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공개 성명서는 기획유출?
문재인 비공개 성명서는 기획유출?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5-26 11:49
  • 승인 2015.05.26 11:49
  • 호수 1099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월 13일 비노 진영이 주축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회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당 내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노계가 겉으로는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공천 지분 챙기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그날 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귀가한 문 대표는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는 볼펜을 들고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한 당직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신 받았다. 김 여사는 “남편이 편지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성명서를 쓰고 있었다. 제목은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는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였다. 내용은 매우 거칠고 강경했다.

“당 일각에서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逆)패권주의다.” “당내 누구라도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하지 않겠다.” “내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 않다.”

당내 비노계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오후 6시 20분쯤 문 대표가 직접 작성한 초안 전문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문 대표가 파기를 지시한 문건이 어떻게 통째로 유출됐을까.

새정치연합의 A 당직자는 필자에게 “의도적으로 유출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B 중진 의원이 문건을 읽어본 뒤 무심코 회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왔고, 이를 한 기자가 발견해 기사화했다는 설명이다. B 의원의 부주의로 미공개 성명서 전문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중진 C 의원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유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문 대표가 보내온 성명서를 읽어보려고 갖고 있다가 한 기자가 달라고 해서 줬다. 이미 공개된 내용인 줄 알았다.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A 당직자와 C 의원의 해명과는 달리 당내에선 친노계에 의한 ‘기획유출설’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문건 작성을 도운 핵심 참모가 ‘문재인의 진짜 생각’을 비노계에 알리고 경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한다. D 정치평론가는 “부주의에 의해 유출됐다는 말을 믿는 건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며 “친노계 핵심 인사가 문재인의 마지막 카드를 의도적으로 슬쩍 보여준 기획유출”이라고 말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