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남·연하녀 커플의 교통카드 불륜 사건 전모
연상남·연하녀 커플의 교통카드 불륜 사건 전모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07-06 09:59
  • 승인 2010.07.06 09:59
  • 호수 84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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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들이 한 일을 교통카드가 알고 있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

꿈이 아니었다. 그들이 사랑을 위해 만났던 ‘꿈의 궁전’의 비밀의 꼬리가 ‘교통카드’기록 때문에 잡히는 황당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간통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인이 상대 여성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정적 증거가 제시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증거는 바로 상대 여성의 교통카드 사용내역 때문. 결국 생각지도 못한 증거가 불륜의 종말을 고했다. 이른바 ‘교통카드’ 불륜사건 전모를 알아본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 80년대 개봉한 한 영화의 제목이다. 이는 남의 부인, 남편을 훔친다는 의미의 불륜을 담은 영화다. 이 불륜을 즐기는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사랑의 묘미는 일상을 벗어난 스릴이다. 하지만 끝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70대 남성과 미모가 빼어난 40대 후반 여성이 뜨거운 밀회를 즐기다 남편에 의해 들켜 망신살이 뻗친 사건이 발생했다.


1심 재판서 무죄 판결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재력을 갖춘 한모(70·약국경영)와 유부녀 박모(49·음식점 운영)씨가 간통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문대 약대를 졸업하고 00동에서 약국을 경영해 온 한씨는 우연한 기회에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중년의 박씨를 만나 한 눈에 푹 빠진다. 그해 8월 둘은 모텔 ‘꿈의 궁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말았다. 이들의 위험한 줄타기, 즉 ‘불륜’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에게 20년이 넘는 나이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박씨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이들은 매달 2~4차례씩 학원가가 밀집한 곳에 위치한 모텔 ‘꿈의 궁전’에서 만나 정기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밀회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사랑도 무르익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옛 속담처럼, 그들의 관계도 결국 들통이 났다. 아내의 잦은 외출에 의심을 갖던 남편에 의해서였다. 남편은 통신사에 아내의 통화기록을 조회했다. 유난히 많이 통화를 했던 한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그 전화번호를 토대로 아내의 뒷조사를 했다. 결국 아내와 한씨의 불륜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남편은 아내와 한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아내는 경찰조사에서 간통사실을 시인하고, 남편에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한씨의 입장은 달랐다. 간통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불륜의 상대였던 한씨와 박씨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한사람은 간통을 시인했고, 한 사람은 부인하는 진실공방이 지속됐다. 결국 법원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한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박씨가 간통 횟수를 번복하는 등 증거에 신빙성이 없다. 박씨의 남편 역시 박씨를 통해 박씨의 간통사실을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모두 자백하고 있지만 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유죄의 증거로 삼기 위해서는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비롯해 박씨가 간통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한씨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교통카드 기록이 결정적 증거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자료를 토대로 재조사에 들어갔다.

박씨 남편이 제출한 고소장과 증거자료에 담겨진 휴대폰, 식당전화 통화 내역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1심 재판 과정에 쟁점이 됐던 이들이 단골로 이용하던 ‘꿈의 궁전’ 모텔 이용내역을 체크하는데 수사에 중점을 뒀다. 한 씨는 그 모텔을 한 차례만 이용했다고 혐의 자체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박씨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교통카드 내역을 확인해 보게됐다. 모텔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여러 차례 교통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그 시각 휴대전화 발신내역이 증거를 뒷받침했다.

불륜사실을 부인하던 한씨는 교통카드 내역을 증거로 내세운 검찰에 의해 더 이상 오리발을 내밀지 못하고 혐의를 시인했다. 간통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한씨의 발목을 잡게 됐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한씨와 처음 간통한 날에 상당히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한씨가 박씨에게 전화를 해 ‘내가 설렁탕 잘하는 집을 잘 알고 있으니 식사하러 가자’고 해서 둘은 만나 Y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모텔에 갔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 상황과 연관 지어 자세히 기억했다. 특히 한씨가 ‘꿈의 궁전’ 근처에는 한 차례 이외에는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발신내역에 비추어 거짓으로 보이는 증거가 드러났다. 이 같은 정황에 따라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씨와 박씨는 지난 2008년 여름부터 13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의 주장에 한 씨는 당황했다. 그리고 무죄를 주장해 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통상 간통사건은 불륜 현장을 급습하거나 체액과 같은 물증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씨와 박씨의 불륜사건은 흥미롭게도 교통카드 기록이 간통여부를 가리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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