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가는 대한민국

[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과연 몇 살이 적당한 걸까. 복지, 일자리 등 각종 사회이슈가 맞물리면서 노인연령 상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돼 왔다. 더욱이 최근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문제가 다시금 부상했다.
65세 이상 전체 인구의 13.1%…2017년엔 14% 차지
고령화 사회 적절한 조치 vs 노인 빈곤율 해결해야
대한노인회는 지난달 25일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사회는 이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고령자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노인임을 판단하는 기준 등을 따져 공식입장을 확정한 것이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그간 대한노인회는 노인연령 상향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65세부터 노인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 재정에 부담”이라는 이유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을 제안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의 노인 연령 상향조정 공론화 제안은 “고령사회를 맞은 우리나라에 적절한 조치"와 “노인 빈곤율 문제 해결책 필요"라는 양분된 주장을 낳았다.
노인연령 상향 청년부담 줄여
한국은 2017년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에 도달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때문에 그간 노인 연령을 정비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한노인회 측은 “정년이 늦춰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상생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들이 복지혜택 수급을 늦추는 것이 젊은이들의 일자리 확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 측은 그간 공론화하지 못했던 사안을 끄집어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13.1%인 약 665만 명이다. 이들은 기초노령연금을 비롯해 지하철 무료승차, 기차 요금 할인혜택, 능원·고궁·국공립 박물관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기초연금은 10조 원이 투입되고 있다. 2030년에는 53조6000억 원으로 늘려야만 한다. 하지만 노인연령을 상향하면 10조 원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 무료승차도 연간 40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데 70세로 상향조정될 경우 3조 원의 절감효과를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장기요양보험, 틀니·임플란트 등 건강보험 적용과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 등을 수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나라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 씨(69세)는 “젊은 층이 적어지니까 그들에게 부담이 가는 건 사실"이라며 “갑자기 올리자고 하면 반발이 심할 테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모씨(73세)는 “어른들이 조금 줄여줘서 청년들한테 도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노인연령 상향에 젊은 층도 반색했다.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는 지난 1일 “노인연령 상향을 공론화 해준 대한노인회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노인세대가 먼저 복지혜택을 줄이겠다고 양보한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송모씨(28)는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노인 인구 증가로 복지비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사실 부담이 크다"고 속내를 밝혔다. 대학생 강모 씨(24·여)는 “건강과 영양 상태가 좋아 60대는 노인으로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60대를 가리키는 할저씨, 할줌마라는 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러한 사회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할저씨는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합성어, 할줌마는 할머니와 아줌마의 합성어다. 통상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라 부르는 노인보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노인연령 상향이 “노인의 생명을 담보로 젊은이를 살리는 것”이라며 반발도 잇따른다. 노년유니온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지난 1일 대한노인회 중앙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인빈곤과 노인자살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65세에서 69세 사이의 노인 168만 명이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과 노인자살 1위 국가다.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이 12.6%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노인연령 상향에 앞서 노인 일자리 확대 등으로 빈곤율과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년유니온 측은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면 기초연금혜택을 박탈당할 것이고, 70세를 넘어야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그 소득도 박탈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향 논의’ 정치적 의혹 제기
더욱이 대한노인회의 이번 발표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에서 대한노인회의 이러한 발언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인연령 상한을 높이자고 거론하는 등 노년층의 희생만큼 공무원 측도 양보해야 한다는 포석에서다. 또한 대한노인회의 발표 이후 새누리당은 “국가를 위한 눈물겨운 결단이라는 점에서 존경과 감사,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노인회가 나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운영비의 절대 다수를 국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의심의 목소리는 커졌다. 무엇보다 연금수급을 늦추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일자리에 관한 논의보다 혜택부터 줄인다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노인회 측은 “대한노인회가 복지정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는 단체도 아니고 그런 단체가 돼서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10년 이상의 조정 기간을 갖고 노인 기준연령을 만 70세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상향조정할 경우 만 65세가 된 노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상향조정으로 65~69세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장기적 계획 아래 점진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노인회는 ‘노인 취업문제’를 현재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일부 의혹에 반박했다. 대한노인회는 2004년부터 취업지원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사회 구직희망 노인의 취업상담 및 알선 등을 통해 노인 소득보장 및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에만 2만2000여명 이상이 일자리를 얻었다. 그 밖에 노인이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사업, 노인 봉사대 양성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진행 중이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한노인회를 보수 성향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는 보수와 진보 단체의 입장 표명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여당이나 야당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라는 것이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다. 사회의 어른으로서 후대에 짐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의 노인 연령 상향조정 공론화 제안에서 시작된 노인연령 상향 문제가 어떤 결과를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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