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스캔들·승부조작…돈에 훼손된 스포츠 페어플레이
FIFA 스캔들·승부조작…돈에 훼손된 스포츠 페어플레이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6-01 10:33
  • 승인 2015.06.01 10:33
  • 호수 1100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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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스포츠세계에서는 매 경기 각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페어플레이란 규정을 준수하고 스포츠맨십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승부조작을 비롯해 부정부패 파문이 일면서 체육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한국프로농구에서 승부조작 파문이 일면서 모든 프로스포츠가 긴장하고 있고 FIFA 실행위원들의 부정부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가 태풍에 휩싸였다. 돈으로 멍들어가는 체육계를 살펴봤다.

2년 만에 고개든 승부조작, 훈련비 횡령 등 비리로 만신창이
111년 된 FIFA 최소 1억5000만 달러대 뇌물스캔들로 초토화


최근 안양KGC인삼공사를 맡고 있는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프로농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지 2년 만에 다시 일어나면서 승부조작 악몽이 재현될까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이 kt 감독으로 있던 지난 2~3월 벌어진 경기에 대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돈을 걸고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채업자의 사기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직 감독의 혐의를 잡고 한 달반 동안 내사를 벌인 결과다. 이에 전 감독의 불법 스포츠 도박 베팅을 도운 것으로 지목된 강모씨와 김모씨 등 지인 2명은 구속됐고 곧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다만 구속된 지인 2명은 전 감독의 사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수사의 주요 잼정인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경찰과 전 감독 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승부조작 사건의 진실 여부를 가려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경찰 측의 입장에 대해 전 감독 측은 번호사를 통한 보도자료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 감독 측은 구속된 강 씨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강 씨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을 뿐 강 씨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 씨가 소개해준 사채업자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3억 원을 빌려 바로 계좌에 송금한 사실이 있을 뿐 강 씨가 불법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전 감독 측은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지난 2월 20일 경기에 대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미 kt가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상황에서 구단과 논의 끝에 주전 선수들을 보호하고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승부조작 파문
인삼공사 시름

이처럼 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되면서 인삼공사는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당초 인삼공사는 지난 1월 소속 선수였던 장민국의 아버지 장윤창 교수가 구단 사무실 기물을 파손하는 등 아들의 이적을 요구해 파문을 겪었다. 결국 팀의 성적도 고꾸라져 인삼공사는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에 구단은 전 감독을 영입하는 쇄신책을 내놨지만 돌연 승부조작 파문이 일면서 다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전 감독은 지난달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선수단 훈련에 얼굴을 내비친 뒤 잠적한 상태다.

더욱이 앞서 지난달 15일 전 감독은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출국금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전 감독은 구단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세금 문제 때문에 출국이 금지를 당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 감독이 정말 세금 문제 때문에 못 나간 것인지 아니면 이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구단에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인삼공사 관계자는 “전 감독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노린 인삼공사로서는 개막을 불과 3개월 앞둔 가운데 모든 것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형적 횡령
피해는 선수 몫

이번 승부조작 파문 이외에도 지난달 18일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협회 임원과 감독·코치 등 9명이 불구속 입건돼 또 다시 체육계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한 자치단체 실업팀 코치는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를 허위로 청구한 뒤 남은 돈을 횡령했다. 그는 공무원과 짜고 우수 선수 영입비용 명목으로 자치단체와 체육회로부터 수천만 원을 챙겼다.

또 경기장 운영자,  체육용품 공급업자와 결탁, 대관료와 물품대금을 부풀려 청구하고 차액을 가로챘다. 또 관련 공무원도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지역 경기 단체 전무이사는 체육회가 지급하는 억대의 ‘우수선수 관리지원금’을 스스로 챙겼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그는 선수들에게 전국체전 참가비 수령 명목으로 통장과 도장을 받아 돈을 빼돌리는 수법을 썼다.

여기에 국가대표 출신 두 지도자는 훈련비를 부풀려 횡령했고 한 경기 협회 간부는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책정해 협회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혔고 기업후원금 일부를 떼어 성과금 명목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히 채웠다.

경찰이 발표한 이들 범죄유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한때 도내 체육계에도 관행처럼 이어지던 전형적인 돈 빼먹기 수법들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체육계 비리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지도자와의 관계 때문에 정직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선수의 꿈을 접기도 했다.

또 불법을 저지른 단체는 선수 선발에 제한을 받거나 보조금이 삭감돼 선수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게 됐다.

