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짝퉁공화국
대한민국은 지금 짝퉁공화국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6-08 12:13
  • 승인 2015.06.08 12:13
  • 호수 1101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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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은 모두 위조? 한국산이 더하다!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이지혜기자] 대한민국이 ‘짝퉁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명 ‘짝퉁’이라 부르는 위조품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압수된 위조품의 시가는 무려 1450억 원이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예전에는 동대문 등지에서 판매하는 짝퉁 명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대형 마트까지 나서서 짝퉁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만 이용이 가능한 화장품 매장에서도 짝퉁을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made in korea’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중국보다 더 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2년 압수 제품 시가 1450억 원… 생활용품 심각
“한국인에 안 팔아” 외국인 대상 짝퉁 판매점도 생겨나

수사기관에서 압수한 위조제품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 중에는 건강 및 안전에 직결되는 제품도 134만 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대한민국에 ‘짝퉁’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은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위조 상품 적발·압수 통계현황’을 발표했다. 현황에 따르면 상표법 위반으로 적발돼 압수된 위조 제품은 2011년 2만8589점에서 2012년 13만1599점, 2013년 82만2370점, 2014년 111만4192점으로 증가했다. 최근 2년 사이 압수된 제품 시가는 무려 1450억 원에 달한다.

압수 물품을 살펴보면 화장품과 안전제품이 각각 21만3176점으로 제일 많았다. 특히 안전품목은 2013년부터 50만여 점을 압수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전 의원은 “짝퉁제품은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막고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는 주요인 중 하나”라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안전품의 위조 및 유통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들의 수사역량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짝퉁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히 명품을 보고 만든 짝퉁 제품뿐만이 아니라 생활용품부터 의약품, 전자제품까지 짝퉁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개인 또는 범죄조직뿐만 아니라 유명 브랜드 회사까지 나서서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대기업도 짝퉁 판매
믿을 곳 하나 없다

지난달 28일 jtbc는 국내 유통 대기업인 E회사에서 국내 디자이너의 제품을 베낀 ‘짝퉁 액세서리 소품’을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기업 측에서 직접 국내 디자이너의 인기 상품을 골라 중국 업체에 짝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보도에 따르면 1년 반에 걸쳐 감자 캐릭터를 만든 디자이너 이모씨는 얼마 뒤 대기업 소품 샵에서 똑같은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씨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생긴 제품이었다. 이 씨는 결국 해당 제품의 판매를 포기했다. 해당 기업에서는 중국에서 물품을 들여오던 중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다. 자신들은 짝퉁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jtbc는 “제조사를 취재한 결과 이랜드와 본사에서 직접 주문이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통기업 뿐만이 아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도 외국인을 상대로 짝퉁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들통났다. 중국인 위모씨는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가 남대문에서 A화장품 브랜드샵에서 M크림을 구입했다. 관광을 마친 위 씨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같은 브랜드샵을 방문해 M크림을 한 개 더 구입했다. 그러나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두 크림은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화가 난 위 씨는 이 사실을 한국 언론에 제보했다. 논란이 일자 A브랜드에서는 “해당 매장에서 임의적으로 판매한 것”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그러나 짝퉁 제품 판매 브랜드라는 오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70% 세일’
외국인만 사용 가능

그런가 하면 아예 대놓고 외국인을 상대로 짝퉁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외국인이 주로 방문하는 신촌 이대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판매점들은 ‘화장품 70%세일’ ‘수출전용제품’이라는 문구로 관광들을 유인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 업주들이 외국인 전용매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이대 근처 매장을 직접 방문해봤다. 매장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들리는 말로 보아 중국인 관광객들로 보였다. 확실히 매장은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5만 원짜리 영양크림은 1만 원대에, 3만 원짜리 에센스는 1만5000원이었다. 분명 혹할 가격이다. 5ml 크기의 샘플도 묶음으로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 화장품 가게와는 달랐다. 이렇게 저렴한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한국인은 구입이 불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직원에게 다가가 제품 구입 가능 여부를 물었다. 직원은 바로 “한국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직원은 그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수출전용 제품이기 때문에 내국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인근 다른 화장품 매장은 외국인들에게 “진품을 구입하라”고 권유했다. 높은 할인가를 자랑하는 외국인전용 매장에서는 일부 짝퉁제품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학생 김모씨(22·여)씨는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높은 관심을 이용해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독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외국인 대상으로 짝퉁 판매를 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 이미지 악화와 경쟁력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이할 위험이 높다.

실제로 한국 관광에서 짝퉁 제품을 구입한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짝퉁코리아’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한국 짝퉁 제품을 검색하면 피해를 입은 중국인들의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짝퉁 마스크 팩을 샀다가 피부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당신이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마스크 팩을 구입할 경우 짝퉁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조 제품으로 인한 피부 손상은 상상할 수 없다. 당신에게 경고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짝퉁이 더 심하다”며 “중국을 욕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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