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사 도마 “신속히 대응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

대구 여대생 납치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모씨(25)가 이틀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과 성서경찰서는 지난 6월 25일 달서구 일대를 수색하던 중 용의자가 타고 다니던 흰색 모닝승용차를 발견하고 주변일대에서 매복하다가 용의자 주거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골목길에서 A씨를 붙잡았다.
사건은 지난 23일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새벽 시간대에 대구 수성구에서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나온 여대생 이씨(26)를 납치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 날 오전 7시46분께 B씨의 어머니에게 B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몸값으로 6000만 원을 이씨 계좌로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그 뒤 5차례에 걸쳐 자신이 살고 있는 달서구 용산동 인근 지역 편의점과 은행 등에서 이씨의 어머니가 보낸 돈을 인출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290여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 김씨는 빚(5500만원 정도)에 쪼들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이씨를 발견하고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전에 준비한 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태워 돌아다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23일 밤 11시께 대구를 벗어나 차안에서 목을 눌러 살해한 후 도로가에 버렸다고 말했지만 장소가 어딘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본인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범여부를 조사중이며 사체발견을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부실 수사 도마
휴학 중인 여대생 이씨가 납치돼 피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길태 사건에 이어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또다시 논란이다.
숨진 이씨는 지난 23일 0시께 대구 수성구의 자택에서 “산책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가족과 연락이 끊어졌다.
같은 날 오전 7시 46분께 이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씨의 부모에게 전화해 몸값 600만원을 요구했으며 부모는 “지금 당장 돈이 없다”며 현금 290만원을 딸의 계좌로 입금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 42분 달서구 호산동의 편의점에서 60만원을 인출한데 이어 오후 2시께 달서구 이곡동 모 은행에서 나머지 돈을 인출한 뒤 이씨 부모에게 추가로 2000만원 입금을 더 요구했다.
김씨가 이날 오후 6시 34분께 이씨와 엄마를 통화시켜준 것으로 미뤄 이때까지는 이씨가 무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집을 나선지 18시간여가 지날 때만 해도 이씨는 비록 납치됐으나 살아있는 상황이었고 경찰의 수사가 미적대는 사이 이씨는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이 조금만 더 기민하게 대응했더라면 이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김씨를 검거한 경찰은 김씨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 이씨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용의자가 은행 등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영상을 확보해 용의자를 좁힌 끝에 납치 당일 오후 6시 전후 추격전을 벌여 30~40m 앞까지 접근했으나 골목길에서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여기에다 피해자 이씨의 외삼촌 김모(56)씨는 같은 날 오후 늦게 경찰에 찾아와 “용의자와 협상 과정에서 1500만원을 추가로 입금키로 합의했으나 경찰 측에서 계좌 지급 정지를 종용해 입금할 수 없었다. 돈을 줄만큼 주면 조카를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경찰과 유가족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오히려 유가족측이 계좌지급정지를 했고 우리(경찰)는 범인 검거를 위해 지금 정치 해제를 요구했었다”고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주장했다.
결정적 실수 살해시기 앞당겨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의 허술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경찰은 지난 23일 오후 9시 15분께 용의자의 차량번호를 수사 관계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대량 발송하는 과정에서 수사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보내는 등 수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실수를 했다.
경찰은 납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다음날부터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수성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리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날 오후 9시까지 관련 공문조차 발송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25일 수사 브리핑에서 “현금 인출기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가 2009년 7월 이후 많이 생산된 흰색 모닝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차량 번호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통신수사를 통해 용의자가 주로 대구 성서 관내에 있다고 보고 경찰력을 동원해 차량 수색에 주력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납치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23일 오후 7시20분께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김씨의 차량이 정차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접근했다가 달아나는 김씨의 차량을 경찰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김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끝내 수분 사이에 이를 놓쳐버렸다.
이때 경찰은 범행 차량의 번호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인근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 주요 도주로를 차단했어야 했는데도 이 같은 기본적인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당시는 김씨가 이씨의 손발을 묶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다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추격전 끝에 김씨를 붙잡았다면 이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의 추격에 다급해진 김씨는 결국 이날 오후 10시께 유유히 대구를 빠져나가 거창 TG를 통과한 뒤 이씨를 목 졸라 살해했고 돌아오는 길에 시신을 거창 TG 인근 도로변 배수로에 시신을 유기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처와 동거하면서 임신하게 되자 300만원을 시작으로 사채를 빌려 쓰기 시작했고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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