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채업자보다 더 악독했다”

‘스폰서 검사’파문에 이은 고리대금 사채업자에 대해 검찰이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영업을 운영하던 A씨(42·여·서울 서대문구)는 불법 사채업자 B씨(50·여성)에게 사채를 빌려 쓴다. B씨는 영등포 신길동에서 활동한 사채업자이다. 그녀에게 1000만 원을 빌릴 경우 선이자로 10%(100만원)을 떼고, 월 100만 원을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만약 이자가 밀릴 경우 복리이자가 추가되는 한마디로 악덕 고리였다. A씨는 지난 2003년부터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현금을 잠시 빌려 쓰고 갚는 금전거래를 했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5000만 원을 빌려 10%(500만 원)를 선이자로 떼고, 매월 430만 원을 이자로 지급키로 한다. 금새쓰고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빌렸는데, 사채의 덫은 생각보다 강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다. 결국 A씨가 이자를 갚지 못하자 B씨가 검찰에 고소를 했다. 대검찰청 강력부가 사채업자와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간 동안, 서울서부검찰청은 사채업자에 편을 들어 A씨를 구속시킨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아본다.
검찰은 지난 2월, 돈이 급하게 필요한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서 연간 수백 %의 이자를 뜯어가는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대검찰청 강력부는 전국 18개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 부장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불법 사채업자들에 전면 수사를 벌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검찰은 불법 사채업자들이 폭력조직의 주요 자금원이라고 보고, 그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추적하기로 했다.
그 시각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선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사채업자인 B씨의 고소로 A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상부에선 불법사채에 대한 전면 수사를 벌이라는 지시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A씨의 구속을 염두에 두고 편파수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마포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02년 고향지인의 소개로 사채업자인 B씨를 만난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긴급자금이 필요해 2002년부터 1000~ 2000만 원씩을 빌려 갚는 등 수차에 걸쳐 거래를 해 왔다. 그때마다 B씨는 원금을 포함해 1억여 원을 빌려준 뒤, 수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처음 돈을 빌린 2002년, 선이자 100만 원을 떼고, 매월 100만 원씩 이자를 갚는 조건으로 1000만 원을 빌렸다. 그 이듬해에서 2008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1000만 원~2000만 원씩을 빌렸다 갚는 등 금전거래를 했다. B씨는 A씨로부터 거액의 이자를 받으면, 이것을 다시 빌려주거나, 계를 들게 해서 원금을 늘리는 등 사채업자들이 즐겨 쓰는 이른바 ‘꺾기 수법’을 이용해 갚아야 할 돈을 늘렸다는게 A씨 측의 주장이다.
그러다 A씨는 지난 2008년 4월 (1000만 원), 5월(1000만 원), 7월(1000만 원), 10월(2000만 원) 등 네 번에 걸쳐 5000만 원을 빌린다. 돈을 빌릴 때마다 선이자로 10%씩을 떼고, 실제 손에 쥔 돈은 45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매월 430만 원을 이자를 지급했다.
그해 12월과 다음해 1월, A씨는 사업이 어렵게 되자 B씨를 만나서 이자 탕감을 요청하지만 거부된다. A씨의 지인인 C씨(회사원)은 B씨를 만나 “이자탕감을 해주면 자신이 차용증을 써주고, 이자를 대신 내겠다”고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부동산 등 수억 원에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A씨는 급하게 필요한 현금을 잠시 빌려 쓰고, 충분히 갚을 능력이 된다는 생각에 사채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의 생각보다 사채의 덫은 강력했고, 이 때문에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 은행적금과 보험금 등을 해약했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A씨의 지인인 C씨는 “전형적인 사채업자였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여자였다. 당시 내가 보증을 서고, A씨가 갚지 않을 경우 대신 갚겠다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돈을 지급하지 않자 지난해 검찰에 고발, 검찰은 서대문경찰에 수사를 지시한다. 지난해 7월 A씨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다. A씨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이 곧바로 대질조사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
그 과정에서 B씨는 경찰에 조사받으러 온 A씨를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남동생 차에 태워 납치를 한다. A씨가 납치되는 것을 목격한 C씨가 112에 신고한다. A씨는 경찰이 확인할 때까지 4~5시간 동안 B씨에 납치되어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B씨는 두 아이의 엄마인 A씨에게 “넌 얼굴도 반반하니까, 몸이라도 팔아서라도 내 돈을 갚아라”라며 “넌 경찰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내가 아는 검찰에 다 찔렀기 때문에 내 돈을 갚지 않고는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다. 다른 채권자들도 나에게 검찰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 등으로 협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B씨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는 짜 맞춘 듯 이루어졌다. A씨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에 대해 문외한인 평범한 A씨는 법을 앞세운 초년 검사의 강압에 눈물만 흘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공소장에선 극에 달한다.
검찰의 공소장엔 A씨가 2008년 4월부터 10월까지 4번에 걸쳐 돈을 빌리는 과정을 소상히 서술한 뒤, A씨가 특별한 수입이 없고 채무가 자력을 초과하여 이를 차용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게 A씨 측 입장이다. A씨는 돈을 차용할 당시 3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자녀의 학교 부근 집에서 5000만 원의 임대 보증금을 받고 있었다. 외형적 재산 평가만 4억 원에 이르고, 매월 일본 회사와 미용강사 수입으로 250만 원씩을 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금을 변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검찰의 공소장을 받아 본 서초동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수사에 허점이 많다. 은행의 금융거래 확인을 보면 2002년부터 줄 곳 금융거래를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A씨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2008년 11월까지 이자를 지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앵무새처럼 B씨의 주장만으로 공소장을 작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사를 했으면, B씨가 법을 어기고 불법 대부업을 했음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하지 않았다. A씨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다. 전형적인 편파 수사이다. 이것이 오늘날 검찰에 문제로 지적되는 데스크형 검사의 한계다”고 말했다.
검찰수사를 지켜봤던 C씨는 “검찰이 사채업자보다 악독했다. 수사를 받으러 왔던 피의자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경찰은 손을 놨다. 또 사실을 들여다보고 파악하면 알 수 있는데도, 연간 몇 100%가 넘는 고리이자를 받은 사채업자 B씨의 의도로 짜 맞춘 편파 수사를 했다. 이는 고리의 사채업을 하는 불법 사채업자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선 사채업자와 전쟁을 펼치는데, 지방청에선 사채업자와 손잡고 피해자를 오히려 피의자로 만들어 구속시키는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 냈다. 만약 검찰과 사채업자의 커넥션이 드러날 경우 스폰서 검사파문 이후 최악의 악재로 작용될 것이라는 게 서초동 법조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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