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 강남구 ‘프리미엄 과외’
사교육 1번지 강남구 ‘프리미엄 과외’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6-01 10:34
  • 승인 2015.06.01 10:34
  • 호수 1100
  • 3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있으면 체육부터 인성까지 ‘맞춤형 컨설팅’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사교육의 메카 서울 강남구. 이곳에는 수많은 학원들이 몰려 있으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원과 독서실 등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한다. 거주 주민들이 고소득층인 만큼 이들은 자녀의 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 ‘강남맘’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한 달에 사교육비를 기본으로 100만 원 이상을 쓰고, 학원 강사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최근에는 학원보다 개인 과외가 증가하는 추세다. 강남 부모들의 프리미엄 사교육에 대해 알아본다.

인성 교육진흥법 의무화 따라 사교육 시장 들썩
“월 천만 원에 책임지고 대학까지 보내드립니다”

초등학생 2학년 윤모군의 엄마 김모(35·여)씨는 최근 아들의 체육과외 선생님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달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윤 군의 달리기가 느리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김 씨는 윤 군에게 줄넘기와 달리기를 시켰다. 윤 군은 줄넘기를 10바퀴도 돌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달리기 실력도 형편없었다. 이웃에게 ‘미리부터 (입시를)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김 씨는 고민 끝에 윤 군에게 체육과외를 시키기로 하고 체대 출신의 선생님을 찾고 있다. 김 씨는 “고등학생의 경우 모든 과목의 내신이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웃들 모두 어렸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만 뒤처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방과 후 1대1 과외
고가 스포츠 강의 인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학부모들 사이에서 체육 과외가 인기다. 국영수 등 수능 과목 위주의 사교육에서 이제는 김 씨처럼 체육 과외를 받거나 승마·수영·펜싱 등 고가의 스포츠클럽도 유행하고 있다. 체육 내신도 챙기고 체력도 키우기 위함이다. 또 공부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해결책이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체육과외는 집에서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 윗몸일으키기, 뒤구르기 등 수업을 하는 홈트레이닝과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스포츠클럽으로 나뉜다. 스포츠클럽의 경우 줄넘기, 뜀틀, 달리기, 테니스 수업을 하거나 승마 과외 등 고가의 스포츠 강습이 진행된다.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주부 A씨는 일주일에 1번씩 개인 트레이너를 부른다. 지난해부터 아들 김모군(11)의 운동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다. 트레이너는 1시간 동안 김 군에게 테니스와 줄넘기 매트 운동 등을 가르친다. 과외비는 한 달에 10만 원이다. 실기 시험을 앞둔 체육 과목이 있으면 집중훈련에 들어가기도 한다.

스포츠클럽은 강습비가 20만 원부터 4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주로 4~6명의 소규모 학생들만 데리고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혼자 연습하는 학생들도 있다. 고가 스포츠의 1대1 수업은 수강료가 70만 원이 넘어간다.

“대입 인성항목 반영
우리가 책임집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1조(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화된다. 교육부는 대입 과정에도 인성항목을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이라는 뜻을 가진 인성교육이 사교육 시장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성교육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학원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 전문 학원은 한 달 6번 수업에 70만 원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학원은 ‘착하게 보이게 만들어준다’고 홍보한다. 수업은 ‘조별 수행평가를 하면서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제를 친구가 보여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상황을 제시하면 학생들이 적절한 대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까지 책임지는
교육 대리모 인기

강남에는 이미 2년 전부터 수백만 원 이상의 인성과외가 등장했다. 수업방식은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가 컨닝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와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에게 적절한 답변을 가르쳐주는 형식이다. 또 면접을 대비해 표정, 걸음걸이, 앉은자세와 같은 태도 교정도 진행된다.

현재 강남에서는 교육 대리모도 인기다. 다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 입학까지 책임지고 교육을 담당하는 엄마들이 바로 교육 대리모다. 이들은 주로 자녀를 아이비리그나 서울대 등 명문대를 보낸 사람들로 보수는 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월 천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입시 컨설팅업체를 통해 구인구직이 이뤄진다. 대리모를 맡게 되면 아이의 학교, 학원선택부터 과외 선생님, 학과 선택까지 모두 이들이 책임진다. 아이의 사생활과 교육을 친엄마가 아닌 대리모가 전담하는 것이다. 심지어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함께 숙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의 교육에 시간을 전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돈만 지불하면 명문대에 보내준다는 입시 대리모가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자녀의 교육에서 부모가 완전히 배제된다는 점과 아이 스스로의 선택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강남의 프리미엄 사교육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