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오는 11일과 16일 두차례 열리는 A매치를 위해 출격하는 슈틸리케호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도 충족시키는 새판짜기에 들어가 축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A매치에는 그간 한국축구의 주축인 해외파들이 대거 빠지면서 K리그에서 대거 충원된 가운데 기존의 베테랑 카드는 버리고 새 카드를 꺼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슈틸리케 눈에 낙점된 K리거들을 만나본다.
축구대표팀 해외파 빈자리 K리거 발탁으로 플랜B 가동
슈틸리케 감독, 이동국 카드 버리고 미래 카드에 집중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6월 A매치 및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 출전할 23명의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새 얼굴의 대거 등장과 K리거가 대거 발탁된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 같은 현상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소집에 해외파 카드를 대거 사용하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우선 구자철과 박주호(이상 마인츠), 지동원(아우쿠스부르크), 김보경(위건)이 기초군사훈련 소집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또 기성용(스완지 시티), 김주영(상하이 상감),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 김은선(수원 삼성) 등이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기존 대표팀 전력의 절반가량이 이탈하면서 슈틸리케 감독 역시 대표팀 선발을 위해 고민에 빠졌다.
이에 이번 발탁된 멤버들을 살펴보면 슈틸리케 감독이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명단을 짜면서 지난 1월 호주아시안컵 오만전, 쿠웨이트전 생각이 많이 났다”며 “당시엔 7명의 선수들을 불가피하게 교체했다. 이번에는 기존에 함께 했던 9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오지 못하게 됐다. 이번 명단에는 A매치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지 훈련 때도 함께하지 않은, 처음으로 만나는 선수들도 끼어 있다.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핑곗거리를 찾진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K리거 활약에
보상차원 발탁

염기훈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염기훈이 서른을 넘긴 나이여서 선발에 고민했지만 국내 선수 중 득점과 도움에서 1위인 선수를 공격자원으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슈릴리케 감독은 K리거들을 대거 발탁한 이유에 대해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K리그에서 단독 선두인 전북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친 4명의 선수를 뽑았고 염기훈도 같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다수 선발됐다. 미들필더에서는 강수일(28·제주 유나이티드)과 최보경(27·전북 현대)이 다소 늦은 나이에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강수일은 지난해 포함에서 29경기에서 6골을 넣었으나 올 시즌 제주로 이적하면서 벌써 12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최보경은 공격·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현재 대표팀에는 기성용, 구자철, 박주호, 김은선의 공백으로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한 상태여서 최보경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비에서도 임채민(25·성남FC), 정동호(25·울산 현대), 이주용(23·전북 현대) 등이 합류하며 K리그 영건들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들 모두 소속팀에서 돋보이는 수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8월 동아시안컵에 곽태휘·홍정호는 선발할 수 없고 부상 중인 김영권·김주영도 합류가 불투명하다”면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와서 적응하라는 차원에서 K리그 영건들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 선택
이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합류한 가운데 그간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던 공격진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미래를 선택했음을 확고히 했다.
당초 이번 대표팀 발탁을 놓고 기존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동국(전북 현대)과 김신욱(울산 현대)의 복귀를 놓고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와 이정협을 선택하면서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각각 K리그와 J리그 2부에 속한 선수들로 이동국은 이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김신욱은 대기명단에 만족해야 했다. 1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이 정작 대표팀에서는 2부 리거에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올해 초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때만 해도 부상에 시달리던 이동국, 김신욱에 대해 “한 명만이라도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혁신을 위해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비슷한 기량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당장 지역예선뿐만 아니라 3년 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감안하겠다는 뜻을 굳건히 한 셈이다.
이에 비춰볼 때 이동국과 김신욱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동국은 36세의 노장이라는 점에서 39세가 되는 러시아월드컵에서의 기량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뛰어난 골 감각에도 불구하고 에두가 영입된 이후 선발보다 교체로 출전하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
김신욱은 현재 소속팀에서도 주전 경쟁이 쉽지 않다. 전임 감독 때만 해도 부동의 에이스였지만 윤정환 감독 부임 이후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있다. 윤 감독은 최전방에 양동현을 더 중용하고 있다. 물론 윤 감독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격력 부재로 고전하면서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활약을 중시하는 슈틸리케 감독으로는 김신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물론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이 항상 일관된 것은 아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눈으로 직접 판단한 선수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이동국과 김신욱이 대표팀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슈틸리케 남자들
종횡무진 맹활약

일명 군데렐라로 수식되며 슈틸리케 황태자로 자리매김한 이정협(상주 상무)은 지난 3일 경남FC를 상대로 3골을 몰아붙이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정협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3골에 그치면서 재발탁에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경남FC전에서 3개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키는 절정의 골 결정력을 선보여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
또 첫 부름을 받은 염기훈도 지난 3일 대전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터트려 올 시즌 7호골을 기록, 이부문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날 득점으로 염기훈은 프로 데뷔 통산 50골 62도움을 기록해 K리그 통산 8번째 50-50클럽(골-도움)에 가입했다.
다문화 가정의 히어로 강수일도 성남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맹위를 떨치며 1도움을 기록해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타고난 운동 능력과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압도했다.
이외에도 김기희(전북 현대), 최보경, 이재성(전북 현대) 등 전북 3인방과 울산 현대의 정동호 등이 풀타임 활약하며 슈틸리케의 선택에 이유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친선경기뿐만 아니라 지역 2차 예선 첫 경기를 놓고 상대팀 분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으로 약체로 분류되지만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는 2차 예선에서 각조 1위를 차지한 8개 팀과 각조 2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을 합쳐 총 12개 팀이 진출한다. 12개 팀은 6개 팀씩 두 개조로 나뉘어 최종예선을 펼친다.
한국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쿠웨이트(126위), 레바논(144위), 미얀마(158위), 라오스(178위)와 G조에 속해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무난하게 최종예선에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 한국 축구는 2004년 3월 약체 몰디브(140위)와의 2006 독일월드컵 2차 예선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긴 적이 있다. 또 2003년에는 오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에서 1-3으로 완패해 일명 ‘오만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준비성이 철저한 슈틸리케 감독은 2차 예선 상대들이 약체지만 세밀한 분석 작업을 통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각 국가별로 최근 치른 A매치 5경기의 비디오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협회 비디오 분석관과 함께 상대팀의 전력 분석을 거의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명단이 기존에 비해 능력은 물론 경험에서도 무게감이 덜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골키퍼까지 통틀어 가장 A매치에 많이 뛴 선수가 만 27세의 이청용(65경기)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미래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미 축구팬들은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이정협을 몸소 체험한 만큼 대거 기용된 K리거들을 통해 슈틸리케의 선견지명을 다시금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A매치가 한국축구의 기반인 K리그 부흥의 초석이 된다면 슈틸리케 감독뿐만 아니라 한국축구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해 11일 UAE와 평가전을 치르고 오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와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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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