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동맹 엘롯기, KBO흥행 보증수표지만 아쉬움 여전
굴욕의 동맹 엘롯기, KBO흥행 보증수표지만 아쉬움 여전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5-26 11:18
  • 승인 2015.05.26 11:18
  • 호수 1099
  • 7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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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사라진 엘롯기, 올 시즌 재등장으로 불편한 팬심
 삼성·KT를 제외한 비슷한 전력으로 필승분위기만이 승패 좌우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흥행의 중심은 단연 한화 이글스의 반격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통 흥행키였던 엘롯기(LG-롯데-기아)의 반등도 야구팬들의 주요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최근 펼처진 일명 엘롯기 대전을 통해 본격적인 중위권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굴욕의 동맹으로 불리는 엘롯기의 치열한 경쟁을 만나본다.

‘엘롯기 동맹’은 리그 흥행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인기 구단들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세 팀이 하위권을 차지하는 일이 많아 붙은 굴욕의 동맹을 말한다. 팬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팀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 이들의 출발은 좋았다. 20경기씩을 치른 지난달 23일까지 세 팀 모두 5할 승률을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후 약속이나 한 듯 힘을 잃고 지난 22일 현재 6위(롯데), 8위(KIA), 9위(LG)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의 깜짝 반등은 올 시즌 흥행 돌풍 한화가 주춤한 틈을 탔지만 한화 역시 다시 5할 대 승률로 복귀하며 사실상 세 팀이 막내 KT를 제외한 꼴찌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야구계에서는 공공연하게 “프로야구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LG, 롯데, KIA의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 이들 세 팀이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던 시기가 묘하게도 한국 프로야구의 침체기와 일치하고 있다. 그 만큼 세 팀의 팬 층이 두껍고 관중동원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모두 지난 19일부터 일명 ‘엘롯기 대전’을 갖게 돼 하위권 탈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롯데와 KIA는 올 시즌 리빌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팀은 지난 겨울 모두 혹독한 내분을 겪었다. 사령탑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잡음이 일었고 심지어 팬들과 갈등이 깊어지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구단들은 시즌 초반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이며 팬심을 끌어안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 못했고 약점들이 하나씩 드러난 상태다.

‘불펜 난조’ 롯데
필승라인으로 반등

▲ 이종운 롯데자이언츠 감독, 심수창 선수<뉴시스>
롯데는 지난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하며 부할의 신호를 알렸다. 특히 신예 선발 구승민이 4⅓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고 부상에서 복귀한 송승준이 모처럼 불펜에 등판해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타선 역시 경기 중반 이후 집중력을 발휘하며 0-2로 뒤지던 경기를 역전시켰다.

하지만 이번 승리의 주역은 단연 이성민과 심수창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스터 제로’ 이성민은 팀이 3-2로 앞선 7회 2사 3루에서 송승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인 이성민은 막 부상에서 돌아온 송승준의 부담을 덜었고 실점 위기에서 김원섭을 상대로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8회에도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냈다.

마무리 투수로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라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무사히 경기를 마치면서 롯데는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앞서 이성민, 심수창은 KIA 3연전 첫 경기에서도 나란히 출전해 무실점 경기로 팀의 6-3승리를 지켰다.

특히 이성민이 합류한 뒤 불펜진은 급격히 안정을 찾고 있다. 롯데는 선수가 없어 보직조차 명확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필승라인을 구축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초보 클로저 심수창도 블론세이브를 경험하며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어 4월까지 가장 큰 문제점이던 ‘불펜 난조’의 걱정을 덜게 돼 엘롯기 동맹에서 가장 빠른 탈출신호를 보내고 있다.

노장 선발 김병현
분위기 반전 노려

김기태 감독이 이끌고 있는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을 전전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달라진 모습으로 끈끈한 야구를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신-구 조화를 추구하며 성적,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도전을 하고 있다.

