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 배우 최주봉]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제겐 영광이죠”
[스타 인터뷰 | 배우 최주봉]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제겐 영광이죠”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5-06-01 10:20
  • 승인 2015.06.01 10:20
  • 호수 1100
  • 3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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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랑

“악극은 신명이죠.”

최주봉은 악극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악극 ‘봄날은 간다’에 출연 중인 동탁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매회 공연으로 엔돌핀을 얻고 있다. ‘배우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겁다’는 그만의 신념이 열정적으로 무대를 꾸미게 만들었다. 
 
“사람을 신명나게 하는 데 악극만한 게 없어요. 신명은 이심전심이에요. 배우가 신명나면 관객도 신명이 나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조금만 불을 지피면 누구보다 신나게 즐기거든요.”
 
악극 ‘봄날은 간다’는 2003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매 공연 호평과 찬사가 이어진 작품이다. 최주봉은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봄날은 간다’를 선택했다. 지금껏 출연했던 다섯 개의 악극 중 가장 가슴에 남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힘과 정열만으로 무대를 꾸미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세월의 노련함을 더했다. 감정 전달을 위해 호흡을 조절하고 작품 곳곳을 꿰뚫어보는 눈을 통해 관객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가 맡은 ‘동탁’이란 인물은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나는 남자다. 가족을 버리진 않았지만 배우라는 꿈을 일찍부터 가슴에 품은 건 최주봉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배역에 애정을 갖고 그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서커스라든가 유랑극단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꿈을 품었죠. 그래서 동탁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만큼 그는 동탁에 동화됐다. 첫날밤을 보낸 후 떠나온 부인 명자에 대한 애틋함, 부모님에 대한 효심, 가족을 버린 죄책감 등의 감정이 매 장면마다 잘 녹아져있다. 특히 재회한 명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연기인생 45년 차…무대 지키는 천상배우 
 
▲ 사진=뉴시스
“난 배우가 팔자인 사람입니다.”
 
최주봉은 1969년 연극 ‘퇴비탑의 기적’으로 데뷔했다. 어느 덧 연기인생 45년 차를 맞았다. 스스로 배우를 운명이라 생각하는 만큼 무대에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제가 무대가 아니면 어디 있겠어요. 365일 무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요. 그 자체가 저한테는 행복이에요. 제 삶이 가는 길에 무대가 있다는 게 즐거움이죠.”
 
관록의 중견배우인 그가 오랫동안 무대를 즐길 수 있던 이면엔 꾸준한 관리가 있다. 배우는 무대를 지키고 버티는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매일 두 시간씩 운동을 하며 체력을 쌓고 있다. 
수많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지만 그가 아끼는 캐릭터는 역시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1986)’의 만수 아빠와 ‘왕룽일가(1989)’의 쿠웨이트 박이다. 오랫동안 변치 않고 각인된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되레 “고맙다”고 말했다.   
 
“부담스럽긴요. 오히려 ‘만수 아빠’,‘쿠웨이트 박’등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고마운 일이죠.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게 흔치 않잖아요. 저한테는 영광이죠.” 
 
인생의 탑을 켜켜이 쌓아온 최주봉. 가장 화려한 봄날은 지나갔지만 항상 그 봄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속내를 전했다.
 
“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오지 않거든요. 능동적으로 봄을 맞아야 그 봄을 오래오래 지탱할 수 있어요. 마냥 봄을 기다리기만 하기엔 인생이 아깝잖아요.”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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