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홍역 치르는 댕기머리샴푸
[소비자고발] 홍역 치르는 댕기머리샴푸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6-08 09:43
  • 승인 2015.06.08 09:43
  • 호수 1101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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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광고·홈쇼핑 사재기…소비자들 “허탈”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방샴푸 ‘댕기머리’로 유명한 두리화장품이 각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광고로 알렸던 방식을 다르게 제조하고, 홈쇼핑 콜 수 증가를 위한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사재기는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나 허위매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6년 연속 대표브랜드로 수상된 이력이 있던 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큰 모양새다. 이에 두리화장품은 “제조 공정 잘못을 인정하고, 안전성 정밀검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신고 내용과 다른 방식 제조
두리화장품, 빠른 인정·사과 ‘눈길’

댕기머리는 한방 성분 추출   방식과 원료를 사용하고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두리화장품의 샴푸 브랜드다. 1998년 개발된 댕기머리는 6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할 만큼 국내한방샴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한방 약재를 각각의 성질에 맞게 따로 끓인다고 광고했던 것과 다르게, 한약재를 한 번에 달여 성분을 추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는 ‘개별 추출’로 신고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섞어 달이는 ‘혼합 추출’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또 제조기록서를 내부용과 신고용으로 이중관리해왔으며, 식약처에 신고한 양과 비율의 차이, 신고되지 않은 약재 추출물 첨가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홈쇼핑 전화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홈쇼핑 생방송 판매 시간에 직원들을 동원해 제품을 주문하게 하는 수법으로 주문량을 늘렸단 것이다.

해당 의혹은 홈쇼핑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댕기머리 샴푸 제조사가 직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자 메시지 내용은 ‘현재 방송중인  제품 한 세트씩 나눠서 두 세트 주문 부탁드립니다. 팀원들 공유 부탁드립니다’, ‘주문 안 하신 분들 서둘러 주세요. (주문이) 너무 안 나오고 있습니다’로 직원들의 주문을 재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사재기는 주문량이 목표치보다 낮을 때면 수시로 진행됐고,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허위 매출 늘리기를 한 셈이다. 댕기머리 전체 매출 중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또 회사 차원에서 제품을 구입한 직원들의 명단을 관리하고, 주문을 한 직원에게 10만 원에서 20만 원에 달하는 구매 비용을 지급했다.

때문에 두리화장품은 허위 광고, 매출 조작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한방약재를 사용하고, 각각의 성질에 맞게 약효 성분을 추출했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이용했다”며 “홈쇼핑 상품 사재기 역시 콜 수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한 비정상적 판매다”며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논란이 일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댕기머리 제품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일부 마트에서는 일시적으로 댕기머리 판매를 중단한 곳도 생겼다.

관리 소홀 책임은

또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현대홈쇼핑 등은 온라인몰을 포함해 댕기머리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섰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 역시 해당 논란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댕기머리 논란에 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며, 식약처도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신고된 제조방식과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제조방식의 일치 여부에 관한 집중점검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점검 결과 75개 품목에서 약사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고, 이 중 2개 품목은 제조·광고 업무가 정지될 예정이다. 제조·광고 업무 정지가 예정될 제품은 ‘댕기머리진기현샴푸액’과 ‘댕기머리진기현프리미엄샴푸액’ 등이다.

식약처는 “댕기머리 등 55개 품목의 제조과정에서 각각의 첨가제를 개별 추출하도록 정해진 제조방법을 준수하지 않고 혼합 추출했을 뿐만 아니라, 제조ㆍ품질관리 기록서도 허위로 작성했다”며 “댕기머리생모크리닉두피토닉액’ 등 20개 품목은 제조에 사용하는 첨가제의 품질시험에서 일부 시험항목이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로 문제가 된 제조, 품질관리 성분은 주성분이 아닌 첨가제라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두리화장품 측은 “제조공정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두리화장품 관계자는 “자사 댕기머리 제품의 개별·혼합 부문 논란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며, 식약처 결과를 따를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개별·혼합 부문의 논란이 소형 장비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시설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논란이 일어나면서 품질에 대한 의심도 깊어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제품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 일부 품목에 한해서 조기 출고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생물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약식검사를 통해 5일가량 지켜본 후 제품을 출고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문건을 이중관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수출용과 내수용 문건이 분류돼 있는 것이 와전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쇼핑 사재기와 관련해서는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제품 구매를 요청했던 것은 사실이나 예전 일이다”면서 “이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과거 있었던 몇몇개 관리 부실이 함께 알려졌다”고 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논란이 처음 시작됐을 때 회사 내부에서도 확인된 바가 없어서 ‘사실이 아니며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던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더 큰 배신감이 된 것 같다”며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외부 연구기관에 공정 차이가 제품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 검증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두리화장품의 빠른 인정과 사과가 이뤄진 가운데, 소비자들의 마음도 함께 누그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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