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검찰, 프로폴린 마취제 남용 강남 유명병원 수사 ‘내막’
[단독보도] 검찰, 프로폴린 마취제 남용 강남 유명병원 수사 ‘내막’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0-06-22 10:04
  • 승인 2010.06.22 10:04
  • 호수 843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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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유명 여자 연예인 ‘프로폴린’중독됐다" 의혹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수면마취제를 몰래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영진 부장검사)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고객들에게 환각용으로 편법 투약한 정황을 잡고 서울 강남지역 유명 성형외과 11곳을 최근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병원이 프로포폴을 치료 목적이 아닌, 잦은 성형수술로 이 약품에 중독된 여성들에게 일종의 환각제로 편법 판매해 온 것으로 보고 처방 기록과 약품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 등을 확보했다. [일요서울]은 지난호(제 783호 참고)에서 강남의 모 성형외과가 유명 연예인들과 기업인들을 상대로 프로포폴 장사를 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한 적도 있다. 또 해당 기사를 통해 지난해 자살한 연예인 A씨의 프로포폴 중독 가능성도 전한 바 있다. 검찰은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통해 프로포폴 구입자 명단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이 병원 관계자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이 입수한 명단 안에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유명 연예인, 기업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에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파장이 연예계와 재계로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이번 검찰 수사로 지난 A양의 자살 사건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조짐이 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자살직전까지 심각한 프로포폴 중독자였다.

프로포폴은 수술 전 전신마취나 수면유도용으로 사용되는 마취제의 일종으로 자주 투약할 경우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오ㆍ남용되는 사례가 잦아 일부 국가에서는 이 약물에 대한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작년 6월 숨진 마이클 잭슨도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었다. 앞서 2월에는 국내에서도 이 약물을 상습 투약하던 2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오·남용에 대한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다. 이에 최근 이 약물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병원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인사들 프로포폴 구매단골

병원 관계자들 뿐 아니라 투약자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검찰은 조심스럽다. 강남 지역 의료계에 퍼져있는 소문에 따르면 적지 않은 유명 인사들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구입해 투약했다.

이 중에는 대기업 고위간부를 비롯해 중견 기업의 오너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조사대상에 올라있다. 조사대상자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검찰은 프로포폴 투약자들의 마약 등 다른 환각제투약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환각을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면 다른 환각제에도 손을 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포폴만 투약했을 경우에는 법적 처벌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포폴에 대한 사용에 대한 규제법안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이 법적으로 마약류가 아닌 만큼 처벌 여부와 적용 법률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내달 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련법의 규제를 받게 하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계획이다.

식약청은 지난해 3월 ‘프로포폴 의존성 형성과 관련된 동물실험 결과 신체적 의존성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정신적 의존성이 있다’는 자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마약류 지정을 건의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다음 달 있을 중앙약사심의위에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 문제를 안건으로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의약계 “마약 아니다” 반발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많이 드나드는 유명 성형외과가 주요 수사대상이다. 따라서 수사결과에 따라 유명인사들의 프로포폴 남용실태가 소상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비록 불법성 여부는 모호하더라도 투약자들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을 불순한 용도로 남용했다’는 사회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병원으로부터 압수한 진료기록 등에는 인기가수 S씨, K씨 뿐 아니라 기업인 P씨, Y씨, 탤런트 L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수사 대상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병원 관계자들도 프로포폴을 몰래 빼돌려 투약하거나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의사가 주문을 받고 간호사를 시켜 프로포폴을 배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 강남의 K성형외과에서 근무한 적 있다는 J씨는 “연예인과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 가운데 프로포폴을 애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의사는 병원 고객인 이들을 상대로 약장사를 한다. 강남 유명 성형외과들 가운데 이런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J씨는 “병원들은 포로포폴 뿐 아니라 다른 마약성 약물도 은밀하게 빼돌려 VIP고객들에게 판매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인들이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을 직접 본 적도 있다. 당시 이들이 마약을 한다는 소문은 간호사들 사이에 파다했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강남지역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선 검찰이 프로포폴 뿐 아니라 다른 마약성 약물 남용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아울러 주로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현금거래가 자주 이뤄지는 강남지역 성형외과들에 대한 대대적 세무조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제대로 된 의료지식 없이 무조건 털고 보자는 식의 표적수사”라며 이번 검찰 수사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프로포폴은 법적으로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번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있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는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마치 약장사를 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물 가운데 마약성분이 들어간 것들은 의사들도 사용처를 꼼꼼히 보고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정도로 관리가 까다롭다. 그런데 이런 약물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이 같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납득키 힘들다”고 말했다.

수사를 해야 한다면 먼저 병원의 약물 관리 실태를 감독하는 기관을 먼저 조사해야 하는데 그것에는 소홀하고 애꿎은 병원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강남 일대 병원의 약물관리가 허술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일 년 전부터 철저히 조사를 벌였다”며 “이번 조사는 상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가 더 진행되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 재심의

앞으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돼 관련법의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내달 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계획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프로포폴을 환각제로 남용해 사회적 폐해가 발생하는 현황이 파악된 만큼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에 앞서 서울대학교에 프로포폴의 의존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용역을 맡겼으며 이달 말 결과가 나오면 약사심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면 의ㆍ약사는 프로포폴 처방 여부를 개인 환자별로 기록하고 2년간 서류를 보관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프로포폴 성분 수면마취제는 ‘디프리반 주’, ‘포폴 주’ 등이 있다. 수면내시경 등을 할 시에는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오남용 땐 환각 등의 증세를 유발해 주부나 연예인 지망생 등이 상습 투여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국립독성과학원이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프로포폴은 신체적 의존성은 없으나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지난해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안을 심의했으나 1년 후 전문가 자문을 받은 뒤 안건을 재상정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었다.

프로포폴은 성형수술과 수면내시경 시술 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수면마취제다.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해 오남용하면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어 ‘죽음의 마취제’로 불린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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