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색계’ 미모의 여자 스파이 사건 전모
미국판 ‘색계’ 미모의 여자 스파이 사건 전모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07-06 09:56
  • 승인 2010.07.06 09:56
  • 호수 84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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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본드걸 보다 아름다운 스파이 뉴욕남성들을 유혹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소속 여성 스파이의 정보활동이 화제다.`SVR`는 옛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후신이다. 이혼녀인 안나 채프먼(28)은 경제학 석사 학위 소지자로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프로퍼티파인더(Propertyfinder Ltd)`의 CEO로 신분을 감춘 채 활동했다. 미모와 화술이 뛰어난 그녀의 매력에 뉴욕 사교계 남성들이 폭 빠졌다고 한다. 영화‘`007’`의 본드걸보다 화려한 그녀의 수상한 사생활을 재구성해 본다.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전이 치열하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지난 6월 27일, 러시아 스파이 혐의자 중 3명을 버지니아주 알링턴가에서 체포했다. 특히 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소속 안나 채프먼(28)의 활동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혼녀인 안나 채프먼은 경제학 석사 학위 소지자로 자산규모 200만 달러 상당의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프로퍼티파인더(Propertyfinder Ltd)’의 CEO로 신분을 위장한 채 뉴욕을 주 무대로 비밀공작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007 본드걸’ 못지않은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그녀는 뉴욕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채프먼의 맨해튼 삶은 럭셔리 그 자체였다. 값비싼 옷과 하이힐을 즐기는 채프먼이 상류층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레스토랑과 클럽을 드나들었다.

클럽파티에 참석해 맨해튼의 유력인사들을 만나 인맥을 쌓아 나갔다. 클럽 파티에서 채프먼은 자신의 도발적인 빨간 머리와 녹색 눈동자를 돋보일 수 있는 명품 디자이너 드레스를 걸치고 남성들을 유혹했다. 그녀는 뉴욕 사교계의 팜므파탈이었다.

러시아, 영어, 독일어, 불어 4개 국어를 구사하며 금융과 부동산 지식이 뛰어났으며 미모와 몸매 또한 모델 못지 않은 채프먼의 발 앞에 뉴욕의 인사들을 무릎을 꿇었다.

채프먼의 한 지인은 “저속하지 않지만 남자들을 적절히 유혹하면서 일부분 부적절한 관계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고급 사교클럽에서 만난 중년의 신사와 따로 데이트하는 장면도 봤다”면서 “채프먼이 잘 대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채프먼은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페이스북 친구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큰 파티에서 그녀를 한두 번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채프먼의 주변에선 그녀에 대해 억만장자 아니면 고급 콜걸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프먼은 매주 수요일에 러시아 대외첩보부(SVR)에 보고를 했다. 채프먼은 맥북을 들고 혼자 그린위치의 카페나 서점에 간다.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열어 무선 네트워킹을 이용해 주변에 자리 잡은 러시아 요원에게 주중에 수집한 정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지난 6월까지 총 10번 이런 과정을 통해 러시아 요원에게 데이터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수사국이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올 초. 연방수사국은 감시를 하던 러시아 스파이 요원이 매주 수요일마다 미모의 아가씨와 노트북을 사용하여 접속하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이로써 러시아 외교관으로 위장한 연방수사 요원이 채프먼과 접촉해 러시아로 돌아가려던 그녀를 체포한다.

그녀를 체포한 연방수사국 한 관계자는 “러시아 스파이활동은 교묘해 졌다. 채프먼의 경우 정략적으로 영국인에게 접근해 결혼한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영국으로 들어가 활동하다가 미국 활동 지시가 내려지자 이혼하고 미국에 와서 활동했다. 007본드걸보다 훨씬 매력적인 그녀의 유혹에 많은 뉴욕 사교계 남성들이 정보를 빼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뉴욕데일리뉴스 등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채프먼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보다 뉴욕에서 사업 관계를 맺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녀의 본명은 안나 쿠스첸코. 케냐 주재 러시아 대사로 일했던 외교관의 딸이다.

모스코바에 소재한 러시아인민우호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2004년 졸업과 함께 온라인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게 된다.

쿠스첸코는 모스코바에서 만난 프랑스 대형 유통그룹 오샹(Auchan)의 유럽지사장 아들과 결혼했다. 그래서 남편의 성인 채프먼을 따서 안나 채프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그녀는 영국인인 남편을 따라 런던으로 거쳐를 옮긴다. 채프먼은 헤지펀드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니콜라스 카밀러리 사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영국의 유력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한다. 그리고 영국을 떠나 뉴욕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일련의 결혼과 이혼 등에 활동이 스파이 활동을 위한 신분위장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녀 스파이들의 활약

러시아는 채프먼처럼 미녀 스파이를 오래전 KGB때부터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963년 당시 존 프로푸모(Profumo) 영국 국방장관의 정부(情婦) 크리스틴 킬러(Keeler)가 소련군 장교 유진 이바노프의 애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이 발칵 뒤집히고 전쟁영웅이었던 프로푸모 장관은 실각했다.

국방장관 뿐 아니라 일반 병사도 미녀 스파이의 포섭대상이었다. 1987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 스파이 사건도 미녀 스파이의 작품이었다. 대사관 안내원이던 비올레타 세이나(Seina)는 연말 무도회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당시 25세였던 클레이턴 론트리(Lonetree) 해병대 병장을 유혹했다. 론트리 병장은 세이나의 부탁으로 대사관 곳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외교 기밀을 빼돌리다 들켜서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녀의 신분은 위험한 스파이

그녀와 함께 이번에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는 11명이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정보를 빼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상류층의 모임이나 파티에 참석해 미국내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책결정을 내리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에 캐나다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 중 일부가 영국, 아일랜드 등의 위조 여권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있다.

당사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관계 재설정(reset) 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 중 첩보활동을 방불케 하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첩보 활동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될 분위기다.

FBI는 이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 수년 간 추적한 끝에 체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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