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지주사 전환 숨은 의도
대한제분 지주사 전환 숨은 의도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6-01 09:44
  • 승인 2015.06.01 09:44
  • 호수 110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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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소유 비상장사로 옥상옥 구조…경영승계 서막 올리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대한제분이 지주사 전환 체제를 가동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비상장 관계사 디앤비컴퍼니를 대한제분의 최대주주로 올리는 옥상옥 구조인데, 디앤비컴퍼니가 이종각 대한제분 회장의 자녀들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회사라 경영승계 과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비상장 관계사는 상장사보다 증여세가 적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포착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요서울]이 이를 들여다봤다.

디앤비컴퍼니 현물출자 통해 대한제분 지분 인수
사 측 “아직 정해진 것 없다” 해명에도 물음표 
 
대한제분(대표 이건영, 송영석)이 계열사인 디앤비컴퍼니(대표 이종민)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이미 지난달 18일 디앤비컴퍼니가 이종각 회장이 가지고 있던 대한제분 주식을 모두 사들이면서 기점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앤비컴퍼니는 지난달 18일 이종각 회장이 갖고 있던 대한제분 주식 32만721주 전량(지분율 18.98%)을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취득했다. 이로써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대한제분 지분 8.73%(주식수 14만7560주)를 더하면 총 27.71%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100주를 추가 매입해 총 보유 주식수는 46만8381주가 됐다. 
 
대한제분은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이번 작업은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효율성 증대를 위한 디앤비컴퍼니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디앤비컴퍼니가 지주사 전환의 중심이 된다는 점은 이종각 회장이 자녀들에 대한 승계작업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1970년에 설립된 디앤비컴퍼니는 파스타 수입판매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주식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이종각 회장의 장녀 이혜영 부사장과 장남 이건영씨 등  특수관계인이 81%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 19%는 대한제분의 자회사 대한싸이로가 갖고 있다. 
 
정리해보면 대한제분은 이제 디앤비컴퍼니에서 대한제분으로 그 다음 대한싸이로와 디앤비컴퍼니 순서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다. 사실상 이종각 회장의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가 최상위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옥상옥 구조의 완성이다. 
 
2009년 말 이종각 회장이 대한제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장남 이건영 부회장이 그 뒤를 이으면서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을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순으로 보는 데 힘을 보탠다. 
 
아울러 이종각 회장이 디앤비컴퍼니 지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경우 이들이 대한제분의 경영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세금에 대한 이득도 보게 된다. 따라서 부과되는 세금을 피해기 위해 디앤비컴퍼니를 활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의혹 해소는 언제?
 
디앤비컴퍼니는 비상장사인데 비상장사는 상장사에 비해 경영권이나 지분 승계가 상대적으로 쉬운 이점이 있다. 주식을 증여한다고 해도 상장사와 비교하면 세금을 적게 부과 받는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과 달리 미래가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과 싸이로컴퍼니 등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 높아 총수일가를 위한 회사냐는 비판도 들어왔다. 지주사 전환과 더불어 가지는 옥상옥 구조도 지적의 대상이다. 
 
기업 경영 평가사이트 시이오스코어에 따르면 디앤비컴퍼니는 지난 3년 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해외에서 수입한 파스타 제품을 대한제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실상이다. 
 
지난해 매출로 계산해봐도 매출액 70억 원 중 관계사 매출이 55억 원 정도로 비중이 약 79% 수준이다. 특히 이러한 회사가 대한제분 상위에 위치하고 옥상옥 구조를 가지면서 향후 불투명한 경영 체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높은 것이다. 
 
다만 대한제분 관계자는 너무 이른 예측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디앤비컴퍼니 지주회사 전환을 계획하는 단계”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경영승계 등의 예상은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한 가지가 지주회사 전환이다.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난 뒤 사업자회사 주식과 주식을 교환해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승계하는 순서다. 
 
실제로도 그룹들은 지주사 전환 카드를 지분율이 높지 않은 총수가 가장 효율적인 경영권 강화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올해만 보더라도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들까지 지주사 전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맞물려 최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시점이 코앞에 다가온 기업들은 이러한 모습이 자주 포착되며 완화된 규제도 지주사 전환과 경영 승계설에 날개를 달아준다. 
 
하지만 이처럼 각 그룹들이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주식 등 재산을 증여하는 모습이 늘어나면서 국세청이 법인세 대신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를 통한 증여가 경영권 간접 승계로 이어진다고 본것이다. 또 이는 대한제분과 같이 비상장 회사를 이용한 지분 증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향후 대한제분이 경영 승계를 어떤 식으로 이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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