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2] 새정연 혁신위 열린자세 필요하다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2] 새정연 혁신위 열린자세 필요하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6-15 10:31
  • 승인 2015.06.15 10:31
  • 호수 1102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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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블랙홀'에 빠진 야당 혁신위의 운명
- 김상곤 혁신위 성공 가로막는 4가지 요소는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 불리는 메르스(MERS) 사태가 심각하다. 낯선 이름이 주는 공포와 불안에 더해 정부의 무능력한 방역체계와 무책임하고 안이한 대처로 말미암아 우리의 보건현실은 세계적으로 웃음거리와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정부가 초동대처만 잘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결국 정부의 무능이 대통령의 미국방문까지 취소하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6월의 첫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한 뒤,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를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다음날은 화요일, 국무회의가 있는 날이다. 밤 사이에 메르스로 인한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없을 것이라던 3차 감염자도 나타났다.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메르스에 대처했더라면 국민들의 불안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이며, 지금보다는 덜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 남미방문과 같은 부재상황도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였다. 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에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지 않는다.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비난에 열변을 토하던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뭔가 잘못된 모습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청와대와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보다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섰다.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였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갔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사회계약을 실천해나간 것이다. 다른 지방정부도 서울시와 같이 메르스에 직접 대처하였고, 결국 정부도 박원순식 대처방안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메르스는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다.

지난 2주간의 메르스 사태는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덕분에 여야 정치세력 공히 내분을 수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상곤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본격적인 당 재건 작업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10일 모두 11명으로 구성된 혁신위원을 발표하고 100일 동안의 활동에 들어갔다. 당초 당내인사 4명에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하겠다던 구상과는 다르게 당내인사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외부인사로 분류된 위원들도 당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가져오던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필자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성공을 바랄이유는 없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감스럽게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성공가능성이 낮은 까닭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혁신의 주체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표 본인이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문재인 대표는 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혁신위원회 출범으로 대체했다. 당 혁신은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본인에게 부과된 숙제였는데 은근슬쩍 김상곤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래서야 숙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누구도 주도하지 못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숙제는 잘 될 리가 없다.

둘째, 혁신의 내용이다.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은 이제 자신들도 식상했는지, 갑자기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생소한 4자 성어를 들고 나왔다. 아마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정치적 기득권은 무엇인가? 그리고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무엇인가?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만 혁신은 성공할 것이고 기회가 찾아 올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고 있지 못한 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력으로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정치적 기득권은 김대중에게 투영되고 있는 호남의 지지이며,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친노라고 표현되는 노무현 향수이다. 이 두 가지 커다란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당대표실에 걸려있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셋째, 혁신위원회의 역할이다. 혁신위원회는 100일간 활동하게 된다. 9월 중순 정도면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그 역할과 성격, 권한 등에 대해서는 애매하기 짝이 없다. 뭉뚱그려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인데, 김상곤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자의적으로 공천혁신에 자신들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도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공천심사위원이 아니다. 역할의 한계가 명백한데 공천혁신안을 내놓는다.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당 혁신을 생각하면 소위 ‘양아치 문화’라 일컬어지는 당내 문화를 일소하는 것이 더 시급한 혁신일 것이다.

넷째, 혁신위원들의 자세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후에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차원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국 위원도 같은 취지로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착각이다. 김상곤 위원장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에 들어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배한 후, 아무런 직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총선 출마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위원장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인가? 혹여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내년 총선 공천을 내락받기라도 했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인식이다. 조국 위원은 애초부터 혁신위원회를 공천심사위원회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른 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혁신위원들의 그런 자세로는 혁신위원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온갖 논란만 자초하다가 좌초하던지, ‘앙꼬 없는 찐빵’처럼 ‘혁신 없는 변화’로 수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것이 우리 정치 발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더 걱정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그리고 혁신위원들이 보다 열린 자세로 외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영필 정치개혁시민의 힘 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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