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현대차 ELS 녹인(Knock-in) 공포…진실은
다시 불거진 현대차 ELS 녹인(Knock-in) 공포…진실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6-09 10:43
  • 승인 2015.06.09 10:43
  • 호수 1101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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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종목 주가는 비관적…기초 종목형은 기다려야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내 주식시장의 메르스 확산 악재에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녹인(Knock-in) 우려가 겹쳤다. 시가총액 3위를 달리는 현대차 주가는 최근 영업일 하루 동안 10% 급락하며 대장주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현대차 기초 ELS 녹인 공포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 만에 10% 급락시가총액 35천억 증발
관련 ELS 27% 당일 손실구간 터치이달 만기도

현대차가 지난 2일 하루에만 10% 넘게 떨어지며 138500원으로 장을 마감해 대형주 중 최대치에 가까운 급락을 그렸다. 다음날인 3일도 현대차는 장중 4%대의 하락으로 132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종가 135500원으로 전날에 이은 하락세를 유지했다.

현대차 주가가 14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8월 이후 처음이다. 10%대 낙폭 역시 20119월 이후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35000억 원이 증발했다.

근래 현대차는 엔저 지속과 판매량 부진이라는 이중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 주가는 이번 급락으로 기관이 버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종목형 중 최다금액
투자자들 불안

현대차의 개별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종목형 ELS들도 무더기로 손실 구간에 진입하며 불안을 키웠다.

현대차 기초자산 ELS 2일 하루 동안 녹인 구간을 터치한 상품은 60개로 발행금액은 332억 원가량이다. 기초자산에 현대차가 포함된 ELS 상품 225개 중 27%가 단 하루 만에 손실 구간을 찍고 온 것이다. 지금까지 녹인 구간에 진입한 현대차 ELS를 모두 합하면 70개로 발행금액은 총 391억 원에 달한다.

현재 현대차와 연계된 ELS는 종목형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달리고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조기상환을 제외한 현대차 ELS 발행금액은 1600억 원에 이른다. 이들 ELS의 가중 평균 기준가는 224000원으로 손실 구간은 40%가 빠진 134000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물량으로 평가하게 되면 이미 미상환 ELS47%60%대 배리어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980억 원가량에 해당하는 이 ELS들은 만기까지 현대차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앞서도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당시 주가가 15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부 종목형 ELS에서 녹인을 터치한 바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LG화학에 이은 현대차의 녹인 발생이 문제로 떠올라 종목형 ELS에서 지수형 ELS로의 발행물량 선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비슷한 우려 일어

이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주가와 종목형 ELS 녹인 우려에 대한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현대차 주가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다만 관련 종목형 ELS에 대해서는 과도한 공포를 잠재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엔저가 자동차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엔화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바닥 확인을 위해 현대차의 중간배당 여부와 규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ELS 녹인 공포 이후 국내 ELS가 지수 중심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종목형에서 발생하는 녹인 물량 규모가 절대적이지 않다면서 종목형 ELS의 녹인 공포를 확대 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도 현대차 ELS 대부분은 만기가 내년 3분기 이후에 집중돼 있어 녹인이 발생하더라도 단기 매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달 만기 도래 ELS는 모두 8건으로 전체 90억 원 수준에 한한다고 강조했다.

nykim@ilyoseoul.co.kr

 

[박스] 주가연계증권(ELS) 뜯어보기

주가연계증권(ELS)은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일반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손익구조가 복잡하지만 잘 선택하면 비교적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이나 지수가 급격히 꺾이지 않으면 연 6~8%의 수익을 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점은 만기 때까지 40% 이상의 가격 하락인데 횡보장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나 변동장에서는 원금손실구간(Knock-in barrier·녹인 배리어)을 터치해 손해를 안겨줄 수도 있다.

여기에서 녹인 배리어는 ELS에 투자한 원금 자체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을 뜻한다. 정확하게는 옵션의 수익구조가 발생하게 되는 기초자산의 기준점으로 볼 수 있다. 만약 ELS의 기초자산 가격 중 하나라도 기준점 이하로 하락한 경우 만기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손실이 일어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주당 10만 원짜리 주식이 3년간 6만 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약정한 8%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6만 원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보통은 주가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조건으로 삼는다.

하지만 문제는 ELS에 편입된 종목들이 녹인 구간에 접어드는 순간 대량매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ELS 편입 종목은 대부분 대장주로 정상적인 수급을 유지한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녹인 구간을 터치하면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기관을 통한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도 주식을 일부 손절하게 되고 잠시 반등하는 사이 공매도까지 합세하면 주가는 더욱 충격을 받아 주저앉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ELS들이 추가로 녹인되기 시작하면 매도폭탄이 쏟아져 그야말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해당 주가가 그 정도까지 하락하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개인, 기관,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들고 있는 물량을 털면서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렇게 되면 뱅크런이나 펀드런과 같은 ELS런의 가능성과 함께 해당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그렇다면 ELS 녹인이 발생한 후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았을 때 원금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 녹인에 빠졌던 대부분의 ELS 평가금액은 기초자산 주가와 같은 길을 걷는다. 만기 시 주가가 최초 기준가의 70% 수준이 됐다면 원금도 70%만 받는 셈이다.

때문에 녹인 발생 직전 해당 주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면 약간의 환매수수료를 내더라도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이미 녹인이 발생한 후에는 환매하더라도 실익이 없어 차라리 주가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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