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뉴타운 조성 숨겨진 비밀
재벌가 뉴타운 조성 숨겨진 비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6-01 12:12
  • 승인 2015.06.01 12:12
  • 호수 1100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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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외식사업 호재 업고 재부상…돈 되는 부동산 ‘싹슬이’ 매입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일반인들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매입보다 비싼 전세가 등장하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한다.

하지만 재벌가 회장님들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다른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반인이 땅 3.3㎡(한 평)를 사기도 힘든 동네에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빌딩을 척척 사들이고 있다. 매물이 나오자마자 매입이 이뤄지고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구매에 나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삼성·신세계타운, 현대차 한전부지로 몰리는 오너
정상적인 매매 문제 없어…다만 투기붐 역할은 지적

사실 대기업 오너들이 빌딩을 얼마에 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매물이 비싸더라도 구매 의사가 있는 오너가 실거래가에 구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세금을 낸다면 구입 자체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 

다만 특정 지역 부동산 매입에 몰두하면서 투기 의혹과 역풍을 맞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인 곳이 청담동과 현대차가 매입한 삼성동 한전부지 일대다. 청담동의 경우 삼성타운과 신세계타운 조성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다른 재벌가와 유명인들의 빌딩매입 러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가 매입한 한전부지 역시 매입 결정이 나기 전부터 주변 건물을 사들이려는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 업체의 전언이다.

청담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노른자위로 통하는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대로변 토지 가격은 2010년 여름부터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3.3㎡ 당 최고 2억~2억5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삼성과 신세계를 따라 해외 명품 브랜드가 속속 들어오고 있어 앞으로도 빌딩 품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부지 인근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성 부지를) 현대차 인수 확정 후 주변 시세가 오른 것은 물론 매물이 등장하기가 무섭게 판매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빌딩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 중에는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빌딩 매입에 나서는 이들도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누가봐도 호재가 예상되는 만큼 전문 투기꾼의 등장은 당연지사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재벌가·전문투기꾼
경쟁하듯 사들여

청담동은 이미 삼성과 신세계의 이름을 건 타운이 조성 중이다.
신세계는 압구정로 60길을 끼고 있는 청담동 7○·7◇·8○·8◇·8△번지 일대 토지 및 빌딩 대부분이 신세계 소유다.

이 외에도 신세계는 이 일대 빌딩 2채를 2013년 더 매입했다. 현재도 빌딩 매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가 현재까지 청담동·신사동 일대에 매입한 빌딩은 신세계인터내셔널 명의 12개(20개 필지), ㈜신세계 명의 2개(3개 필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 3개(3개 필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명의 1개(1개 필지) 등이다. 이마트도 지난 2012년 도산대로변 신사동 빌딩을 매입했다.

신세계는 이 밖에도 청담사거리에 약 1000㎡의 부지를 매입해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신사옥을 올리고 있어, 그야말로 청담동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산대로를 기준으로 북쪽이 신세계 영토라면 남쪽은 삼성 땅이다. 삼성은 4~5년 전부터 청담동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삼성생명은 2012년 효성골프클럽이 있던 청담동 3번지 일대 9개 필지(약 3300㎡)를 대거 사들였다. 이래빌딩·유담빌딩 등 빌딩을 5개나 끼고 있던 부지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 위치한 청담동 79-1△번지 빌딩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이 땅을 시세의 2배 값에 사들였고, 패션브랜드인 ‘토리버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다. 과거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이 있던 바로 옆 78-△번지 빌딩도 이 회장 개인이 매입했다.


최근에는 대상그룹도 청담동의 빌딩 매입에 적극적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대상 상무는 2010년 4월 청담동 8△번지 토지와 빌딩을 약 260억 원에 사서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신축했다.  이 밖에도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최근 도산대로 75길에 위치한 빌딩(청담동 99-△)을 법인 명의로 매입해 폴바셋 등 자사 외식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도 최근 도산공원 앞 빌딩(신사동 651-△)을 자신이 운영하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명의로 175억 원에 매입했다. 여기에는 현재 화장품 브랜드인 SK-ll가 들어섰다.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청담동 1-△△번지에 3층 규모의 주택과 빌딩이 혼재된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현재 카페 등에 임대를 준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이사장은 76억 원에 청담동 JYP빌딩을 사들였다.

삼성동 한전부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과 그에 따른 개발 이슈로 어느 빌딩이 후광 효과를 누릴 것인가도 관심사다. 우선 가장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한진이다. 부동산 관리 전문 자회사인 정석기업이 삼성동 168-△△번지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빌딩은 한전 부지와 거리가 100m 안팎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부지 인수가 결정된 이후, 한전 땅 시세는 약 30%, 인근 시세는 10% 이상 올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 일가와 전문 투기꾼들이 청담동과 삼성동 한전부지 인근에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높은 투자 가치에 있다. 청담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경기와 무관하게 소비가 꾸준히 이뤄지는 곳이다.

특정지역 매매에
몰리는 이유는

또한 재벌 3·4세들이 패션과 외식사업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일대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미 청담은 패션과 외식의 일번지로 자리매김 했고 유명 상점들이 대거 유입된 상태다. 고소득층의 활발한 소비활동에 발맞춰 의류·잡화·요식업 등 고급 매장들도 줄지어 입점 대기 중이다. 시장의 수요를 매장 공급이 못 따라가다 보니 시세와 상가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재벌가 입장에서는 경기 악화와 소비 심리 부진 등으로 기존의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을 이 지역 부동산에 묻을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투기꾼의 입장에서도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입을 하는 건 그만큼의 수익율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임대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실인데 재벌가가 주변에 빌딩을 매입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프리미엄 상승은 물론 매매도 쉽게 이뤄지고 있어 호재를 부른다”며 “일부러 윗돈을 더 주고 재벌가가 산 기업 주변 건물을 매입하는 투기꾼들도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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