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본지는 지난 [지령 1097호]에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 고액 후원자, 대단한 가족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정치인이 가족을 동원한 고액후원 실태를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에 본지는 2014년 300만 원 이상 정치인 고액 기부자 명단을 선관위를 통해 입수해 분석한 결과 유 의원 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 전반에 걸쳐 가족을 통한 고액 후원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정치인 고액후원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고액 ‘차명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2015년 올해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인척, 제3자를 통한 차명 후원이 합법을 가장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고액 가족 후원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 국회의원 ‘일그러진’ 정치후원금
- 법인 ‘안 되고’, 쪼개기 ‘눈치 보여’ 가족후원 늘어나

본지는 중앙선관위를 통해 입수한 2014년 정치인 고액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는 문희상, 신경민, 우윤근 의원과 새누리당소속 의원으로는 나성린, 문대성, 박상은, 원유철, 한선교, 강석호 의원 등의 가족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고액 후원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2014 여야 정치인 고액 기부자 분석
문희상 의원의 경우 문O균, 문희O 등 각각 자영업자와 회사원으로부터 5백만 원 후원을 지난해 받았다. 신경민 의원은 2014년 고액후원자가 단 두 명인데 그중 한 명이 의사 출신 신경O 씨로 40만 원씩 11회, 60만 원 1회로 최대 후원금인 5백만 원을 맞췄다. 우윤근 의원의 경우에는 우순근, 우종근, 우덕근 등 형제로부터 각각 5백만 원씩 총 1500만 원을 후원 받았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의 경우에는 회사원 나O흠씨로부터 5백만 원, 문대성 의원의 경우 문대O로부터 2회에 걸쳐 200만 원과 240만 원을 받아 총 440만 원을 후원 받았다. 또한 한선교 의원의 경우 회사원 한O교씨로부터 2회에 걸쳐 총 110만 원을, 원유철 의원은 원O식, 원O호, 원유O 씨로부터 각각 500, 500, 300만 원을 후원받았다.
또한 강석호 의원은 자신의 동생인 강O호 씨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 당사자 성을 통해 직계가족만 조사한 것으로 유 의원과 같이 부인쪽이나 조카, 사위에 장인까지 나설 경우 고액 후원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원끼리 품앗이 고액 후원도 보였는데 새누리당 문재인 의원의 경우에는 한명숙 의원이 500만 원을 후원했고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의 경우에는 보좌관이 500만 원 후원해 눈길을 모았다. 문 의원의 경우 직계가족이라기보다 친인척으로 의심되는 문O권, 문O식으로부터 각각 500만 원씩 후원을 작년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지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통해 고액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후원한도인 500만 원 이상 기부를 해도 선거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해당사자가 후원을 하고 싶지만 신분 노출을 꺼릴 경우 가족들이 현금을 받아 대신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악의적인 정치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 강압적으로 후원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 후원 500만 원 넘어도 처벌 못해
국회의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을 통해 고액 후원을 받는 것은 기존의 ‘쪼개기 후원’이나 ‘출판기념회’를 통한 후원금 모집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각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 불신과 냉소가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과 갈수록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반인들의 후원금이 급속히 줄어든 점도 한몫하고 있다. 급기야 성완종 불법후원금 사건이 터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불법정치후원금까지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권은 더욱더 가족과 친인척 후원을 선호할 전망이다. 정치후원금은 통상 선관위 계좌를 통해 국회의원에게 전달되는데 성 전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선관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여야 정치인 누구도 ‘성완종’이라는 명의로 고액 후원을 받은 정치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충남 공주 출신의 박수현 의원의 고백처럼 성 전 회장은 다른 사람 명의로 각각 총 500만 원을 후원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검찰은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에게 차명 후원금 제공을 할 경우 불법으로 2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차명 후원금 수수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 조항은 없다. 만약 제공된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다면 받은 사람도 처벌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가 기업후원금을 양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산하 정당·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최대 쟁점인 기업후원금 양성화 허용하자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국회에 진출한 이후 벌어진 ‘제3자 동원’ 또는 ‘후원쪼개기’ 방식의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이번 기회에 후원금을 투명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미 선관위는 법인과 단체가 연간 1억원 이내 범위에서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둔 상태다.
정치권, ‘기업·단체 후원’ 양성화 ‘모색 중’
하지만 시민단체 진영에서는 선관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돈줄을 터주기 위한 법 개정 추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치권이 선관위를 동원해 법 개정에 나서도록 사실상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자금법은 오세훈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정당 후원회 금지, 기업 등 법인의 정치 후원금 기탁 금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한도 연 1억5000만 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선거가 있는 내년에는 3억 원까지 한 국회의원이 모금할 수 있다. 한 사람이 1년에 최대 2000만 원까지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할 수 있고 한 정치인에게는 최대 500만 원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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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