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광동제약(부회장 최성원)이 정체성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부업인 식음료 사업에 대한 집중도는 본업인 의약품 부문보다 높다. 또 10대 제약사 중 신약 연구개발비(R&D)가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매출 비중도 식음료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제약업계 내에서는 광동제약을 ‘물장사 하는 곳’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익재단을 이용해 세금은 줄이고 지배력은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공익재단도 본래의 성질을 잃은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 매출 하락세 지속…노선 바뀌었나
세제혜택·지분양도 위해 재단 이용 의혹
최근 제약업계의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광동제약은 실적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벌어진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완구 전 총리의 뇌물 논란은 광동제약의 호조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성 전 회장이 3000만 원의 현금을 담아 이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비타 500’이 유명세를 타면서 매출 증가, 광동제약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광동제약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1분기 영업이익은 107억 원, 매출액은 122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 10.6% 증가했다. 제약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7%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보다 17.32% 늘어난 81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광동제약의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켰다. 본업인 의약품 부문보다 부업인 식음료 사업 이미지만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또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제약 비중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59억 원이다. 이는 매출액 대비 1.1% 수준으로 2012년, 2013년과 비교해 각각 0.5%, 0.1% 낮아진 수치다. 10대 제약사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매출 부문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광동제약의 주력상품인 ‘우황청심원’의 지난해 매출은 298억 원으로 전년 302억원에서 4억 원가량 감소했다. 매출 비중은 6.5%에서 5.7%로 떨어졌다.
‘우황청심원’ 매출 감소
또 전문의약품인 항암치료제 ‘코포랑’과 ‘독시플루리딘’ 매출 역시 전체 매출의 10%가 채 되지 않는 19억 원가량에 그쳤다. 매출 비중은 0.4%에 불과해 두 제품을 모두 합쳐도 1%를 넘지 못한다. 올 1분기에도 이들 제품의 매출 비중은 0.3%로 낮아졌다.
다만, 비타민D 주사제인 ‘비오엔주’ 제품이 매출 비중 1.8%을 기록한 덕분에 전체 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2%를 넘겼다.
반면 생수제품 ‘삼다수’의 지난해 매출은 1479억 원으로 전년대비 17.1%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28.4%로 전년 대비 1.5% 올라갔다.
올 1분기에도 삼다수는 352억 원 매출을 기록해 매출 비중은 29%로 더 높아졌다. 이밖에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드링크 음료 매출을 포함하면 전체의 60%에 달한다.
이로 인해 제약업계 내에서도 광동제약을 동종업계 종사자로 보지 않는 시선이 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광동제약은 이미 제약회사가 아닌 ‘물장사 하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며 “광동제약의 사업방향을 보면 제약회사로서의 색깔은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인 ‘코리아아이플랫폼’을 인수했다. 코리아이플랫폼은 매출 5076억 원(2013년 말 기준)을 올린 B2B(기업 간 거래) 전자상거래 회사다. 제약부문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해 식품, 의외약품 등 다양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 판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란 시선이 많다. 특히 오는 2017년 제주개발공사와 삼다수 유통 계약 연장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국내 매출 증가와는 달리 수출액은 감소세를 보여, 의약품 부문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광동제약 수출액은 2012년 121억 원에서 2013년 87억 원, 2014년 80억 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1000억 원에서 최대 2000억 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공익재단 운영도 본래의 성질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는 구설에 올랐다.
광동제약은 2013년 타계한 창업주 故 최수부 회장의 보유지분 상당수를 증여한 가산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학술지원, 장학사업 등을 하는 공익 단체다.
가산문화재단 자산 규모는 광동제약 매출 증가에 따른 배당, 출연 등의 영향으로 2013년 44억8000만 원에서 2014년 223억4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목적사업비 지출액은 하락하고 있다. 2013년 8600여만 원, 2014년 1억3000여만 원을 장학금 등 사업비로 지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업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자산 비율로 따지면 1.9%에서 0.5%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공익 재단도 본래의 목적과 달리 광동제약 오너일가 경영권 강화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故 최 회장의 지분 증여 후 가산문화재단이 최성원 부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가산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은 0.65%였으나 故 최 회장의 증여 후 5%로 늘어났다. 최성원 부회장의 지분 보유량은 6.59%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광동제약 오너일가가 가산문화재단을 경영권 승계 도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며 “재단 증여를 통해 세제혜택도 받고, 지분양도도 자연스럽게 진행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기부금 등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광동제약의 사회공헌비는 2013년 26억4491만 원에서 2014년 24억3755만 원으로 2억 원가량 줄었다. 올 1분기 기부금은 4억2700만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호재를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광동제약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담당자가 외근 중이니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전한 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