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않으면 비난 받는 암묵적 규칙
지키지 않으면 비난 받는 암묵적 규칙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6-01 10:18
  • 승인 2015.06.01 10:18
  • 호수 1100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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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불문율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다”

▲ 뉴시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불문율. 누가 정했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규칙이 있다. ‘돗대(마지막 남은 담배)는 손대지 마라’ ‘결혼식에 흰 옷을 입지 마라’ 등과 같이 불문율은 스포츠, 연애, 인간관계, 경조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존재한다. 그러나 불문율은 명확한 기준이 없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을 가하는 경우 논쟁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불문율에 대해 알아본다.

‘축의금은 홀수로’ ‘언론 엠바고 준수’ ‘결혼식엔 흰 옷 NO’ 
기준 명확하지 않아… 융통성 있게 예의 갖추는 것이 중요

지난달 23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KT위즈의 경기에서 KT의 주장 신명철 선수가 한화 선수단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화가 5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9회 초 도루를 시도하고 9회 말 두 번의 투수교체를 하는 등 ‘불문율’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야구에서는 경기 후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역전당할 가능성이 없을 때 이기는 팀의 선수가 도루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역전당할 가능성’에 대한 기준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한화와 KT의 논란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야구 큰 점수 이기면
번트는 하지 않아

야구는 또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번트를 하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다. 이뿐만 아니라 ‘삼진 잡은 투수가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세레모니를 하는 행위’ ‘홈런을 친 타자가 방망이를 던지면서 폼을 잡거나 날아가는 공을 구경하는 행위’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행위’ ‘벤치 클리어링 상황 시 벤치에 남아 있는 행위’ 등을 하지 않는 것도 암묵적인 규칙이다. 이러한 불문율을 지키지 않을 시 보복성 빈볼 시비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축구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선수가 다쳐서 쓰러졌을 때 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차서 아웃시키는 것과 경기가 다시 시작됐을 때 공을 차낸 팀이 공격권을 가지는 것이 불문율이다.

당구에서는 공을 운 좋게(뽀록) 쳤을 때 상대를 향해 인사를 해야 하며, 배구에서는 공격이나 블로킹에 성공했을 때 상대 선수를 향해 세레모니를 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스포츠의 불문율은 상대팀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된 사항이 많다. 이를 어기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로간의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회식은 반강제적
인사고과에 반영

회사의 경우 회식이 있을 때 반강제적으로 참석해야 하고 신입사원은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또 상사와는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지 말아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다. 식당에서는 상사를 상석에 앉혀야 하며 메뉴는 상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주로 회사의 불문율은 조직생활에 대한 내용이 많으며 이를 어길 시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군대에서는 병장끼리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소속 부대가 다른 병사에게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또 방송에서는 뉴스의 경우 남자 앵커가 첫 인사와 첫 번째 기사를 소개한다. 연예인이 같은 시간대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 것, 언론의 경우 엠바고를 준수하는 것 등의 불문율이 있다.

사회 곳곳에서도 다양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어린이 노인 여자를 먼저 구해야 하며, 남의 돗대는 손대면 안 된다. 대중교통에서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면 남과 떨어져서 앉아야 한다. 비행기에서는 비행기 사고와 관련된 방송은 나오지 않으며 장례식에 갈 때는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흰 옷을 피해야 한다. 축의금은 홀수로 맞춰야 하지만 10만 원, 20만 원 등은 가능하다. 결혼식에서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며, 신랑신부의 부모가 없을 경우 형제나 친척 등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해석 달라
논란이 발생할 소지도

이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통용되는 불문율이 있는가 하면 특정한 곳, 특정한 사람들 사이의 불문율도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최저 시급을 받지 못하며, 식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으로 해결한다. 통도사는 양대 문중인 극락 문도회와 노천 문도회가 번갈아가며 주지스님을 배출하는 것이 암묵적 규칙이다. 해상사고 발생 시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해야 하며, 노래방에서는 1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예약하고 남의 노래를 자기 노래처럼 따라 불러서는 안 된다.

이같은 불문율은 지키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 ‘암묵적 규칙’일 뿐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서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신랑신부가 함께 동시입장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부부가 서로 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찾는 신랑신부가 많기 때문. 또 최근에는 주례 없는 결혼과 소규모 결혼식이 인기다. 그러나 이런 결혼식을 하객은 물론 신랑신부의 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에 대한 생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또 장례식장에 입고갈 검은 옷이 없으면 최대한 어둡고 무늬가 없는 옷을 입으면 된다. 결혼식에 흰 옷을 입고 참석할 때는 다른 색의 겉옷을 입으면 된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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