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법 위반 메르스·고평가 논란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힘겨운 6월을 보내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아모레퍼시픽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금지 규정’ 을 위반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 요청했다.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끊임없는 갑질 논란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더불어 질병 메르스로 인한 관광객 감소, 화장품주 고평가 우려 등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을 둘러싼 우환들을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중소기업청 의무고발요청…검찰 고발 코앞
우려 속 주가 떨어져…자존심 상처 받은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검찰 고발 요청을 당한 것은 지위 상 우월한 권한을 이용해 갑질을 저질렀다는 이유였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가진 권한인 의무고발요청권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의무고발요청이란 중소기업청장 등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5개 법률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제도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이 기존 방판특약점의 방문판매원을 새로 만든 특약점, 직영점으로 이동시켜 매출하락 등 피해를 줬고, 이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약점은 아모레퍼시픽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특약점은 방문 판매원을 모집·양성하는 등 방문 판매 기반을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수록 매출 이익이 커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이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점을 개설하면서 기존의 특약점이 양성한 방문 판매원을 일부 이동시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2005년 1월부터 20013년 6월까지 특약점주의 의사에 반해 이동한 방문 판매원이 3482명에 달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금지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정명령과 과징금에 그쳤고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이번 중소기업청의 고발 요청으로 또 다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산업의 성장에 기여해 왔고, 방판특약점주들과 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하고 현장고충처리위원회 설치 등의 노력을 보였으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함으로써 방판특약점의 매출하락 등 피해를 주었음이 인정되어 고발요청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청은 방문판매사업부 담당 전 임원도 불공정행위에 가담한 점을 밝히고 법인과 함께 고발요청을 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불공정거래행위의 기업과 함께 책임자 개인도 고발요청함으로써 처벌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집안도 힘든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갑질 논란으로 인해 황제주의 체통이 바닥에 떨어진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맞닥뜨린 또 다른 악재는 질병 메르스와 화장품 고평가 우려 등의 영향으로 주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갑질 논란은 회사 내부적인 문제로 노력여하에 따라 해결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외부적인 문제는 스스로 풀어낼 답도 없는 골칫거리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지난달 18일 종가 43만6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로 연일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연초 이후 높은 상승폭을 보여 온 화장품 업종 전체가 추가상승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장품주의 고성장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무조건적 투자패턴을 벗어나야한다고 지적한다.
메르스 여파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최초 메르스 감염 환자가 확인된 지난달 20일 42만6500원을 기록했던 아모레퍼시픽은 메르스 전거래일 기준, 이보다 10.67% 하락한 38만1000원을 기록했다.
또 그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총수 일가가 주식을 매도한 소식은 투자심리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9일 서송숙씨와 서혜숙씨가 1580주를 장내매도했다고 밝혔다. 서송숙씨는 서경배 회장의 큰 누나로 1250주를 처분했다. 서혜숙씨는 서 회장의 둘째 누나로 330주를 팔았다.
현재로서는 아모레퍼시픽이 현지 판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면서 서서히 주가를 높이고는 있지만, 불안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도 내부적인 문제는 스스로 풀어내겠지만, 외부적인 영향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의무고발요청건에 대해선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그러나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은 부과받은 사안이고, 그동안 동반성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특약점주에게 자율적으로 하게 했고, 장려금도 주고 폐점 시 모든 재고를 다 떠안는 등 오히려 본사가 충분히 지원해왔다”면서 “다만 우리의 실수로 인해서 고객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여파나 화장품주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각자의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외부적인 평가는 외부적인 평가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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