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국가개혁 작업·MB정부 비리 수사 내막
[밀착취재] 국가개혁 작업·MB정부 비리 수사 내막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6-01 10:22
  • 승인 2015.06.01 10:22
  • 호수 1100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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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투자 사업 추가 폭탄 터진다

메릴린치 투자 등 검찰 수사 본격화
석유공사 압수수색 정치권 확대 임박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 직후부터 곧바로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편, 공공기관 개혁 등 국가개혁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아 총리에 정식 취임하면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을 총괄하고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개편을 담당하고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교육 및 사회 개혁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국가개혁 작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과의 대화와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신임 정무수석은 중진의 국회의원 출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6~8월이 국가개혁의 성패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으로,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로 국가개혁 작업에 다소 차질이 빚어진 만큼 황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노동시장·공공기관 등 개혁 작업에 가속도를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개혁의 핵심은 정·관·재계의 비리가 총체적으로 뒤엉켜 있는 자원외교 비리의혹이다. 이에 청와대는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자원외교 수사를 완주하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경남기업 등 전 정권 비리와 관련된 기업수사를 정치권 등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 이달 말까지 세부 실천과제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 8월까지는 연금개혁과 4대 부문 혁신,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 핵심 국정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내보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다음달 중순까지는 ‘황교안 내각’을 구축하기로 하고 지난달 26일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 했다. 국회는 이후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야 한다. 야당이 의도적으로 본회의 소집을 연기하지 않는다면 6월14일까지는 임명 절차를 마치게 된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내각 출범을 계기로 최 경제부총리와 황 사회부총리가 조기에 국회로 복귀하면서 7~8월 부분 개각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개각 시기는 연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조기 개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석이 된 법무장관 자리를 당장 채우기에 급급해 하지 않고 부총리 등 부분 개각 역시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활성화·정치개혁 등 핵심 과제들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개각은 청와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개각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뒤로 접어 둔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전방위 사정 이제부터 시작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지부진하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우선 주목을 끄는 것은 검찰의 한국석유공사 수사다.

검찰이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을 받는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달 12일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와 강영원 전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자원개발 관련 자료와 회계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내부 회의록 등을 확보했다. 석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경남기업의 자원개발비리와 관련해 집행된 지난 3월 18일에 이어 두번째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최고경영자로 있던 2009년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 회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베스트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자원외교 당시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힌다.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하베스트를 4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당초 계획에 없던 정유 부문 계열사 NARL까지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NARL의 사업 가치나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평가 시세보다 3133억 원 이상 비싼 1조2466억 원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석유공사측 인수 자문사는 메릴린치였다.

인수 후 매년 1000억 원씩 적자가 누적되자 석유공사는 작년 8월 NARL을 인수 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338억 원에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감사원은 올 1월 강 전 사장이 NARL의 부실 사실을 잘 알면서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인수 작업을 밀어붙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자료를 토대로 NARL 인수 과정에서 경영상 가치판단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두루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릴린치가 NARL 인수 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석유공사에 대한 수사가 부실 인수를 주도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주무 부처인 지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인수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최종 인수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의 석유기업 숨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원유매장량 등을 부풀려 적정가보다 670억 원 비싼 3450억 원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메릴린치는 해외 투자와 관련된 여러 의혹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2011년 9월 4일 국정감사에서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원금 20억 달러 가운데 15억 달러를 까먹는 등 막대한 외환 보유고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은 KIC의 부진은 민간 운용사에 비해 낮은 투자 경쟁력과 주식 투자에 대한 사후관리 실패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KIC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등에 투자해 2조 원에 가까운 투자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IC의 메릴린치 투자를 놓고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조 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 과정과 결정에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KIC는 2008년 2월 메릴린치 증자에 앞서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KIC의 메릴린치 지분 매입 당시 주가는 29달러 선이었으나 현재는 6달러 안팎이다. KIC는 또 메릴린치를 합병한 BoA로부터 메릴린치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금 1억4,500만 달러를 받아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7,800만 달러가량을 더 투자해 BoA 지분을 늘렸다. 말하자면 '되감기'식 투자를 한 것이다.

청와대 경우에 따라 읍참마속

하지만 BoA 주가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KIC의 BoA 지분 재투자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KIC는 멈추지 않고 BoA에 추가 투자를 계획하다 여론이 악화되자 급히 이를 보류했다.

투자전문가들은 KIC의 투자가 상식 밖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BoA 리스크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무모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메릴린치 투자가 결정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KIC의 투자 이면에 ‘대미 관계 개선’을 노린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IC의 투자에는 ‘MB정부의 역할’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약에서 KIC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KIC는 2008년 2월 투자 결정에 앞서 2007년 말경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를 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결정 과정 곳곳에 정권 실세와 긴밀한 이들이 포진해 있었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더욱 부풀린다. KIC는 MB 정권 실세의 측근들이 주축으로 구성됐다. MB 정권 인수위 당시 경제1분과에는 KIC를 잘 알고 있는 강만수 간사(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와 KIC 법 제정을 주도했던 최중경 전문위원(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버티고 있었다.

또 KIC에서 메릴린치 투자를 추진한 인물은 KIC 투자운용본부장이었던 구안 옹(Guan Ong)씨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 KIC 투자운용본부장이었던 구안 옹(Guan Ong)씨가 BoA 투자에 어떤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MB와의 관계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국회부회장의 아들 지형씨가 헤지펀드 회사인 블루라이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Blue Rice Investment Management)에 몸담고 있는데, 국내에서 'BRIM'으로 통하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바로 구안 옹씨다.

구안 옹씨는 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 글로벌 투자 총괄책임자로 있다가 지난 2006년 KIC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 2009년 임기가 끝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형씨는 BRIM에서 마케팅 담당이사(Senior Director of Marketing)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지형씨는 서울대 법대와 미시간대 MBA를 마쳤으며 지난 2000년 맥쿼리IMM자산운용 설립시 파트너로 참여해 대표까지 역임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블루라이스가 메릴린치 리베이트와 연관돼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메릴린치 리베이트가 00사로 넘어왔고, 그 돈은 다시 ‘제 3의 장소’로 간 뒤 증권가에서 사라졌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야권은 ‘제 3의 장소’로 블루라이스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메릴린치 투자 건은 홍석주 전 사장 임기 때인 2008년 1월 결정됐고 그 해 7월 취임한 진영욱 전 사장이 관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진영욱 전 사장은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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