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진의 세계-40] 피감기관 해부(한국감정원-上)
[국회보좌진의 세계-40] 피감기관 해부(한국감정원-上)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6-08 10:59
  • 승인 2015.06.08 10:59
  • 호수 1101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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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평가업 업무 철수 ‘폭탄’ 맞은 감정원
- 감정평가 민간으로 이양 400억 시장 조성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한국감정원은(이하 감정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각종 부동산 및 이에 부수되는 권리에 관한 감정평가, 가격공시, 인증, 타당성 조사, 통계생산 및 관련 공적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부동산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동안 감정원이 설립취지와 목적대로 업무수행을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최근 감정원은 대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민간이양 수차례 무산 기재부 ‘교통정리’

지난 5월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으로 인해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추진방안에 따르면 감정원은 앞으로 보상·담보 평가, 이의제기·소송 평가 등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 대신 공적 기능에 주력하도록 기능이 조정되었다. 감정평가 업무에 대해 민간업계와 영역다툼을 지속적으로 벌이더니 급기야 정부에 의해 강제로 영역을 배제당한 것이다. 감정원에 대해서는 부동산 조사·통계, 타당성 조사 등 공적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감정평가 영역에서 민간 감정평가업계와 마찰이 이어져왔다. 해묵은 감정싸움으로 골이 깊어졌다. 결국 애지중지하던 감정평가업무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다. 감정회사로 인가받은 지 40여년 만에 감정평가업무에서 배척된 것이다. 그동안 민간감정평가 시장 성숙으로 감정평가 업무의 민간이양이 여러차례 추진되었으나 그동안 지연되거나 무산된 바 있다. 수년간 감정원과 민간 업계간 이견으로 감정평가 시장 기능 재정립을 위한 국회의 입법논의도 지연된바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이같은 논란을 사실상 종식시켜 버렸다. 이번에 발표된 기능조정으로 감정원은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해야 한다. 정부는 감정평가 업무의 민간이양으로 연간 400억 원 수준의 민간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계기로 감정원과 민간업계 간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 관련법 개정절차가 남아 있지만 합의가 전제된다면 정부의 기능방안대로 조정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감정원은 감정평가업자 지위에서 배제된다. 이로써 보상·담보 평가, 이의재결·소송 평가, 개발부담금· 택지 평가 등 모든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감정원은 부동산 조사·통계업무에 국토교통부 의뢰 시 민간이 수행한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조사 등 공적기능에 주력하게 된다. 기능전환에 따라 기관명칭 변경도 검토되고 있다.

공적기능 주력…‘40년’만에 철수

지난 1969년에 정부출자기관으로 최초로 설립된 감정원은 1974년에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감정회사로 인가받은 이후 감정평가를 해온 지 40여 년이 되었다. 1995년에 부동산거래정보사업자로, 2000년에는 재건축컨설팅기관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2001년에 부동산투자·자문회사로 등록했다. 2003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보상전문기관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도시정비업 전문관리기관으로 지정되었다. 2005년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 공동사업 시행자와 부동산가격 조사·산정 전문기관 및 주택가격정보체계 구축·관리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이후에도 거의 매년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주택성능등급인정기관, 재건축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부동산가격조사 전문기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택지비 평가 전문기관, 주택품질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 주택가격동향조사기관, 공동주택관리정보체계 구축·운영기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운영관리 기관 등으로 지정된 바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른 각종 전문기관 지정이 확대돼온 것이지만 결국은 핵심기능을 강화하지 못한 채 문어발식으로 영역만 넓혀진 것이다.

이번에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으로 모든 감정평가업무에서 퇴출된 것도 어찌 보면 감정원이 자초한 것이다. 공기업으로서 적절하게 처신하 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반 국민이나 외부는 물론 심지어 정부에게마저 감정평가업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비친 것이다. 국내 감정평가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공기업이 민간업계와 아귀다툼을 벌이고, 몸부림치다가 끝내 정부에 의해 기능이 조정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믿었던 정부에 의해 발등이 찍힌 셈이다.

국정감사에서 질타 이어져

한편 당초 설립취지와 목적을 망각한 채 방만경영을 일삼았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감정원은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최우수기관 달성, 올해의 CEO 대상, 한국윤리경영 대상, 사랑나눔 사회공헌 대상, 미래준비역량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매년 수없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감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러내용들이 지적되었다. 내용을 보면, 감정원과 감정평가협회와의 상생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동일한 아파트를 두고 실시한 감정평가에서 감정가 차이가 무려 1조 원이나 넘게 나타나 부실감정평가 논란이 제기되었던 한남 더힐 사태와 같은 부실감정평가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국내감정평가 시장이 의뢰기관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식의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컸다. 감정원이 실시한 민간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마저도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러 국정감사 지적사항 가운데 국정감사결과보고서에서 국회가 정식으로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으로 의결한 것은 총 6건이다. 그 내용을 보면 △감정평가협회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갈등관계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 △비주거용부동산 가격공시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것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제고할 것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중단하고, 월간조사는 조사방식, 표본설계 등에 관한 문제점을 개선하여 신뢰성을 제고할 것 △월세 중심의 부동산 임대차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하도록 노력할 것 △타당성 재조사의 공정성·신뢰성을 개선할 것 등이다.

국회의 처분요구에 대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분간 공공기관 기능조정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감정원의 문제점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김현목 보좌관> <계속>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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