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칼날 앞 검찰 ‘반격 시나리오’
MB 칼날 앞 검찰 ‘반격 시나리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10-05-25 10:06
  • 승인 2010.05.25 10:06
  • 호수 83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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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 李정권 향한 ‘血의 복수’ 초읽기

검찰의 ‘잔인한 봄’은 언제까지일까.

여야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한 검·경 개혁드라이브를 천명한 가운데 검찰이 벼랑 끝에 몰렸다. ‘검찰 스폰서’ 파문과 관련한 진상조사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의 조사가 파행으로 점철된 것 역시 치명상이다. 여야 정치권과 사회각계는 특검 상설화와 기소독점 완화 등을 무기로 검찰 ‘힘 빼기’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정권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검찰 내부에서 이 대통령과 여권을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만하다. 앉아서 손발이 잘리게 생긴 검찰이 회심의 ‘반격 시나리오’를 구상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한상률 게이트’ 등 현 정권 인사가 연루된 ‘핵폭탄급’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은밀히 내사에 재착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대(對) 정부 반격 시나리오가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을 직접 거론하며 수사기관 쇄신을 주문한 뒤 MB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성공을 거둘 지에 여론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검찰은 이번 ‘스폰서’ 사건을 내부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과 더불어 정치권에서는 이번 파문에 대해 특검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하고 나섰다.


劍 개혁파 ‘특검 물갈이’ 노리나

이 같은 의견에 검찰 내 개혁파도 힘을 싣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과거의 오명을 떨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특검을 통해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이루겠다는 은밀한 속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파벌 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더욱이 검찰수장이 정권 차원의 개혁 압력에 대놓고 인상을 구기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정치권이 제안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상설특검 의견에 반대의사를 확실히 표했다.

김 총장은 지난 12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문제에서 (검찰의) 권한과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든지 새 권력을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지금 수행하는 권력과 권한에 국민의 견제가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우회적이긴 하지만 공수처나 상설특검제 등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사실상 여당과 이 대통령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는 2008년 광우병 파동과 촛불정국을 거치며 공고했던 현 정권과 검찰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비칠 수 있다.

김 총장은 또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또 어디서 찾겠느냐”는 발언으로 여론의 맹공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여당 소속 의원들이 비난의 선봉에 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총장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뜻이 와전됐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례적인 검찰수장의 반응과 더불어 검찰 내 주류인 보수파 입장에서는 쇄신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MB정권과 정치권 유력인사들에 대한 ‘핵폭탄급’ 약점을 포착해 이용하는 것이다.


유력 시나리오는 이것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내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미뤄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격카드로 ‘한상률 게이트’에 대한 재수사를 꼽을 수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 논란과 그림로비 의혹, 부적절한 골프 회동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사퇴했다. 같은해 3월 미국으로 건너간 한 전 청장은 현재 뉴욕주립대 공공행정정책학과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터진 최대 ‘비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출국금지조치를 피해 해외에 체류하며 형식적인 서면 조사에만 응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한 전 청장이 귀국하더라도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한 전 청장의 계획출국설을 제기하며 정권 실세가 배후에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만약 한 전 청장과 관련, 재조사에 착수한다면 이명박 정권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상률 게이트’가 여론에 불거짐과 동시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현 정권에 ‘마이너스’인 까닭이다.

특히 한 전 청장이 부인의 간병을 위해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4월부터 세정가에 꾸준히 제기된 만큼 검찰의 노림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검찰이 드러내놓고 현 정권을 압박할 공산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 정권이 유지될 동안은 정면충돌을 피하는 대신 일련의 보복 시나리오가 ‘측면승부’를 위한 노림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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