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미·중 무력 충돌로 가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미·중 무력 충돌로 가나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5-26 12:11
  • 승인 2015.05.26 12:11
  • 호수 1099
  • 7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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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중국 대 주변국’ 에서 ‘중·미’ 대결 구도로
미국에선 “군함과 군용기 보내야“ 목소리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에 미국 군함이 출현했다. 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인터넷판인 환구망(環球網)은 5월 13일 싱가포르 주둔 미 해군 포트워스함(LCS)이 5월 11일 스프래틀리 군도 난웨이(南威)섬 근처를 항해했고 이에 중국해군 옌청함이 출동해 미 군함을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군함 출현에 中 긴장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스프래틀리 군도의 작은 섬들에서 중국이 선박 접안시설 등 보강공사를 계속하면서 이 해역에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남중국해의 문제 해역에 미국이 전투기와 군함을 보낼 수 있다는 최근의 미국발 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5월 13일 미국 측에 ‘미국 관리’의 발언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말한 ‘미국 관리’는 이날 <로이터> 통신이 “미 국방부가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산호섬들 근처로 항공기와 선박을 파견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한 기사에 등장한 관리를 가리킨다.

<로이터>는 이 기사에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항행(航行)의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는 애쉬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중국이 각종 시설을 건설해 오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 산호섬들의 12해리(22킬로미터) 이내로 군용기와 군함을 파견하는 것을 포함한 방안들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 건의는 백악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이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세계 교역에 중요한 해역에서의 항행 자유를 어떻게 강조하느냐를 우리는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카터 장관의 이 같은 건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먼저 보도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가지 방안은 스트래틀리 군도 상공에 미 해군 정찰기를 보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의 스트래틀리 군도 시설 확충공사가 너무 많이 진척되었으며 이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중국정부에 보내기 위하여 명확한 조처들을 취해야 한다는 견해가 미 국방부와 백악관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상황은 중국과 주변국이 대립하던 구조를 넘어 이제 미국과 일본이 직·간접으로 개입하는 확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정면 대치해온 필리핀과 베트남은 미·일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군사·경제 패권을 다투는 미·일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베트남 해안경비대는 5월 14일 베트남 다낭 인근 해상에서 합동 훈련을 했다. 이와 별도로 해적 대응을 위해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됐던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 2대가 일본 귀환 길에 5월 13과 14일 베트남 다낭에 기착했다. 앞서 일본 해상보안청은 5월 6일 필리핀 해안경비대와 함께 필리핀 해안에서 해적 퇴치 훈련을 했다. 이어 12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필리핀 해군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서 270㎞가량 떨어진 필리핀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했다. 앞서 지난 4월 말에는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이 필리핀 육해공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만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핵심이익’ 절대 양보 안해

중국 고위관리들 가운데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신속하게 따라잡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골목대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국 이익을 맹렬하게 주장한다. 중국은 영유권과 관련된 사안만큼은 ‘핵심이익’이어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문제는 중국이 필리핀과 베트남 같은 작은 나라들을 윽박질러서라도 장악하려는 남중국해를 미국도 핵심해역(海域)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지구 차원 군사전략 가운데 서태평양, 즉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은 핵심적 부분이다. 따라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 간 분쟁은 결국 중국과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의사가 없다고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판단한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미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총액으로 따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2014년 기준 2160억 달러)지만, 여전히 미국(6100억 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11척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1척뿐이다.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위협은 한참 과장돼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인적자원의 전문성과 전투경험이 부족하며 제도적인 약점과 취약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부패가 심하고 하사관들의 기량이 낮은 것도 중국군을 강군으로 볼 수 없게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기원 전 5세기 그리스에서 패권국 스파르타가 신흥강국 아테네와 무력 충돌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아테네의 군사력 증가가 스파르타를 불안케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신흥 강국이 패권국에 공포를 심어 이것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과정을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고 불렀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앨리슨 교수가 지난 4월 1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투키디데스를 다시 인용했다. 앨리슨은 이 자리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浮上)과 이것이 스파르타에 주입(注入)한 공포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500년
간 신흥강국이 패권국에 도전한 16사례 가운데 12사례에서 그 결과는 전쟁이었다”라고 소개했다. 앨리슨은 중국이 융성하고 있으며 미국이 쇠락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 반드시 관리해야 할 ‘고질적인 조건’에 직면해 있다고 결론 내렸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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