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대림·현대건설 등 총 31개 기업 참가…우려 증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무역협회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위험 및 경계국가로 분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기준)돼 있는 중동국가 이란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일정은 메르스 확산 공포가 전국적으로 가중되는 상황인 터라 상당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이란 경제사절단 일정(안)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4일 인천에서 두바이로 출국한다. 이후 사절단은 오는 18일까지 2박 5일 동안 테헤란 등을 오가면서 산업시찰과 포럼 등 일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계획됐다.
앞서 한국무역협회은 이번 경제사절단과 관련해 “우리의 대(對) 이란 수출이 증가하면서 제2의 중동 붐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대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앞두고 국내 업계의 이란 시장 진출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사절단 파견이 메르스 확산 여파로 상당수 기업들과 단체들이 해외 일정을 스스로 취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점이다. 메르스 확산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발원지인 중동으로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사절단의 특성 상 현지의 기업인 및 현지 진출 한국기업인과의 네트워킹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메르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기도 지방의원들이 잇따라 해외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이번 경제사절단은 민간기업 20개사(두산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대림산업, SK네트웍스,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효성, 현대건설, 카파스, 삼운엔지니어링, 엘에스글로벌, 가야정밀산업, 무진기연, 페이웨이, 고려오트론, 태웅식품, 선우상사, 가보, 디에스알제강, 대원총업)과 공기업 2개사(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협회 3곳(자동차산업협회, 플랜트한업협회, 철강협회) 금융기관 5곳(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우리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기타 1곳(법무법인 율촌) 등 대규모로 구성돼 있어 우려를 높인다.
다만 이번 사절단 파견과 관련해 한국무역협회와 참가기업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 계획된 일정이고, 14일이 되기 전 진정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지 않겠냐”면서 “현재 협회도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기업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민정서 상 걱정의 목소리가 나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절단 규모의 인원이 중동을 오가는 것이 긍정적으로 비춰질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국내에서 출입국하는 인원은 없고, 현지 지사 인원이 사절단에 합류할 것”이라면서 “메르스와 관련된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여러 기업들은 메르스 확산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중동 출장을 자제하는 등 지침을 내세운 바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하계수련대회를 연기했고, 삼성전자의 중동 출장 직원을 재택근무 조치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 사내 게시판에 메르스 정보는 공유하고, 중동지역 출장 또는 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공지를 올렸다. 그 외에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등도 예방 수칙을 전달하는 등 메르스 확산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알려왔습니다] 경제사절단 민간기업 명단 가운데 태웅식품은 방문 계획을 취소, 사절단의 이란 방문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혀왔습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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