물론 롯데와의 3연전에서 중위권 도약을 노렸지만 롯데에게 발목을 잡혀 22일 현재 다시 8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20승 21패로 5할에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 중위권으로 치고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30승을 먼저 하느냐 30패를 먼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30패를 하기 전에 30승을 거두면 시즌 중반까지 KIA가 힘을 잃지 않고 시즌 중반까지 잘 치뤘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다. 이는 최근 촘촘해진 팀들 간의 승차를 극복하고 치고나갈 수 있는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지난 시즌 고향팀인 KIA로 돌아온 김병현이 선발로 복귀하면서 팀내 전위를 불타오르게 하고 있다. 김병현은 이미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선수였기에 팬들의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21경기에 나와 3승 6패 평균자책점 7.10을 기록하면서 자리를 채웠다. 다만 지난 2월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게 돼 시즌 개막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지난 21일 선발로 나서면서 KIA선발진의 빈자리를 채웠다.

최근 KIA는 양현종과 스틴슨을 제외하면 3개의 빈 선발자리를 두고 ‘베테랑’ 서재응과 임준혁, 홍건희 등 신인급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김병현이 선발출전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IA는 아직 양현종의 뒤를 받쳐줄 2선발의 부재와 2군으로 내려간 외국인 선수 험버 때문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선발자원 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과제로 남아 있어 중위권 도약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 김병현 KIA 타이거즈 선수<뉴시스>
부상악령 LG
믿을 건 마운드뿐

엘롯기 중 9위까지 추락한 LG의 부진은 유독 눈에 띈다. LG는 KIA, 롯데가 부진하던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 오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올 시즌 뜻하지 않은 위기에 봉착하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즌 초반 마무리 봉중근의 난조를 비롯해 극도의 타격 부진 속에 이제는 리드하는 상황을 목격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더욱이 LG는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부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두 명의 주축 내야수가 부상으로 물러났다. 특히 손주인은 7회초 상대투수 조상우의 153km 강속구에 왼쪽 손등을 맞아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손주인을 대신할 내야수와 2번 타자가 마땅치 않아 고심 중이다. 손주인은 5월 들어 타율 0.333 맹타를 휘둘렀고 동시에 무주공산이었던 핫코너까지 책임져왔다는 점에서 LG는 비교적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 같은 LG의 부상악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2014시즌을 마치자마자 토종 원·투 펀치 류제국과 우규민이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외국인 타자 한나한이 스프링 캠프 때 종아리 통증으로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 시즌 개막 후에도 부상은 계속됐다.

이병규가 개막전 당일 목에 담이 오면서 개막 2연전을 소화하지 못했고 지난달 1일에는 박용택이 독감으로 엔트리에서 말소, 이규경, 이진영도 100%가 아닌 다리로 겨우 실전에 나서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옆구리 통증을 느껴오던 정의윤이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한나한이 지난 7일 두산전부터 출장하고 있으나 아직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만 뛰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 이병규는 지난 20일 경기서 외야수비 도중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 재활까지 최대 6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 류제국 LG 트윈스 선수<뉴시스>
결국 LG는 1군 주축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불안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다만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왔고 루카스도 KBO리그에 적응하는 등 마운드가 살아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또 정찬헌, 이동현,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지난해만큼 잘 던지고 있어 실점을 줄이는 것만이 반등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지난 21일 넥센전 승리투스가 된 정찬헌은 “우리 선수들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선수들 모두 전반기까지 5할을 맞춘다면 충분히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타선도 살아났기 때문에 투수들이 잘 지키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엘롯기는 각자의 반등 포인트를 노리고 있지만 올 시즌 중상위권으로의 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가장 좋은 상승세를 보이는 롯데는 4월까지 가장 큰 고민이던 불펜진의 난조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KIA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발진 구성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고 더욱이 외국인 투수 험버의 부진도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분위기 반전 엘롯기
탈출 기폭제

LG는 현재 9위로 신생팀 KT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마운드가 류제국, 우규민이 합류하면서 견고해졌지만 타선의 문제는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의 팀 타율은 0.250으로 KT(0.235) 다음으로 좋지 않고 득점권 타율도 0.217로 극심한 난조를 보이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이 같은 악조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 시즌 삼성과 KT를 제외한 8개 팀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깨지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팀이 강하느냐가 각 팀의 운명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만년 꼴찌였던 한화의 반격에 야구팬들이 요동치는 것처럼 굴욕의 동맹인 엘롯기가 절치부심으로 거듭난다면 엘롯기 동맹은 굴욕의 상징이 아닌 우승을 향한 강팀 군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에 시즌 초반 빚어진 결과에 대해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경기력으로 중무장한다면 올 시즌 KBO의 흥행돌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엘롯기의 반전을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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