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제 스파이’ 전쟁 중
여의도 ‘국제 스파이’ 전쟁 중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6-22 10:07
  • 승인 2010.06.22 10:07
  • 호수 843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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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후 주변 4대국 대한반도 첩보전
천안함 사건 전후로 국내 간첩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최근엔 군 검찰에서 공개한 ‘흑금성 사건’부터 ‘황장엽 암살단’, ‘채팅 여간첩 사건’, ‘탈북자 사냥꾼’을 잇따라 검거했다고 검찰과 군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흑금성(전 안기부 공작원 암호명)은 이중간첩의 의혹이, 여간첩이 채팅을 통해 얻은 정보는 지하철 비상연락망으로 그리고 탈북자 사냥꾼은 북한에서조차 버림받은 마약 전과자로 밝혀져 간첩사건 배경에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전이 정보전이라는 점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스파이 활동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 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 국회에 출현해 정보 수집 활동과 언론인 및 정치인들을 수시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1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근무하던 A씨. 당시 주한 모 외국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인사는 해당국 비자 발급을 신청했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대사관 직원이 찾아와 “비자를 조기에 발급해 줄테니 국방부 예산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물론 이 인사는 “무슨 소리냐”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하지만 며칠간 ‘찝찝한’ 마음을 거둘 수는 없었다.

# 2
국회에 출입하는 모일간지 출입기자는 최근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평소 연락할 일이 없던 모 외국 대사관 직원이 ‘밥 한 끼 먹자’고 한 것이다. 무심결에 나간 이 기자는 국회 언론인 동향뿐만 아니라 정국 현안, 국회 사정을 꼬치꼬치 캐물어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외국 대사관 직원이 스파이 활동을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통상 국방위와 외통위에 근무하는 보좌진들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 여의도에 자주 출현한다고 별스럽지 않게 반응했다.

외통위에서 근무했던 이 인사는 “통상 첩보활동은 상사주재원이 주로 담당한다. 특히 국회에 출입하는 주한 대사관 외교관 직원은 해당국가 정보국 산하 위장 외교관과는 달리 국회 내 공개된 정보를 파악해 보고한다는 점에서 별스럽지 않다”고 평했다. 하지만 해외에 주재한 외교관이 동향파악이나 첩보활동을 하다 발각될 경우 퇴출당하는 경우가 적잖은 게 현실이다.

16대 국회에선 외통위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중국통’으로 유명했다. 이 보좌관은 중국 관련 전문가란 인연으로 주한 중국 대사관 직원을 비롯해 중국에 정통한 학계, 기업인들을 엮어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검은 머리’를 한 해외 대사관 소속 직원들이 여의도에 출몰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외통위 관계자는 “실제로 국회에서 민감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는 쉽지 않고, 얻더라도 국가기밀 사안이 아닌 것이 다수”라면서 “주로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진, 정책전문위원, 입법조사관 등 인적네트워킹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한 마디로 주한 미대사관 직원이면 친미파, 일본대사관 직원이면 친일파 등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국내 입법기관 관계자들을 포섭하는 것이 주 임무라는 설명이다.

첩보 활동에 정통한 한 인사는 “통상 첩보활동은 어느 국가나 하는 정보 활동”이라며 “일본의 경우를 들면 한국 주재 일본 상사원과 주한 일본 대사관, 일본 정부 등의 인사들이 일본과 관련된 경제, 안보 정보와 관련해 서로 교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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