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보다 원·엔 환율 지켜봐야
우리나라는 경제나 상장기업들의 이익에 있어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환율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가지는 중요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중 원·달러 환율은 현재 비교적 양호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2분기 현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97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7%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효환율은 최근 30년만에 최저치 기록
하락 추세에서 벗어날지 여부가 중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원·엔 환율이다.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주요 업종 및 산업들이 일본과 높은 수출 경합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이 지속적인 약세 구간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나 센티멘털 측면에 있어 모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분기 평균 원·엔 환율은 902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0.4%의 엔화 약세가 진행되어 있는 상황이다. 러프하게 보면 2012년 하반기, 즉,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후부터 엔화는 원화에 대해 추세적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 동안 국내 증시는 엔화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원·엔 환율의 반등이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긍정적인 소재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원·엔 환율의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시점인 듯 하다.
사실 원·엔 환율이 반등을 시도 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추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뉴스 플로우나 정책에 대한 기대감, 일본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게 되면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당분간 진행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통화 정책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BOJ 의 구로다 총재는 지난 10일 중위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했다. BOJ의 경제 진단 및 통화정책을 의회에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실질 실효환율을 기준으로 엔화 값은 이미 아주 낮은 수준이며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언급을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실물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또한 외환 시장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금융정책 방향성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실제로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달러의 강세 일변도와 엔화의 약세 일변도 흐름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언급했다.
이와 같은 요지의 발언은 비단 구로다 총재뿐만이 아니다. 언론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의 전 자문인 이토 다카토시 전 일 재무부 차관보는 8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질실효 환율을 기준으로 엔화 가치는 지난 40여 년간 평균치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내려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언급을 했다. 같은 날 BOJ 통화정책위원 중 한 명인 하라다 유타카 위원도 일본의 실물 경제를 나쁘게 한 엔고가 이제 해소됐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장인 아베 총리도 엔저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8일 진행된 G7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엔저는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을 통해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만큼 엔저의 효과를 주시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엔화의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를 비롯해 일본 내 주요 인사들이 추가적인 엔저에 대한 경계감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당분간 추가적인 엔저에 대한 기대 심리가 억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엔저를 유발할 수있는 정책적 움직임에 대한 기대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최근 일본의 경기 현황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측면에서도 추가적인 엔저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8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 GDP 확정치를 발표했다. 5월 중 발표된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6%, 연율 환산 시 +2.4%로 알려진 바 있다. 해당 수치도 고무적인 수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지만 확정치는 이보다도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1.0%, 연율 +3.9% 로 최종 집계됐다.
항목 별 기여도(연율화 기준)를 살펴 보면 내수 부문이 GDP 성장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 소비와 민간 주택 투자가 합계 +1.1%p 의 기여도를 보였고, 민간 기업 투자가 +1.5%p 의 성장에 기여했다. 반면 순수출은 -0.7%p 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는 재고 증가 +2.2%p, 정부 부문 -0.2%p 의 기여도를 나타내고 있다.
일단 환율이 해당 국가의 경기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자체가 엔화의 강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지표의 회복과 통화정책의 목적도 함께 연관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상 그간 일본 정부와 BOJ 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환율전쟁 유발 논란이나 근린궁핍화(近隣窮乏化政策)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한 반론이자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으로써 항상 언급해 왔던 것이 환율 전쟁을 유발하기 위한 통화정책이 아닌 내수 경기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합당한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분기 GDP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내수 부문이 상당히 큰 기여도를 보였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내수 소비는 3분기 연속 회복세를 기록하며 (+)기여도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민간 투자 활동까지 강화되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그간 내세워왔던 정책의 목적에 근접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경감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진행된 엔화의 약세 폭에 대해 정확히 요인 별 기여도를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지만, 상당 부분이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유발된 측면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상당히 유의미한 엔화의 약세 요인이 희석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엔화의 약세 기조 지속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증시에 있어서도 최근 가장 큰 부담 요인 중 한가지로 지목 받고 있던 소재의 영향력이 약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원·엔 환율의 추이는 국내 대형주·소형주의 상대 강도와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원·엔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우려가 경감된다는 것은 대형주의 상대 강도 회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소재 한 가지가 더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료=조병현 유안타 증권 연구원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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