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열풍 속 미운오리 LG생명과학
제약·바이오 열풍 속 미운오리 LG생명과학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5-26 11:23
  • 승인 2015.05.26 11:23
  • 호수 109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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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기대감 높아도 실적 부진해 발 동동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사실상 주가를 견인하는 것은 실적과 기대감이다. 물론 단기적인 급등락은 차트에 보이는 곡선을 만들기 위해 얼마든지 연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우상향은 이 실적과 기대감 중 어느 하나라도 꺾인다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생명과학은 다소 위험한 면이 있다. LG생명과학의 자체개발 당뇨치료제인 제미글로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작 실적은 지난 1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수출 1위에 빛나던 LG생명과학의 씁쓸한 현주소다.

당뇨치료제 제미글로 수익 나타나기까지 시일 걸려
비주력 정밀화학도 주춤영업이익·순이익 적자 지속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종목들은 단연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 의료 관련주다. 이들 관련주는 한때 내츄럴엔도텍 사태 여파로 잠시 단기조정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급등하는 추세다.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해당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21%가 넘게 올랐고 지난 20일 하루에만 6.68% 상승으로 강한 불기둥을 그렸다. 이는 타 종목들의 약세에도 아랑곳없이 홀로 약진하는 모습이라 더욱 눈에 띈다.

특히 업종 상위주들은 개별적으로 상한가를 치거나 동반 상승세를 연출하며 해당 종목으로 뭉칫돈을 불러모았다. 또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된 종목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도 함께 몰렸다. 이미 몸값이 오를 대로 올랐어도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약개발 제약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타 산업에 비해 제약산업의 잠재성장성을 더 좋게 평가해 주가에 반영하는 과정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신약후보물질 가치에 대한 반영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며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들도 뒤이어 상승 중이라고 평가했다.

화장품주 이어
대세로 등장한
의료 관련주

전문가들은 근래 의료 관련주가 화장품주에 이어 대표적인 상승 섹터로 지수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 관련 소비재 중 하나인 화장품주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장주들이 1년 만에 2~4배가 올랐다. 또 마스크팩 제조사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한 산성앨엔에스는 1년 만에 20배가 뛰면서 최고 화제주로 등극한 바 있다.

최근 제약주에서도 이러한 그래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미약품은 지난 32일 종가 104500원에서 521일 장중 487500원으로 2개월 반 만에 5배 가까이 뛰었다. 셀트리온도 추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지난 22일 종가 41500원에서 415일 종가 92300원으로 역시 2개월 반 만에 2배가 넘게 올랐다.

LG생명과학 역시 제약주에 속한 터라 같은 투자심리가 확인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1237250원에서 521일 장중 68900원을 찍으며 5개월 만에 2배 가까운 수치에 근접했다. 하지만 그래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 제약주보다 골이 깊고 봉우리를 만드는 속도도 다소 느리다.

이는 LG생명과학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나 실적에 대한 물음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생명과학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액 8365900만 원에 영업손실 413200만 원, 당기순손실 50800만 원이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6%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이다. 지난해 역시 LG생명과학은 대부분 분기마다 실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사실 주력사업보다는 비주력에 속하는 정밀화학의 수출 둔화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했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의 사업부문은 정밀화학의 비중이 20%로 그리 높지 않으나 이익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부문에서의 판매량이 부진하면 전체적인 실적도 함께 쪼그라드는 구조다.

변동성 큰 장
실매출 확인하고
투자해야 안전

문제는 정밀화학뿐 아니라 의약품 역시 신약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신약 제미글로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시기를 이르면 올해 후반에서 내년 초반으로 잡고 있다. 그때까지는 LG생명과학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근래 제약주의 폭등은 한미약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히 신약효과에 의존해왔다. 당장의 재무제표보다는 향후 창출될 고부가가치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 의료 관련주는 타 기업과 가치를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LG생명과학의 신약효과 역시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러나 훗날 이러한 거품이 꺼졌을 때 냉철하게 재평가가 이뤄지면 LG생명과학은 물론 타 제약사들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주를 비롯한 의료 관련주의 약진이 뚜렷하지만 이는 대부분 신약효과 등 예상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기대감뿐 아니라 수출 등 실매출에 근거한 실적까지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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