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성완종 수사 전방위 확대
[밀착취재] 성완종 수사 전방위 확대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6-15 10:29
  • 승인 2015.06.15 10:29
  • 호수 110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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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여야 4명 정조준

금품 수수 등 전방위 수사 확대…야권 특검 요구
검찰 “여론의 반발 적지 않아 수사 계속 하겠다”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상반기 정국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가운데 야권이 특검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검찰이 향후 수사를 놓고 해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검찰 주변에선 지난 8일 소환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조사 역시 형식적으로 마무리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단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의 조서 내용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9일 전날 오후 1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홍 의원을 상대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결국 여권 유력인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여권은 차후 야권과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에 출두한 홍 의원은 “(수사팀 관계자가) 마지막으로 조서에 의견을 쓰라고 해서 ‘고 성완종씨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메모는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적었다”며 조사 내용 일부를 밝히는 등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홍 의원 조사를 끝으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리스트 속 남은 인사 중 서면조사로는 의혹 해소가 어려운 경우 소환조사를 검토한다고 밝혀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추가 소환자가 없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 의원 이후 추가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리스트 속 8인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 그리고 경남기업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한 새누리당 대선캠프 관계자 김모(54)씨 등 3인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끝나게 된다.

수사팀과 대검찰청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검찰이 정치권 수사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방향 놓고 고민

수사팀은 아직 수사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입장인 반면 대검은 이미 수사결과 발표를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 수사할 각 부문별로 아직 여러 가지 변곡점이 있는 상황에서 언제 끝난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을 내리고 정치권에 대한 비리 수사는 기존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 카드가 마땅치 않아 명확하게 수사의 마무리를 선언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검은 수사 결과발표와 함께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을 바탕으로 고민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론의 반발이 적지 않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총선 관련 금품수수 단서 포착으로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판단했으나 법원이 김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급격히 동력이 급감하는 분위기다. 두 달 가까이 달려온 수사팀에 쌓인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다.

수사팀의 한 검사가 과로로 대상포진에 걸리는 등 고질적인 일손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검찰 화력이 집중돼 다른 부분에 대한 수사는 거의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중간수사결과 발표일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선 이번 주 내에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조사 중인 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경우에 따라 검찰이 수사결과발표를 더 미룰 수 있다는 말도 없지 않다.

수사팀은 최근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보낸 2차 서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받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54)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에 대해 추가 소환 조사를 벌인 뒤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서 시장과 유 시장에게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성 전 회장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추가 질의서에는 성 전 회장을 잘 아는 서 시장과 유 시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언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시장 등의 추가 답변을 검토한 뒤 소환 조사 등의 추가 조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까지는 소환 조사의 필요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시장과 유 시장에게 지난 12일까지 추가 답변을 요청했다.

검찰은 당초 1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김 전 부대변인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면서 수사 결과 발표 시기도 미뤄졌다. 김 전 부대변인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현재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대변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부대변인 측 변호인 등을 통해 출석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부대변인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 다음 시나리오

수사팀은 리스트 의혹과 별개로 성 전 회장의 2007년 특별사면 과정에 관여한 박성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서면답변서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2007년 12월 1차 사면대상자 명단에 없던 성 전 회장이 발표 직전 포함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누구였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수사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수사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1일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가 매우 미흡하다고 규정,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친박게이트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책위 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불법대선자금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추진에 본격 나설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이번 사건은 헌정사상 초유인 것은 물론 전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사건”이라며 “그러나 검찰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 의원은 “검찰은 정치적 부담이 덜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만 포토라인에 앞세우는 것만 집중했다”면서 “그러나 불법대선자금 핵심에 대해서는 깃털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서둘러 수사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해철 의원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이번 수사에 명운을 걸겠다는 검찰의 말에 일말의 기대를 갖고 지켜봤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며 “검찰은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증거 조작행위에도 구속수사를 하지 않는 등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은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번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얘기할 때 이미 수사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지난 4월 28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특검 규모와 수사기간을 대폭 늘린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의 불법 자금 2억원을 수사하는 검찰이 2억원이 여당 관계자에게 전달된 시기도 특정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에게서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대변인을 체포하기 전 소환조사에서 공천 지원 명목으로 자금을 받았는지 집중조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전 대변인이 돈을 받은 시기가 2012년 대선 전인 11~12월로 알려지면서 검찰수사가 대선 자금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가 금품을 받은 시기를 제대로 특정하지 못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부정부패 척결 의지

검찰은 체포에 앞선 소환조사에서 당시 서울~대전 케이티엑스(KTX) 열차 이용 기록 등을 제시하며 서울에서 성 전회장을 만나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본격적인 정치권 비리 수사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불안섞인 전망도 무성하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 ‘부정부패척결’이라는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정치권 비리 수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발판은 이미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여권인사보다 야권 인사들의 비리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검찰이 2명 정도의 야권 인사 비리를 내사했으면 상당한 정황증거도 확보했다는 것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야권 인사는 A씨와 친노계 인사 B씨다. 이들은 모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사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도 최근 앉은 자리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을 보강하고 정치인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6명의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정치권 수사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수사진을 재편성 하고 성 전 회장의 메모지에 이름을 올린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인사인 홍 의원, 유 시장, 서 시장 조사와 동시에 친이계 인사 C의원, D의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을 끈다.

검찰은 그러나 리스트에 거론된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공소시효를 넘겼거나, 처벌의 실익이 낮은 것으로 사실상 결론내려 친이계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그동안 경남기업 본사 등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과 임직원들의 소환과 구속등의 수사를 진행한 지 38일 만에 성 전 회장의 주장만 가지고 시작한 수사의 한계를 드러내며 사실상 종결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webmaster@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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