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출연 금지 리스트 문건 존재 여부… 경찰에서 밝혀질까?

방송계가 ‘블랙리스트’파문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KBS는 ‘KBS블랙리스트’를 문제를 제기한 MC 김미화씨(46)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이와 관련한 문화평론가 진중권씨(47), 시사평론가 유창선씨(50)의 잇따른 주장 또한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할 움직임이다. 이로써 ‘KBS블랙리스트’의 진실여부를 규명을 하는 것은 경찰로 공이 넘어갔다.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블랙리스트’문제를 되짚어 본다.
MC 김미화씨의 ‘KBS 블랙리스트’ 언급과 관련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김미화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실 어제 KBS에서 들려온 이야기가 충격적이라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된답니다”라며 “KBS에 근무하시는 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처음 그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제가 믿지 않았던,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참 슬픕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시작됐다.
김미화씨의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다음날인 7일 논란이 확대되자 KBS는 즉각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못 박았다.
KBS 방송담당 조대현(57) 부사장은 “김미화씨가 트위터에서 언급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KBS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 부사장은 “만약 그런 문건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지금껏 알려지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며 “가장 먼저 제작자들이 알 것이고 그 사실이 외부로도 알려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BS에서 진행자나 출연자의 선정과 교체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KBS는 김씨의 출연을 중지하거나 막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KBS는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와 KBS공방 사태 부추겨
KBS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7일 김미화씨의 2차 반격이 이어졌다. 자신의 트위터에 반박 글을 올렸다.
그녀는 “좌? 우? black? white? 정말 지치지도 않습니다. 내일? 승소한 좌파논란입니다만, 또 고등법원에서 재판받습니다. 곧 영등포 경찰서에 불려간답니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글을 올렸다.
KBS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이번엔 KBS심의실이 나섰다.
8일 KBS심의실은 지난 4월 김미화씨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3일’과 관련한 심의 내용을 공개했다. “호흡, 발음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면서도 잘못 띄워 읽는 등 정확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미화씨의 다큐 3일 내레이션에 대한 심의지적은 방송법에 따른 정당한 업무였다”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유창선, 문성근… 김미화 주장에 힘 실어줘
KBS와 김미화 간의 공방이 이어지자 진중권, 유창선, 문성근 등이 나서 김미화씨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지난 6일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김미화씨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KBS ‘책을 말하다’는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하셨다더군요. 그래서 ‘다음주 뵙겠습니다’ 했다가, 영원히 못뵙게 됐지요”라고 적어 KBS 블랙리스트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또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인 ‘유창선 닷컴’에 글을 올려 김미화씨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유창선씨는 “2009년 1월 당시 고정출연 중이던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담당 PD에게 확인한 결과, 사유를 알 수 없는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KBS는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 대응했다. 이같은 KBS의 대응에 KBS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강경한 대응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김미화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또 등장했다. 바로 문성근씨다. 이로써 KBS 블랙리스트 파장은 갈수록 확장되는 모양새다.
문성근씨는 지난 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KBS 노조에서 ‘문성근, 아침마당 출연 취소된 적 있다’고 했던데 사실이다”라며 “김미화씨의 출연금지 블랙리스트 존재 발언에 대해 KBS에서 ‘그런 거 없다’며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데, 그럴 거 없이 그냥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를 출연시키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나요?"고 반문했다.
한편 진중권씨는 지난 8일 트위터에서 KBS의 고소에 맞고소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강력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KBS 염경철 본부장
“무형의 블랙리스트 존재 우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염경철 본부장은 지난 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문건으로 존재하는 블랙리스트는 없을지언정 쓴 소리를 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MC기용이라든가 출연을 제외시키는 무형의 블랙리스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사측이)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응해서 오히려 사태를 키운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이 든다. KBS가 경찰에 고소를 하고, 또 뉴스를 통해서까지 김미화씨의 발언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측면에 대해서 약간 좀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냉정하게 판단하면서 사태를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BS 블랙리스트는 지난 4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성명 ‘윤도현, 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KBS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를 통해 이미 문제제기가 된 바 있다.
이 성명에는 지난 4월 5일 KBS 임원회의에서 내레이터 김미화씨를 지적하며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또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 찍는다 말인가.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 일부 연예인들이 갑자기 KBS 프로그램에서 하차 또는 교체돼 프로그램의 외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 같은 KBS 블랙리스트 파문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 모두의 눈이 쏠려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