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시장' 박원순 박 대통령과 '각'세우기 막후
'메르스 시장' 박원순 박 대통령과 '각'세우기 막후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6-08 10:52
  • 승인 2015.06.08 10:52
  • 호수 110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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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사회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해 대전까지 전국적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확진 판정 의사가 서울 시민 1565명과 접촉했다’는 긴급 브리핑을 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어 박 시장은 예정된 유럽출장까지 취소하면서 메르스 대책본부장으로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해당 확진 의사가 박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권을 노린 정치쇼’라며 정면반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보건당국 역시 박 시장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에 정치권은 권력투쟁에만 여념이 없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오고 있다.

- 박 시장 유럽출장 취소 ‘차별화’-박 대통령은 “미국 가겠다”
- 박 시장 선제적 메르스 대응 호평속 여권 '시각'은 싸늘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4일 오후 늦은 10시 40분에 서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용인즉 서울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시민 1565명과 접촉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보건당국에 연락을 했으나 되지 않았고 정확한 정보도 확보하지 않아 서울시가 명단 입수에 나섰으며 향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시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직접 서울시장이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하겠다”고 공언했다.

‘시민안전 우선 시장’

박 시장의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긴급조치는 일단 서울시민에게 호응을 받았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 관련 해당 지역이나 병원,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명단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감은 ‘카더라식’ 소문에 일희일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 국회의원 역시 ‘국회법 개정’ 후폭풍으로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의 적극적인 대책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메르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지 하루도 안 된 5일 해당 확진 의사가 진보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기류는 바뀌기 시작했다. 박 시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이 의사는 “박 시장의 대권을 노린 정치쇼”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이 의사는 “박 시장과 서울시는 병원과 저한테 단 한 번도 사실관계 파악을 하지 않았다”며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전이고 그 이전에는 의심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메르스를 전파했다고 하니 의사로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 의사는 “박 시장이 1500여 명과 접촉이 의심되는 행사인 30일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 당시에는 메르스 증상이 전혀 없었다”며 “의사로서 증상을 알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잠복기였던 것 같은데 과학적으로 무증상 잠복기 상태에서 전파력이 없다는 건 확인된 사실”이라며 “서울시가 만약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지려면 최소한 내 얘기를 들어보고 발표를 했어야 했는데 아무런 확인 작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은 자신이 지난달 31일 보건당국 역학조사관과 3시간 가량 인터뷰한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짜맞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의사가 박 시장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청와대와 보건당국은 즉각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시장의 일방적인 발표로 국민들의 우려감과 불안감이 커졌다”고 비판했고 청와대 역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진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보건당국 ‘박 시장 매우 우려스러워’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같은 날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직접 나서서 서울시 자체 방역 대책을 마련했듯이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중심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거들고 나섰다. 박 시장의 갑작스런 메르스 발표가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과거 세월호 참사와 유사하게 국민안전을 담보로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공방전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특히 박 시장이 오는 11일부터 11일간 일정으로 예정됐던 유럽 출장 일정을 전격 취소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강행과 겹치면서 비교가 됐다. 출장을 일주일 앞두고 박 시장은 전격적으로 백지화했다. 박 시장은 11일부터 21일까지 9박11일 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스라엘 텔아비브, 터키 이스탄불, 영국 런던 등 4개국을 돌 예정이었다. 특히 해외 현지의 도시와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국내 기업의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는 등 순방이 확정된 상태였다.

서울시에서는 “메르스 공포가 서울에 상륙하면서 시민들이 패닉에 빠졌는데 시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다는 건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제 외교 관례 또는 국내의 불안심리를 감안했을 때도 현 위치에서 업무 총괄을 진행하는 게 옳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시장의 이런 행보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공식방문해 박 시장과 대조가 됐다. 박 대통령은 14일부터 17일에는 워싱턴 D.C에서, 17~18일에는 휴스턴을 방문한 뒤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국면에 대해 논의하고 한미동맹 강화, 북한 핵 공동대처, 6자회담 재개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전문기관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박 시장이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잘한 것이다”며 “만약 1500여 명 중 한 명이라도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 시장 입장에서 의사의 개인 명예도 중요하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서울시민에게 알려야 하는 게 맞다”며 “현재 1500여 명이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강제 격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동의했다.

“늦은 저녁 긴급 발표 정치적 미숙함 드러내”

또한 이 인사는 “박 대통령과 비교해서 박 시장이 유럽 출장을 취소한 것도 잘한 일”이라며 “대통령과 시장의 역할과 위상은 다르지만 일단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 이 인사는 “박 시장이 발표를 늦은 저녁에 격앙된 상황에서 한 것은 정치적으로 미숙하게 보일 수 있다”며 “좀 더 신중해야 했는데 그 점 역시 메르스 진행 상황을 보면 재평가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발빠른 메르스 대처와 정부당국의 무능함이 겹치고 박 시장의 해외 출장 백지화와 박 대통령의 강행하는 모습 속에 박 시장이 리더로서 한 발 앞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동감하는 분위기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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