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근들 ‘대권 행보 아니다’ 강조…청와대 관계 때문?
손학규, “여론조사 이름 빼달라~” 요청했는데 김무성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대권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둘러싸고 당-청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자 김 대표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사퇴론’을 꺼내는 등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당-청 갈등 봉합 등에 힘쓰고 있다.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통합행보를 통해 차기 대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의 7월 미국 방문 계획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김 대표 측 주변에서는 “대권 행보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 내막을 따라가 봤다.
“영호남 통합에 힘쓰고, 정치혁신 등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권을 위한 행보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차기 대권과 관련, 김 대표 측 인사로 불리는 한 인사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최근 김 대표의 발언과 행보를 봤을 때에도 통합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정치개혁 등 최종 목표?
김 대표는 지난달 18일 제 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특히 김 대표는 “제가 민주화 투쟁을 할 때 하루에 10번 넘게 부른 노래인데 가사 그 어디에도 종북 내용은 없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념식 전날 열린 전야제에서 물세례를 맞았던 김 대표는 “광주시민의 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가야 할 곳을 간 것이고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넘어 어떤 험악한 일도 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통 큰 행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의 비난을 비롯해 추모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달 26일 ‘국회 지방살리기포럼’ 초청으로 이뤄진 경북 구미 방문 일정 중 “제가 과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을 많이 했지만 역사라는 것은 공과를 구분해야 한다”며 “이제 과를 그만 따지고 공은 높이 평가해 국민 통합으로 조금씩 발전해가야 되겠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잘한 것이 지방 분권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청와대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고,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론’까지 꺼내들었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당-청 갈등이 정점을 찍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이 메르스 관련 당정청 협의를 제안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절하면서 당청 갈등은 지속됐다. 이 와중에 김 대표는 청와대와 손발을 맞추고 있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일축하며 양쪽의 손을 모두 들어주는 ‘통합’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김 대표가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따로 하겠다고 하면 우리(당)도 따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개혁 차원에서도 통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국민공천제)’ 도입을 위해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구성할 예정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를 만난 비박계 한 인사는 사석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며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 대권 행보에 악재로 미칠 수 있다. 당대표 경선 당시 공약인 만큼 이를 철회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고 건의했지만 ‘묵살’당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즉, 김 대표는 ‘통합, 정치개혁’ 등에 방점을 찍고 있을 뿐 대권에 방점을 찍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대권은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청와대 의식해 연막작전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은 연막작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쯤 되면 김 대표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위기 때마다 박 대통령을 도왔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신뢰를 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과거 친박계가 ‘김무성 견제카드’로 반기문 사무총장을 띄우려 했고, 여전히 친박 대권 후보 찾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이다.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지는 못해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정설이 있는 만큼 박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낼 필요가 없다. 게다가 여당과 야당으로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대권 행보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둘째는 여론조사 결과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20%대 지지율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점 역시 대권 행보 중 하나라는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경우와 빗대기도 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남 강진의 토담집에서 칩거 중인 손 전 고문은 주변에 차기 대선 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 자신을 넣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비교했을 때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라는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김 대표는 오는 7월 중순이나 8월쯤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아직 계획 단계라는 게 김 대표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미국 방문이 성사되면 지난 10월 중국 방문 이후 두 번째 일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지기로는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 주요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며,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대선 행보 차원이라는 것.
실제 박 대통령은 대통령 경선이 펼쳐지기 전인 2006년 독일을 방문,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게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아들 병역 문제로 고배를 마셨던 이회창 전 총재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독일, 미국 등 해외 방문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 본인은 “대권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몸을 극도로 낮추고 있지만 ‘통합리더십을 통한 대권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7월 미국 방문을 계획 중인 김 대표가 미국 방문을 통해 ‘차기 대권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방미 계획이 성사되면 과연 어떤 ‘말’을 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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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