월드컵 개최국 쑥대밭

국내 체육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미국 사법부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정부패, 비리에 대해 칼을 겨누면서 전 세계 체육단체를 비롯해 공식 스폰서, 월드컵 개최국까지 쑥대밭이 됐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달 27일 FIFA의 총체적 부패 의혹을 제기하면서 스위스에서 체포된 고위 관계자 등 모두 14명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린치 미 법무장관은 제프리 웹 FIFA 부회장을 비롯해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 훌리오 로차 발전위원, 라파엘 에스퀴벨 남미축구연맹(CONMEBOL) 집행위원, 잭 워너 전 부회장 등 고위직 9명과 미국과 남미의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뇌물수수 중재자 1명 등을 공갈, 온라인 금융 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 계좌 운영 등 47개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들은 각종 국제 축구대회에서 마케팅,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1650억 원)가 넘는 규모의 뇌물 리베이트를 FIFA 측에 건넸거나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 법무부 측은 “FIFA 관계자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유치위원회 관계자 등 25명을 수사 중이고 추가 기소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하는 것과 관련해 뇌물수수 의혹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FIFA의 부정부패 실상에 따르면 이들은 범죄조직 마피아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각종 방식을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NYT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월드컵 유치를 위해 FIFA 관계자들에게 최고 1000만 달러(약 110억4000만 원)를 상납했으며 개최지 선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모로코도 100만 달러의 상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제프 블래터 현 FIFA 회장(79)의 최측근인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도 뇌물을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워너 전 부회장은 이번에 기소된 뇌물수수 중재자에게 “프랑스 파리로 가서 남아공 월드컵유치위원 고위 관계자가 호텔방에 놔둔 1만 달러의 지폐묶음이 가득한 서류가방을 갖고 오라”고 지시해 가방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FIFA의 한 간부도 2008년 초 약 1000만 달러를 스위스 금융계좌에서 워너 전 부회장이 관리하는 금융계좌로 온라인 입금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외에도 워너 전 부회장은 2011년 FIFA 회장 선거 때 4선에 도전한 블래터 회장의 연임을 위해 돈을 살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워너 전 부회장은 당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한 호텔에서 캐리비안축구연맹 관계자들을 각각 따로 불러 4만 달러(약 4416만 원)의 현금이 든 편지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되자 블래터 회장은 “비리를 부리 뽑기 위해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FIFA 내에서도 비리를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고 전 세계 축구계가 범법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미 법무부의 칼날은 결국 블래터 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래터 회장은 이번 기소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FIFA에 대한 전면 수사가 이뤄질 경우 직접수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블래터 회장은 자신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 신임 회장 선거를 강행하는 등 물러설 뜻이 없음을 굳건히 했다.

지난달 2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65차 FIFA 연차총회 개막연설을 통해 “내가 모든 개개인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고 개개인의(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며 “그러나 FIFA 회장으로서 축구계의 명예가 훼손된 것에는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 “(FIFA 간부 7명이 수뢰 혐의 등으로 체포된) 어제의 일들은 전례 없이 축구계와 연차 총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몇몇 개인의 (잘못된) 행동 탓에 FIFA와 축구계의 명성이 진흙 속에서 망쳐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FIFA 회장직 재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미셸 플라티니 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영국 축구협회 그렉 다이크 회장도 지난달 27일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영국 존 위팅데일 문화·언론·체육부 장관 역시 이날 블래터 회장이 연임하면 FIFA 탈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FIFA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과 맞서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지지한다고 천명했고 캐나다, 호주, 유럽 45개국이 알리 왕자를 지지하고 나서 반 블래터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다만 알리 왕자가 블래터 회장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와 블래터 회장의 연임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축구계의 반응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스위스가 FIFA 간부들을 체포한 것은 블래터 회장을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시도라며 미국이 자신들의 사법권을 다른 나라에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스캔들의 진앙지로 알려진 카타르는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FIFA가 2022년 개최지 지위에 변경이 없다고 말해 굳이 미국에 맞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IOC 투명성으로
압박수위 높여

FIFA와 경쟁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FIFA 고위 인사들이 체포된 이후 슬프고 어려운 남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의혹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고 수사당국과 협력을 강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IOC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초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 위원들의 수당과 활동비를 모두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자원봉사자로 간주돼 봉급을 받지 않으며 단 올림픽 관련 활동에 필요한 이동비와 숙박비 등 경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FIFA와 블래터 회장에 대해 공세를 높여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체육계가 돈으로 얼룩지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승부조작과 횡령 비리 등으로 국내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프로농구는 강동희 전 감독의 사건이 2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다시 승부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농구팬들에게 경기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 과거 홍역을 치렀던 프로배구와 프로축구도 승부조작의 불똥이 다시 튈까봐 전전긍긍하며 각 구단의 선수들과 코치진에 대해 방지교육을 1년에 수차례 진행할 정도로 민감하다.

이와 함께 축구계 역시 FIFA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서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최악의 경우 FIFA계와 비FIFA계의 충돌이 예상돼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역시 위기를 맞게 됐다.

그간 국내외 스포츠 단체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늘 페어플레이를 외쳐왔다. 그러나 실상 스포츠의 기본인 페어플레이는 훼손된 채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체육계가 각성하고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정화에 노력해야 할 때다.

더욱이 매 경기 외치는 페어플레이를선수들에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 투명하고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이끌어내야 스포츠 팬들의 호응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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