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트위터 예고 자살 ‘전모’
국내 첫 트위터 예고 자살 ‘전모’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0-06-22 10:11
  • 승인 2010.06.22 10:11
  • 호수 843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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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클럽 유명 DJ “자살하러 갑니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탤런트 최진실 등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한 모방자살에 이어 예고자살 사건까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것. 최근 20대 남성이 ‘트위터’에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후 이틀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 동안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자살계획을 알리고 목숨을 끊은 사건은 적잖이 있어왔지만 트위터 예고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트위트(tweet·트위터 이용자가 140자 이내로 쓴 단문메시지)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커 또 다른 모방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자살사건과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해 알아본다.

“자살하러 갑니다. 저랑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는 분들, 사랑합니다.”

지난 13일 새벽, 단문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은 홍대 유명클럽에서 DJ로 일했던 이모(27)씨이다. 그의 글은 팔로어(follower·특정인의 메시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유명 트위터들을 비롯한 팔로어들은 이씨가 남긴 트위트를 근거로 이씨의 가족과 지인들을 수소문했다. 이씨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 자살을 막기 위해 119에 신고를 했다.

MBC의 김주하 앵커도 메시지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주하 앵커는 “헉 이게 뭔 일이죠? 누구 이분 연락 좀….”이라며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많은 누리꾼들도 이씨의 자살 예고 메시지를 보고 자살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연락처를 수소문하기 위해, 메시지를 계속해서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전송, 연락처를 알아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씨의 핸드폰으로 20번 넘게 전화했지만 통화중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자며 염려의 메시지를 팔로어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 15일 새벽 5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강변 관리 사무실 난간에 목을 매 자살한 채 발견됐다.

이씨의 자살 동기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마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트위터 외에도 가족과 DJ팀 동료에게도 유서를 남겼다”면서 “유서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트위터 예고 자살 누리꾼이 막아

몇 달 전에도 ‘자살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20대 여성이 트위터 이용자들의 도움과 경찰신고로 목숨을 건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 8일 3시 50분께 성전환자인 박모(28)씨가 트위터와 싸이월드에 ‘유서를 남깁니다. 아무도 관심도 없겠죠’라는 내용의 유서를 올렸다.

이를 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박씨의 유서를 발 빠르게 재전송하고 격려의 글을 올리는 한편 경찰에도 신고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싸이월드 측에 박씨의 집주소 등을 확인 후 경기도 일산의 박씨 오피스텔로 긴급 출동, 자살 직전의 박씨를 구했다. 당시 박씨는 수면제를 먹은 상태로 방안에 노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트위터를 통한 자살예고 사례가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 할리우드의 여배우 데미 무어는 트위터를 통해 ‘집 밖에서 목을 매 삶을 끝낼 생각이다’라며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고 날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18세 소년의 자살 메시지를 보게 됐다.

데미무어는 즉각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소년을 설득했다. 데미 무어가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며 자살을 저지하는 동안 동료배우 니아 발다로스가 데미무어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고 경찰과 LA 지역 자살방지센터에 신고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당시 소년은 컴퓨터 앞에서 울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미무어는 지난해 4월에도 트위터에서 한 여성이 자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경찰에 즉각 신고해 목숨을 구했다.

이 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트위터의 위력은 또 다시 드러났다. 트위터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에서부터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해, 지난 6·2 지방선거에선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트위터는 개인의 일상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까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차세대 커뮤니티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앞으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각각 40.7%, 2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대~30대의 자살률이 2006년 이후 3년간 최대 35% 증가한 것과 관련, 트위터 주 이용자가 20~30대라는 점에 비추어 ‘트위터 자살’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트위터 용어

▲ 트위터( twitter) : ‘지저귄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 트위트(tweet) : 트위터 이용자가 140자 이내로 쓴 단문메시지.
▲ 팔로어(follower) : 특정인의 메시지를 구독하는 사람.
▲ 리트윗(retweet) : 자신의 팔로어에게 메시지를 재전송 하는 것.
▲ 멘션(mention) : 댓글을 남기는 것.


##정신과전문의 김강우
“소셜 네트워크 커질수록 문제 재발 가능성 커”

“소셜 네트워크 커질수록 문제 재발 가능성 크다”

정신과 전문의 김강우 씨는 최근‘트위터 자살’과 관련 자신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ps ychiat)에 ‘트위터 자살예고 대처방법’을 올렸다.

김 씨는 “자살을 언급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관심을 원하거나 죽음을 원한다”며 “죽음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면 관심을 보여줄 것”을 권했다.

또 김씨는 “주변과 친구와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려 실질적 저지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죽음을 막는 숭고한 행위”라고 말했다.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가 커질 수록 이 같은 문제가 재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막내 동생뻘 되는 그 친구의 고통을 공감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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