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위한 실버산업이 뜬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노인병원이나 요양원 등지에서 각종 사건과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노인들의 처우와 관리 감독자인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노인병원과 요양원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관리 상의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공지된 식단 대신 삼시세끼 라면만 주는 곳도
최소한의 돌봄 행위 없어 사고·죽음 내몰려
요양원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지난 2월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냈던 A씨는 아버지가 찜질을 받던 중 화상을 입어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B씨는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켰다가 입원 전에는 있지도 않던 장염에 걸려 패혈증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C씨는 요양원을 찾은 어느 날 어머니 얼굴에 상처가 있어 무슨 일인지 물은 뒤 요양원 관계자로부터 걷다가 넘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의사 진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가서 진료를 받았냐고 물으니 받았다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진료는커녕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보호자에게는 진료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진주시에 위치한 D요양원에서는 치매 2급 노인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색에 나선 소방서 구조견에 의해 이틀 만에 발견됐지만 요양원 관계자들은 노인이 실종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먹는 음식도 문제인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 그리고 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만큼 음식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형편없는 식단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공지된 식단과 다른 메뉴가 나오는 경우는 기본이고 심지어 밥이나 죽 대신 라면만 주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와 잔반을 모아 죽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료용 닭고기까지 먹이는 경우도 있다. 정부 및 해당기관에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졌다면 일어날 수 없는 문제다.
눈먼 돈 갖기 위해서라면
사무장 병원도 OK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노인요양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 과거와 달리 도심에서도 일반 건물에서요양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에서 2013년 1232개로 그동안 두 배가량 급증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이렇게 증가하게 된 이유는 장년층의 증가로 ‘돈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년층의 보호와 관리는 안중에 없고 오직 돈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은 의사나 한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곳으로 요양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주로 장기요양이 필요한 입원환자에게 의료를 행할 목적으로 개설되는 의료기관이다.
허가제지만 시설기준상 입원실, 휠체어 공간 확보, 승강기 등 의료건물로서의 기본 조건만 갖추면 개설해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의료법이나 장기요양법에 따라 의사는 환자 40명당 한 명, 간호 인력은 환자 6명당 1명만 있으면 문제가 없다.
실제 진료를 할 의사가 아닌 관리할 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설립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의사를 데려다 쓰는 ‘사무장 병원’이 등장했다. 의사 면허가 있는 의사 하나만 내세우고 실제로는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식이다.
나이롱 환자 늘리려
노숙자까지 데려와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 33조에 위반된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요양원보다 정부 지원금이 많다보니 사무장 병원이 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시작하자 좀 더 치밀한 사기행각으로 병원을 허가 받아 보조금을 빼돌리는 일도 많아졌다.
사무장 병원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 중에는 종교인들도 많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신뢰감을 담보로 수많은 신자들에게 먹잇감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에는 목사나 사모 이름으로 운영되는 사무장 병원이나 요양원이 많다.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사기에 이용하는 경우다.
심지어 병원과 전혀 상관없는 카센터 사장이나 소위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사무장 병원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돈이 부족해 병원을 개원하기 힘든 의사들을 주로 포섭한다. 자신이 병원을 세울 테니 월급을 받고 일해 달라는 식이다. 페이닥터의 월급은 보통 천만 원선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액수지만 사무장 병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까지 6년간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826개로 이들이 공단에서 불법으로 빼돌린 의료급여 보조금은 6459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09년 5억6000만 원이던 금액 규모는 2014년 3681억4000만 원으로 654배 증가할 만큼 사무장 병원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작부터 불법이다 보니 사무장 병원들은 국고보조금을 타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나이롱 환자’들이 많아야 의료수가를 부풀릴 수 있고 그래야 공단에서 보조금을 탈 수 있다 보니 길거리 노숙자까지 환자로 데려오기도 한다.
요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부풀리기 위해 없는 환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사회복지사, 간호사 수 등을 부풀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신고한 뒤 장기요양급여를 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정작 환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데려온 환자나 노인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행위는 둘째치더라도 최소한의 돌봄행위마저 하지 않다보니 질병이나 사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파렴치한 이들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는 가운데 힘없고 나이든 노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