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동차업계가 노리는 세컨카 시장
국내외 자동차업계가 노리는 세컨카 시장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5-26 11:21
  • 승인 2015.05.26 11:21
  • 호수 109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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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거나 혹은 크거나…경차·SUV·컨버터블로 ‘극과 극’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아직은 시기상조로 분류됐던 국내 세컨카(Second car)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반적인 소유 형태는 1인당 1대 혹은 1가구당 1대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구조와 생활패턴에 대한 인식이 변하면서 원래의 메인카 외에 세컨카에 대한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사용자의 용도에 맞춘 세컨카 시장도 상당히 진화 중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시내·장거리 실속용 vs 취미·자기만족용 갈려
신차·중고차 가리지 않고 목적에 맞게 보유

이제 막 차장에 진급한 A씨의 현재 고민은 출퇴근용 승용차 외에 캠핑용 SUV를 한 대 더 구입하느냐다. 평일에 써야 하는 점잖은 메인카 대신 온전히 주말을 위한 세컨카를 갖고 싶은 욕구에서다. 물론 기름만 많이 먹고 장비는 별로 들어가지도 않는 승용차에 대한 불만도 한몫했다.

그렇다고 원래 있던 차를 바꾸자니 선뜻 내키지가 않고 한 대를 더 구입하자니 추가적인 비용이 부담된다.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A씨는 할인이 많이 들어가는 신차 SUV와 중고차 전문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 있는 헌차 SUV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반면 회사를 다니다가 독립 사업체를 차린 B씨의 고민은 약간 다르다. 운 좋게도 B씨의 사업은 틈새시장을 파고든 덕에 경기 불황에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한창 바쁘던 때가 지나가자 B씨의 눈은 국내 기후와는 다소 맞지 않지만 원래의 드림카인 컨버터블로 향하고 있다.

B씨는 현재 있는 고급 승용차도 비용 처리를 위해 법인 렌트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인카와 세컨카를 법인 렌트로 함께 가져갈 것인지 혹은 개인 소장용으로 둘 지를 두고 다소 여유로운 답안을 고르는 상황이다.

보다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경우에서 생각하는 쪽은 C씨다. 시내를 주행할 일이 많은 C씨는 보유한 승용차로는 연비가 마이너스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보다 작은 차로 바꾸자니 향후 커나갈 아이들의 원망이 걱정된다. 결국 경차를 한 대 추가로 구입해 주중에는 이를 운전하고 주말에는 원래 차를 쓰는 것으로 결심했다.

부유층 향유물 넘어
일반인 입맛에 맞춰

몇 년 전만 해도 세컨카라고 하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고정관념과 부를 질시하는 눈길이 강했다. 대부분 일반인들이 아닌 재벌가 또는 돈 많은 한량들이나 소유하는 것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범한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더라도 취미가 캠핑이라면 당당히 세컨카를 구입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집보다는 차가 좋다며 저축액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싱글족이나 장거리를 다니는 영업사원에 이르기까지 고객층도 다양하다.

이로써 국내에서도 자기 입맛에 맞는 세컨카를 고르는 것이 죄악이 아닌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이 온 셈이다. 여기에 트렌드를 감지한 수입브랜드와 국산브랜드들도 세컨카 시장에 저마다 눈독을 들이는 형국이다.

먼저 경차에서는 국산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기아차의 뉴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가 대세다. 수입차의 경우에는 경차라고 분류할 만한 것이 닛산 큐브 정도에 그친다.

더불어 SUV는 소형과 대형으로 취향이 갈리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국산 소형 SUV의 트렌디함을 자랑하는 기아차 쏘울과 쌍용차 티볼리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입차는 역시 소형 SUV인 폭스바겐 티구안이 최다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중장년층에서는 현재 보유한 차보다 실용성이 얼마나 있느냐를 따지는 만큼 구형 중고라 해도 대형 SUV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모하비와 같이 흔치 않은 국산 대형 SUV부터 싼타페·스포티지·무쏘까지 수요가 다양하다. 수입차로 넘어가면 BMWX시리즈와 포드 익스플로러가 대형 SUV 판매량을 견인한다.

이외에 럭셔리 세컨카를 노리는 이들은 여전히 벤츠 엠블럼에 집착하거나 페라리·포르쉐 등 고급 스포츠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세컨카가 컨버터블과 같은 특이한 형태인 점도 눈에 띈다. 아예 벤틀리나 마세라티와 같은 급으로 가면 세컨카가 메인카로 돌변하는 상황도 생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원래 세컨카에 대한 인식은 일부 부유층의 향유물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대놓고 상품을 기획하거나 홍보할 수 없는 애로가 컸다면서 최근에 와서야 이 같은 관념이 변하면서 구매자들도 더욱 다양한 포지션의 차량을 고를 수 있는 토대가 자리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박스] 검은 세단만 타고 다닐 것 같은 회장님들의 애마는

신문 지면상에는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기업 총수들의 사진이 종종 등장한다. 잘 살펴보면 특급호텔 앞이나 건물 앞에 정차된 커다란 검은색 세단에서 내리는 모습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 총수들은 모두 점잖은 업무용 차량만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나이에 관계없이 원조 세컨카 오너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병석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공식 차량으로 분류되는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최고급 부가티 등 다수의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차에 대한 관심이 큰 나머지 옛 삼성자동차를 만들 정도로 애정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아예 세컨카를 메인카로 만드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정 부회장의 차는 벤츠와 BMW부터 피아트에 이르기까지 취향이 다양하다. 또 국산 에쿠스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타는 식이다.

더불어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은 세컨카로 SUV를 선호했다. 허 회장은 아우디 Q7, 조 회장은 지프 랭글러, 장 회장은 랜드로버 레인지 등이 호사가들의 눈에 포착된 차량들이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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