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향해 ‘쓴소리’ 발사
당 대표 향해 ‘쓴소리’ 발사
  • 권대경 
  • 입력 2004-08-18 09:00
  • 승인 2004.08.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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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저격수가 나타나 주목된다. 이들은 상대 당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당 지도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물론 상대를 향한 총알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당 대표 등 지도부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거나 자기의 의견과 다른 정책을 밀어붙일 때에는 가차없이 그들을 향해서도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세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과 김혁규 의원이 대표적이다. 또 당내 인사를 둘러싸고 영남권 인사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아 이들이 새로운 지도부 겨냥 저격수로 부각될 조짐도 있다. 이부영 위원은 친일진상규명과 카드대란에 대해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이 달 초 천정배 원내대표가 일본 방문시 NHK와의 인터뷰에서 ‘친일진상규명법은 국내용’이라 한데 대해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이 위원의 문제제기에 상당수의 당원들이 공감의 글을 당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이 위원은 또 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향해 “야당의 공세를 막는 자세로는 제대로 된 여당이 될 수 없을 것”이라 꼬집었다.김혁규 의원도 민생현장을 돌아본 뒤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제 말싸움은 그만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지도부에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최근의 정체성 공방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정쟁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오히려 여당이 이를 이끌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게다가 지도부의 당 운영에 영남권 인사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당직 인선과 지도부 지역 순회와 관련해 영남권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들로 하여금 불만을 표출하게 한 계기다. 영남권 배려를 기대했던 사무처장에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완주)이 낙점된 데 이어 특보단 단장에도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이 임명됐기 때문.총선과 6·5 재보선 참패 후 당내에서 입을 열 수 없었던 그들일지라도 지도부의 공개적 무관심에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체성 공방에 대한 회의감으로 번져 지도부를 비난하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정치권은 여당내 영남권 인사들이 지도부에 조직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하리라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표적으로 비주류 중진들이 반 박근혜를 자임하며 활동의 폭을 넓혀 왔었다. 3선의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으로 설명되는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박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독설을 내뿜었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을 제외한 두 의원은 다소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며 잠시 날을 거뒀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독재자의 딸’ 등으로 박 대표를 지칭하며 여전히 강도 높은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또 관심이 가는 대목은 김문수, 홍준표 의원이 박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시장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현재 취하고 있는 관망노선이 지속될지 여부다.이런 와중에 초선인 고진화 의원(영등포 갑)의 활약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고 의원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조목조목 박 대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그는 과거사 규명과 국가정체성 논란이 정쟁의 수단으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 지적했다. 또 현재의 논쟁이 민족정기를 되찾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박 대표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김덕룡 원내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당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다 최근 박 대표의 우군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친 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DR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어 박 대표와 돌아앉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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