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백수오 파동
끝나지 않은 백수오 파동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6-01 12:15
  • 승인 2015.06.01 12:15
  • 호수 1100
  • 2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홈쇼핑업계 ‘불똥’… 소비자·업체 “답답”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백수오 파동에 끝이 없다. 한 달째 계속 번진 백수오 파동이 지난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모호한 결과 발표로 업체의 피해만 더 키웠다.

식약처가 발표한 백수오 관련 제품 전수조사 결과에서 백수오 성분 ‘확인불가’ 제품이 대거 나오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으로 인해 타 제품 판매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관련 농민들도 항의시위를 벌이며 격렬히 대항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주가하락은 물론 기업이미지 추락에 대해 고심하는 대외협력 담당자들의 곡소리도 들린다.

국순당도 가짜 성분 논란…백세주 3종 자발적 회수
재배 농가 항의집회…관련 기업들 매출 하락 불가피

백수오 파동이 이제 주류와 건강식품 시장 전반까지 흔들고 있다. 홈쇼핑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은 제품이 가짜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2011년부터 백수오 관련 제품을 홈쇼핑 등에서 판매해온 한 기업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백수오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제품 생산·판매를 중단했다. 홈쇼핑사와 자사 고객센터로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국순당도 마찬가지다. 대표제품 ‘백세주'의 원료 시료 두건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생산을 중단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이번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확인된 원료 사용 제품뿐 아니라, 백수오를 원료로 쓰는 백세주·백세주 클래식·강장 백세주 등 3가지 종류의 백세주 모두를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은 시중에 풀린 국순당은 식약처의 요청보다 더 수위 높은 조치에 나서며 사태를 초기에 진정 시키겠다는 각오다.  회수 대상 제품의 규모를 약 100억 원(소비자가격 기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백세주에는 백수오를 포함한 약 10여가지의 한방재료가 들어간다. 보통 백세주 1병(370㎖)에 약 0.013g 정도의 백수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백수오가 어떻게, 어떤 과정에서 섞여 들어갔는지는 아직 국순당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국순당 관계자는 “보통 1년에 모 지역 거래처로부터 약 200㎏ 정도의 백수오를 공급받는데 일부 농가가 공급한 원료에 섞여 있었던 것인지, 다른 유통 과정에서 들어간 것인지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인한 후폭풍은 홈쇼핑 업계로도 확산되면서 홈쇼핑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이 지금 하고 있는 부분 환불은 사실상 보상의 근거가 없음에도 실시하는 것”이라며 “제조업체가 잘못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식약처가 마련해주길 기대했고, 그래야 나중에라도 내츄럴엔도텍 등에 구상권을 요구할 수 있는데 식약처 발표는 되레 제조업체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판매한 홈쇼핑 업계가 책임지게 됐다며 하소연 한다.

홈쇼핑업체들이 전면적인 환불을 꺼리는 이유는 금전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수오 매출 1240억 원 가운데 75%가 넘는 940억 원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됐다.
최근 3년간 누적 판매금액은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 홈앤쇼핑은 3년간 1000억원가량 백수오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롯데홈쇼핑 500억 원, CJ오쇼핑 400억 원, 현대홈쇼핑 200억 원, NS홈쇼핑 11억원 등이다.
홈쇼핑업체는 판매 금액의 30% 가량을 판매수수료로 받고 있다.

예컨대 홈앤쇼핑을 기준으로 하면 1000억 원을 판매했으니 약 300억 원 가량이 매출로 잡힌 것이다.
이미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백수호 제품을 환불받더라도 재판매는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제조업체에 반품처리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반품받지 못하겠다고 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홈쇼핑업체들은 제조사인 내츄럴엔도텍이 이를 보상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일부 금액을 제외하면 전부 손실로 처리되는 셈이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판매한 금액 중에 수수료인 매출액이 자칫하면 모두 손실로 처리되는 만큼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백수오를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감당하기에는 손실 금액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모 업체 담당자는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미 죽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울음을 터트렸다. 백수오를 재배하는 제천시 지역 농민 40여 명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을 항의 방문했다.

피해 곡소리만 들려

일부 매체를 통해 이엽우피소(중국도입종) 90%가 백수호로 둔갑돼 유통됐다는 보도에 따라 재배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항의성 방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을 방문한 백수호 재배농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전체 백수오 중 90%가 가짜라는 보도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백수오는 제천지역에서 100여 농가가 116만 평을 재배하고 있는 특용작물로서 1년에 50억 여 원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백수호 농가를 대상으로 종자와 비료, 지주대 등 농자재 지원 외에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제천지역에서 토종 백수오가 재배되고 있다는 홍보를 통해 백수오재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도 분통을 감추지 못했다. 식약처의 전수조사를 통해 제품이 진짜인지, 건강에 유해한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가짜 백수오 피해 온라인카페에는 식약처의 조사결과가 답답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이 검찰수사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207개를 조사한 결과, 진짜 백수오 제품은 10개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40개 제품에선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나머지 157개 제품은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 ‘확인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조사 대상 59개 제품 가운데 58개가 ‘확인불가’로 발표됐다. 확인 불가 가운데 45개는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다.

제대로 된 제품은 불과 5%였다는 설명이다. 백수오 제품 95%는 사실상 가짜거나 효능이 없다, 이렇게 결론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제조하는 회사에 불똥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짜 백수오 파동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