1월 ‘인천파크밸리’ 개발에 본격 나섰지만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가 2006년 다시 27홀짜리 퍼블릭 골프장 조성사업에 나선 바 있다. 그 동안 골프장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을 했던 롯데건설은 ‘인천 시장’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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