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후보 둘러싼 종교계 낙선운동
황교안 총리 후보 둘러싼 종교계 낙선운동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6-08 11:53
  • 승인 2015.06.08 11:53
  • 호수 1101
  • 3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 중립의무 위반, 좋은 총리감 아니다”

▲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황교안 총리 후보를 둘러싸고 종교계 반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계 29개 단체가 모여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연석회의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은 국민과의 소통과 대통합을 가로막는 인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황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황 총리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아 지나친 종교적 신념 표현이 정교분리원칙과 종교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기독교 내부 “황 후보자는 배타적 개신교 보수주의자”
연석회의 측, “국민과의 소통·대통합을 가로막는 인사”

황교안 총리 후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황 후보는 사법연수생 신분이던 1983년 2월 수도침례신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도사를 겸직하고 있다. 공직자가 종교를 갖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황 후보는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지키며 올바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신앙인 황 내정자가 총리란 직책을 맡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다종교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총리의 신앙과 신념 때문에 국가의 정책이 흔들리고 종교계에 갈등을 유발한다면 ‘좋은 총리’라고는 할 수 없다.

종교인 과세
다시 논의해야 할지도

황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저술한 ‘교회가 알아야 할 교회법 이야기’라는 책에서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시기 때문에’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 ‘담임목사 사택과는 달리 부목사·강도사·전도사 등의 사택을 세금 부과 대상으로 판결하고 있는 법원 견해는 지극히 잘못된 것’, ‘헌법재판소가 주일에 공무원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며 주일인 일요일에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기획재정부 등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도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는 다시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총리 되면
불교계 10년 후퇴”

종교인 과세 논란은 1968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2013년 9월 종교인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일부 개신교 측에서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두 달 뒤 종교인소득을 사례금으로 보고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4% 원천징수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존 시행령에 근거해 올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예정이었지만 개신교의 반발이 계속되자 “내년에는 꼭 시행하겠다”며 1년 유예했다. 하지만 황 후보가 총리가 된다면 다시 없던 일로 돌아갈 공산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일부 종교단체인들이 황 후보의 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일을 우려해서다. 종교 편향으로 인해 국가의 정책이 뒤바뀐다면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타 종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황 후보에 대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속초 신흥사에서 열린 제39차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참석한 한 중앙교역직 스님은 “황교안 후보가 총리가 되면 불교는 최소 10년 후퇴한다”고 말했다. 이 스님과 함께 있던 다른 고위직 스님은 “총무원이 나설 상황은 아니다. 종단 주변 시민단체들이 대신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실제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바른불교재가모임, 참여불교재가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이미 성명서를 통해 황 후보를 반대했다. 이후 지난 4일에는 조계종 중앙종회는 의장단ㆍ상임분과위원장ㆍ인사심의특별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종교편향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결의했다.

천막교회에서도
“황 후보 총리 밀어야”

황 후보에 대한 반대의견은 불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황 후보의 종교관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일부에서는 황 후보를 배타적 개신교 보수주의자라 평하기도 한다.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은 배타적 개신교 보수주의자란 “다른 종교나, 종교를 갖지 않은 분들에 대해서 마음을 열지 않는 신앙적 태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황 내정자의 종교편향에 대해 문제가 있음 지적하면서도 내심 황 후보가 총리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유무형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보수 개신교에서는 황 후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카카오톡 등 SNS에서 황 총리 후보자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이 조직적으로 퍼트리는 정황이 알려졌다. 문자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황교안 후보 지명자 / 그는 자랑스런 기독인입니다. 어릴 때부터 OO침례교회를 다녔고, 그 바쁜 공직생활(검사) 중에도 야간신학대학을 나온 전도사입니다. / 여주에 있는 기독교민영 아가페교도소의 이사를 12년간 맡기도 했습니다.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때 정부대리인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석기의 국회의원 배지를 떼어냈고, 종북좌파의 온실 통진당을 해산한 일에 두 팔을 걷어부치고 앞장섰습니다 / 황교안 후보는 한때 검은 승복을 입고 죽창을 휘둘러 국민을 놀라게 한 “조계종 폭력사태” 때 폭력에 가담했던 땡중들 130명을 연행하여 가담정도와 죄질에 따라 전원 사법처리했습니다. / 황교안 후보는 현재 안티 기독교 분자들과 불교인, 종북좌파들의 극렬한 반대를 받고 있습니다. / 황 후보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일에 다니엘과 같이 쓰임 받는 하나님의 일꾼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그에겐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 아울러 여러분이 지인들 20명에게 이글을 전달하여 우리가 함께 기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한 것이 될 것입니다. / 감사합니다.”

이밖에 “황 후보를 총리로 밀어야 한다”는 말은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천막교회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천막설교가 열리는 서울역에 가보면 일부 천막교회 예배시간에 수시로 황 내정자 지지발언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