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재용이 얻는 것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재용이 얻는 것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6-02 11:08
  • 승인 2015.06.02 11:08
  • 호수 1100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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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장기말 움직이는 삼성 속내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제일모직이 오는 9월까지 삼성물산을 1:0.35로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내용을 지난달 26일 전격 발표했다. 이에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으로 최적화된 삼성 지배구조개선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건설, 결국 이부진 아닌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다음은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설주가 요동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을 필두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각 계열사로 뻗어나가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새로 상장한 제일모직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3.24%로 문제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삼성SDS 지분도 11.25%나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보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각각 0.06%, 0.57%에 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 상장한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삼성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처음부터 판이 짜여져 있었다는 의미다.

이제는 물산도
지배구조 정점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
SDS 지분의 운명을 각각 다르게 예측해왔다.

특히 제일모직의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려면 지분을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으니 계열사 중 하나와 합병시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쳤다. 또 삼성SDS의 경우 주가를 올려 처분함으로써 주요 계열사 지분 인수 등 상속세 마련에 필요한 현금으로 활용할 것이라 여겼다.

여기에서 주요 계열사란 지분이 거의 없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다. 현재 이 부회장과 달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20.76%, 3.38%. 이 부회장이 상속으로 이를 승계하면 보다 단순해진 지배구조를 통해 각 부문의 계열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삼성 일가가 상속세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최고 5조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가진 제일모직 지분을 팔자니 구조상 삼성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사라진다. 남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연유로 양사의 주가는 실적과 상관없이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고위 관계자의 멘션 하나만으로 급등락했다. 가끔 외국계증권사에서 제일모직이나 삼성SDS의 주가가 이 같은 기대감만으로 올라와 리스크가 크다는 경고성 리포트를 내도 아랑곳않는 모습이었다.

보유지분 매각
또는 소규모 합병

이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향방이 잡히면서 다음 타자인 삼성
SDS로 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재미있는 점은 삼성SDS가 원래의 관측 대신 삼성전자와의 합병설이 흘러나오며 더욱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애초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지분은 모두 매각해 현금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설이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발표 이후 삼성SDS와 삼성전자와의 합병 가능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실제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당일인 26일 삼성그룹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합병 대상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나란히 상한가를 치기까지 했다. 더불어 삼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함께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합병 발표 효과가 시들자 삼성그룹주 중 살아남은 것은 삼성SDS임이 뚜렷했다29일 기준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일주일간 17% 올랐고 삼성SDS는 26% 상승했다. 이외에 하나 더 강세를 보인 것은 호텔신라였으나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오른 것이므로 다소 재료가 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SDS가 추가적으로 급등한 배경으로 소규모 흡수합병 가능성을 꼽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를 삼성전자에 소규모 흡수합병시키면 굳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기업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합병으로 가면 삼성전자는 주주총회 결의나 합병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삼성SDS 흡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가 입법 추진 중인 사업재편지원특별법(원샷법)은 이 같은 합병설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원샷법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매수기간을 3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사업재편 규제를 완화시킬 전망이다. 

나한익 노무라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하면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이 1.8% 포인트 늘어난다면서 이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절반의 상속세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1%를 승계할 수 있고 이전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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