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4일 전남 나주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후 나주시 고동리의 A(60·여)씨에게 배달된 영아 시신이 든 택배 때문이다. 이날 A씨는 “오전 11시 45분께 집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밖에서 일하는 중이라 집 앞에 놓고 가도록 했다. 집에 돌아온 A씨는 택배를 열어본 뒤 깜짝 놀라 112에 신고했다. 택배에 영아 시신이 들어있다니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휴대전화 요금 내지 못해 착신정지될 정도로 빈곤
3일 오후 2시 36분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강동우체국 1층 창구에 30대 여성 한 명이 들어섰다. 165㎝ 정도의 키에 마른 체형인 그녀는 가져온 택배상자 한 개를 꼼꼼히 테이프로 감싼 뒤 창구에 놓았다. 이 여성은 여직원에게 택배비를 내고 사라졌다. 상자는 4일 오전 11시 45분경 A씨 집에 배달됐다. 이후 일터에서 돌아온 A씨는 이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놀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에게 배달된 영아 시신이 든 택배는 A씨의 딸 B(35)씨가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3일자로 택배가 발송된 강동우체국의 CCTV를 분석하고 A씨에게 확인한 결과 “내 딸이 맞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4~5년 전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직후 남편과 헤어졌으나 아직 법적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B씨는 2005년 출산한 딸이 한 명 있으며 현재 그의 친정에서 키우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고 한 겨울에 난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생활고를 겪어왔으며 이로 인해 휴대전화도 착신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만인 5일 B씨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그녀는 택배를 보낸것도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의 코와 입에 출산 후 제거해야 할 이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 등으로 미뤄 B씨가 홀로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다 사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장례비가 없어 가족들에게 딸의 장례를 부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여자아이인 영아의 시신은 검정색 운동복 상의에 쌓여 수건 위에 올려 있었으며 탯줄이 불규칙하게 잘려 있고 어느 정도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택배 상자 안에는 “이 아이가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잘 처리해 달라”는 내용이 적힌 편지가 놓여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자에는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영아가 출산 후 숨졌는지, 출산 전 숨졌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택배 상자에 남아 있던 지문을 감식 의뢰했다. 이와 함께 영아 시신에서 DNA를 채취해 A씨를 비롯한 가족과 유전자 대조 작업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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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