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고용부’는 가라, 우리가 나간다
‘불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고용부’는 가라, 우리가 나간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6-01 11:18
  • 승인 2015.06.01 11:18
  • 호수 1100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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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미래 책임질 ‘을지로위원회’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간 반목으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을지로위원회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013년 5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46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갑의 횡포’로 눈물 흘리는 ‘을’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을’들의 현장을 찾아 소통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기 위해 노력한 만큼 시민들로부터 ‘밥값 하는 국회의원들’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야당다운 야당’은 사라지고 ‘무능한 정당’으로 변해 버린 새정치연합, 시민들은 그들의 미래를 을지로위원회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요서울]에서는 우원식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을지로위원회의 활약상과 야당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을’을 위해서라면 국회의원의 모든 권한 총 동원한다
활동방식·가치지향 달라도 국민이 원하면 정책 채택

을지로위원회 탄생의 촉매제는 남양유업사태였다. 당시 남양유업사태는 ‘갑’의 횡포 속에서 눈물 흘리고 있던 ‘을’들을 폭발하게 만들었고 전국민이 약자인 ‘을’이 처한 상황에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을지로위원회다. 우원식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을지로위원회는 현장에서 절박한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약탈적 성장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야만성과 양극화를 고발했고, 현장을 지키며 을과 함께 노숙도 하고 규탄도 했다.”고 말했다.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의 사무실로 찾아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민과 국회에서 부여한 국회의원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총 동원해 ‘을’들의 억울한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구조적인 해결을 위한 입법안도 발의했고 통과를 위해 단식도 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을지로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은 약 200여 건, 법률상담 100여 건이다. 관련 기자회견 150건, 현장방문 72건을 진행했다. 그 결과 55건의 현안이 타결됐고 9건의 법률안이 통과됐다. 우 위원장 표현을 빌리면 해결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웠고 그래서 이길 싸움은 이겼단다.

끈질기게 싸우고
이길 싸움은 이긴다

위원회 탄생의 시초가 됐던 남양유업 사태는 개선안 합의를 이끌어냈다. 본사가 피해대리점주협의회 소속 대리점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밀어내기 등의 갑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미니스톱·배상면주가·CU편의점·롯데마트·CJ제일제당 등의 가맹점·대리점 본사와 점주 간의 크고 작은 합의와 본사의 피해 구제를 이끌어냈다.

이밖에 용역업체 일방 변경에 따른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해고 문제를 다루면서 전원 복직을 이끌어냈고,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C&M 케이블 노동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고공농성 등도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 개선과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을지로위원회가 아닌 정부 또는 해당 기업주들이 나서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갑의 횡포는 상당히 고질적이다.

우원식 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공정거래위원회나 노동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공정위는 ‘불공정거래위원회’라고, 노동부는 ‘대기업 고용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가.”라며 “감시기관의 무능과 무책임이 오늘날 을지로위원회가 2년 동안이나 활동하게 만들었으며, 안타깝게도 을지로위원회는 당분간 계속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우리의 목표는 을지로위원회를 해체하는 것이다”며 “우리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된다면 을지로위원회의 역할이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을’의 고착화 해결 위해
20대 청년 문제에 관심

을지로위원회는 눈에 보이는 ‘을’들의 문제만 다루지는 않는다. 간접고용·중소 상공인 살리기 문제 뿐만 아니라 20대 청년의 민생문제와 용산 화상경마장 문제도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0대를 위해서는 청년들의 ‘든든한 빽’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20대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원생과 교수간의 갑을문제, 과도한 교육비 등을 다룬 ‘대학원생의 눈물’부터 20대 청년·대학생들의 주거난·주거비용 문제를 논의하는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다.

20대 청년들의 민생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우원식 위원장은 “오늘날의 20대는 대학 등록금 및 주거비 마련, 취업난을 거치면서 세대 자체가 마치 을(乙)이 된 듯한 구조로 고착화돼 가고 있다”며 프로젝트 진행 배경을 설명했다.

계파논쟁, 국민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성과 및 인기와는 반대로 지금 새정치연합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난파 직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선거의 패배로 시작된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을지로위원회의 약발조차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일 하는 국회의원’ ‘사랑받는 국회의원’이라며 칭찬받는 위원회 의원들이지만 정작 당의 정책이나 의제설정 과정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원식 위원장은 “당이 선거 패배를 둘러싸고 ‘계파주의’ 논쟁, ‘중도주의’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논쟁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 위원장은 “국민이 공감하는 의제 설정,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활동풍토, 공동으로 협력하는 오케스트라 정당,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 싸우는 단호한 민생정당으로 바꿔나가는 이른바 ‘을지로 정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바꾸는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0년대 정치적 민주화 세력이 당에 들어와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었다면 2010년대는 경제민주화 세력, 이 땅의 을들이 당을 모조리 다 바꿔 정권재창출의 주역이 되도록 만들겠다”고도 전했다.

위원회 활동 공감하면서
정책 채택은 안 해

정당을 떠나 국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돌봐주는 상설위원회는 많이 생길수록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위원회라고 해도 그 영향력이 정당과 정부에 미치지 못하고 위원회에만 머물러 있다면 제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을지로위원회도 아쉬움이 많다. 위원회에서 2년여간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문제들이 정작 당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 위원장도 이러한 한계는 인정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현장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접한 문제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야만 개선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예를 들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건설근로자의 임금체불, 대기업 유통재벌에 의한 골목상권 및 중소 자영업자 파괴 등의 경우는 지나친 규제완화 및 무분별한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제도의 보완을 통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그러나 을지로위원회의 의제가 우리 당의 중심이 되어 정부·여당에 강력한 압박을 펼치지 못했다. ‘을’을 위한 법안이라고 해도 정부 여당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 막힌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당 내에서도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높으나 을지로위원회의 활동 방식, 가치 지향을 당 전반으로 확산시켜 당을 바꾸는 혁신으로까지 받아들지는 못하고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에서 을지로위원회의 입법 과제와 예산을 당의 최우선 처리 과제와 지침으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의 고백은 우리나라 정당의 한계이자 수준을 나타내는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입법안이라도 당의 가치 및 활동방식과 맞지 않으면 선택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정당들의 현주소다. 유연성 없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보며 국민들은 오늘도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전국의 ‘을’들을 위해 위원회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을지로위원회에 피해사례를 고발하려면 을지로위원회 홈페이지(www.euljiro.k r)로 접속하면 된다. 홈페이지 메뉴에 있는 ‘신문고’ 코너를 찾으면 피해사례를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minjooeuljir)과 트위터(@minjooeuljiro)로도 피해사례를 접수할 수 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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