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강간범 ‘비밀노트’ 내용 공개
연쇄강간범 ‘비밀노트’ 내용 공개
  • 이수영 기자
  • 입력 2010-05-25 10:08
  • 승인 2010.05.25 10:08
  • 호수 83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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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형’ 김길태가 ‘폭력형’ 조두순 이긴다
지난 3월 12일 여중생 납치 살해피의자 김길태(33)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 사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7년 동안 무려 45명의 여성들을 욕보인 일명 ‘군무원 발바리’에게 징역 17년과 전자발찌 착용 7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미군무원 신분의 정모(42)씨는 2002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북 구미와 대구를 추악한 성범죄로 물들인 주인공이다. 정씨는 여성 혼자 기거하는 4층 이하의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욕보였다. 그는 검거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얼굴을 이불 등으로 가렸고 범행 뒤 여성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신고를 막는 등 ‘영악한’ 강간범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지선 범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연쇄강간범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연쇄성범죄자들은 범행을 계획하고 목적을 이루기까지 일정한 패턴을 드러낸다. 정씨는 연쇄강간마 유형 중 가장 위험한 부류에 속하며 부산 여중생 살인범 김길태 역시 닮은꼴이다. 전문가들은 영악한 강간범들이 끔찍한 폭력으로 한 아이의 삶을 짓밟은 조두순보다 위험한 인물들이라고 경고한다.

박 연구위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쇄강간범들의 대표적인 범죄 행동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폭력형과 성적친밀형, 통제형이 그것이다. 폭력형은 말 그대로 피해자에게 필요 이상의 폭력을 휘두르거나 협박, 제압하는 경우다.


연쇄강간마 3대 유형

지난해 일명 ‘나영이 사건’으로 공분을 산 조두순이 바로 전형적인 폭력형 연쇄강간범에 속한다. 조씨는 1983년 성인 여성을 강간해 3년 간 복역한 뒤 2008년 당시 8살이었던 나영(가명)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했다.

폭력형 연쇄강간범들은 범행 시작부터 끝난 이후까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과도한 힘으로 제압하고, 흉기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해 마구 때리거나 밟고, 목을 조르거나 머리채를 잡는 식이다.

성적 친밀형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키스나 애무 등 스킨십과 함께 자신의 나이, 고향 등 개인 정보를 일부 공개하기도 한다. 피해자에게 이름을 묻거나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등 인간적인 친밀함을 강요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단순한 성교 뿐 아니라 유사성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성적행위를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통제형’ 범죄자들은 피해자를 통제하고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검거되지 않기 위해 치밀한 계산을 한다. 범행 전 미리 피해자를 결박할 도구나 흉기를 준비하고 모자나 장갑으로 신원 노출을 최소화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다.

범죄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씨는 연쇄강간범 유형 가운데 ‘통제형’에 속한다. 정씨는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만 골라 인적이 드문 시간에 가스배관을 통해 침입했고 피해자가 자신을 볼 수 없도록 이불을 덮어씌운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3월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숨을 빼앗은 김길태 역시 통제형 연쇄강간범의 전형이다. 그는 피해자의 신고를 막기 위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나름 치밀한 방법을 동원했다.

김씨는 알몸의 피해자를 노끈으로 결박해 검은 비닐봉투에 싸고 남은 옷가지는 따로 봉투에 넣어 남의 집 빈 물탱크에 숨겼다. 시신을 담은 봉투 위에 횟가루를 뿌려 증거인멸을 시도한 흔적도 있다. 소녀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비닐봉투와 노끈 등 필요한 장비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미뤄 시신 유기는 미리 계획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통제형’ 강간범 재범률 최고

이상의 세 가지 연쇄강간범 유형 가운데 가장 위험한 부류가 바로 정씨와 김씨 같은 통제형 범죄자들이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치밀함을 드러낸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가 하면 범행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범행 간격도 다른 유형 범죄자들에 비해 비교적 짧다. 통제형 범죄자들이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성폭행 사건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박 연구위원은 “통제형 연쇄강간범들은 저지른 총 범행 횟수가 다른 유형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으며 범행 간격도 상대적으로 가장 단기간 안에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 유형 가운데 재범률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고 재범 간격도 짧아 가장 고위험군의 강간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쇄강간범들은 나이가 20~30대인 경우가 많고 범행 당시 상당수는 미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은 생산직이나 서비스직 종사자가 대부분이고 학력도 초등학교 졸업에 그친 경우가 비교적 많아 전반적으로 학력 수준이 낮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들과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고 연쇄강간범 대부분은 1회 이상의 전과가 있으며 재범 기간이 비교적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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