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점 통폐합 예고…돈 먹고 한국 떠나는 것 아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행장 박종복·이하 SC은행)을 둘러싸고 또 다시 한국 시장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연이은 매각·합병 등이 불을 지핀 모양새다. 또 실적 부진과 매각·합병의 행보를 보인 뒤 국내 지점을 철수했던 여타 외국계 금융사들의 전례를 봤을 때, 이 모든 과정이 한국 시장 철수의 사전작업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SC은행 측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매각·합병 등 행보가 시장 철수설 불 지펴
은행 측 “그런 일 절대 없다고 밝혔는데…”
박종복 SC은행장은 지난 2월, 한국 철수설이 불거졌을 당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가 은행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SC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다”며 “한국인 행장이 취임했기 때문에 철수 논란은 불식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박종복 은행장은 “SC은행에는 6000여 명의 임직원이 있고, 사적으로는 후배이며 이들의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은행장을 하루를 하더라도 절대로 철수나 축소가 없도록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었다.
지점 축소와 부동산 매각 등이 진행됨에 따라 규모를 줄이고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아온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박종복 은행장의 강경한 발언이 흔들리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SC은행이 올해 안에 국내 영업점을 10~20개가량 통·폐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C은행은 현재 270개의 지점을 250여 개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본격화된 지점 축소 작업의 마무리 단계다.
SC은행은 지난 2013년 한국 내 지점을 2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이후 2013년 5월 말 기준 364개였던 지점은 2014년 5월 324개로 줄었고, 지난해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지난달 말 270개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한국 시장 철수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합병과 매각도 여기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일 SC은행과 SC금융지주는 각각 이사회를 통해 은행의 지주 흡수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SC지주는 합병 전 자회사인 SC펀드서비스를 은행으로 통합시켰고 올해 1분기 저축은행과 캐피털 매각에 나섰다. 펀드서비스와 캐피탈, 저축은행은 지주사를 설립할 때 함께 인수한 바 있다.
더불어 SC은행을 항상 괴롭히는 것이 ‘먹튀(먹고 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그동안 SC은행은 많은 직원을 내보내면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내놓으면서 국부유출 또는 먹튀 논란이 있었다.
SC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SC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794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본사에는 1500억 원을 배당금으로 보냈다. 2005년 한국 진출부터 따지면 이미 3000억 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냈다.
더욱이 지난해 말 SC금융지주는 “향후 2년 동안 3000억원 이내에서 추가로 배당할 것”이라고 밝혀 거액 배당 논란은 지워지지 않았다. 반대로 지난해 실적 악화로 64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SC은행은 지난해 초 15년 이상 근속한 200여 명의 직원들마저 내보냈다.
종합해봤을 때 SC은행이 번 것을 훨씬 초과하는 과다배당을 해온 것도 조직축소, 인력감축 등의 과감한 감량경영을 한 것도 모두 먹튀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구심이다. 여기에 이번 통폐합 소식이 철수설을 키운 것이다.
한편 외국계 금융사들이 매각과 합병을 반복하다가 국내 지점을 철수했던 전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C은행의 행보가 한국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예측 요소 중 하나다.
영국계 보험사인 아비바그룹은 지난해 지분 47.3%를 보유했던 우리아비바생명을 농협금융지주에 인도한 뒤 국내시장 철수를 천명했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지난 3월 서울지점 IB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SC은행은 모든 의혹들이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SC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철수설이 나올 때마다 아니라고 했는데, 왜 자꾸 철수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은행의 지점 통폐합과 관련해선 “모든 은행들의 공통적인 모습일 뿐, 확대해석은 할 필요가 없다”면서 “영업 시장 환경에 발맞춰서 변모하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뜬 구름 잡기?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도 생각도 없다”며 “대체 어디서부터 사실도 아닌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지 답답한 지경”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SC은행 측은 경영진이 국내 적정 영업 점포수를 250개 정도로 보고 있는 데다 온라인시대의 전개에 따라 은행을 방문해 은행업무를 처리하던 전통적인 방식이 갈수록 비대면 업무처리방식으로 바뀌면서 이같이 지점을 통폐합하게 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C은행이 신세계와 업무협약을 맺고 태블릿PC로 은행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스마트뱅킹유니트(SBU)를 신세계 백화점 주요 매장 안에 설치하기로 한 것도 동일선상 변화의 일환이다.
한국 철수는 없다고 단언한 박종복 은행장의 자신감이 향후 어떤 식으로 결과에 이를 지 당분간 SC은행을 향한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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