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부촌이란 부자가 많이 사는 동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부촌은 서울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등 단독주택 단지다. 이곳들은 타 지역에 비해 부동산 시세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국가기관이 들어서 있어 치안도 좋다. 그 외 부촌으로는 서울 강남구 일대를 들 수 있다. 대치동 압구정동 청담동 등의 아파트 단지도 부촌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동산 시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법. 2015년 현재 전국 부촌 지도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강남 일대 오래된 아파트 단지 대신 삼성동, 한남동, 반포동의 한강변 새 아파트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일요서울]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전국 부촌 지도를 다시 그려봤다.
전통부촌1번지
성북동 & 평창동 &이태원동
청와대 근처 삼청동을 지나 터널을 빠져나가면 우리나라의 전통부촌1번지 성북동이 나온다. 이곳부터 성북초등학교까지 자리 잡은 고급 단독 주택가에는 예전부터 권력 실세, 대기업 총수 등 성공한 정.재계 인사들이 살고 있다. 1960년대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 양택식 전 서울시장부터 1970년대 이후 구자경 LG명예회장,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등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100여 명의 재계인사가 사는 곳이 바로 성북동이다.
최근 결혼을 발표한 배우 배용준이 이곳에서 신혼집을 차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북동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성북동 330번지에 위치한 배용준의 집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뤄진 건물로 대지면적 764㎡, 약 231평이다. 5년 전 60억 원에 구입한 배용준 집의 현재 시세는 95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성북동의 건재를 확인시켰다. 배용준의 집이 있는 성북동 330번지 일대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정계 거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성북동 내에서도 알아주는 부촌이다.
북한산 밑자락에 위치한 종로구 평창동도 전통 부촌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970년대 개발된 평창동은 기업 총수보다는 정치인, 연예인 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2013년 결혼 발표를 한 가수 서태지의 신혼집도 이곳에 있다. 서태지의 집은 308평의 대저택으로 현 시세는 80억 원으로 알려졌다. 차범근 전 국가 축가대표팀 감독도 평창동 주민이다. 차 전 감독의 집은 약 229㎡이며 현재 시세는 35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이 있는 곳은 성북동도 평창동도 아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이다.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이 156억 원으로 전국 최고가 주택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지면적 2143㎡, 연면적 3423㎡으로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다. 전국 2위 단독주택도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한 곳으로 이태원에 있으며 시세는 123억 원이다.

가장 비싼 아파트
용산구 한남동
한강과 남산의 앞글자를 딴 한남동은 이름에서 보이듯이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풍수지리학 상 명당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한남동은 군사정권 시설 육군본부가 있던 용산을 중심으로 군 출신 엘리트들이 모여 살면서 부촌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남동에서도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빌라 유엔빌리지에는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의 자택이 있어 유명한 곳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엄정화, 원빈, 빅뱅 탑 등이 거주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유엔빌리지의 시세는 3.3㎡당 4000만 원이다.
한남동의 부촌 이미지는 고급빌라에 그치지 않는다.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전용면적 234㎡)은 지난해 65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서울에서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이다. 현재는 3.3㎡당 5000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조망권 따라
반포·삼성동 뜬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삼성동 한강변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현재 반포동 실거래가는 3.3㎡당 3828만 원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지난 3월 3.3㎡당 실거래가 5982만 원을 기록했다. 한강변에 위치한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사업 전망이 가시화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 3.3㎡당 실거래가 3686만 원과 비교하면 평당 2000만 원 가량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완공된 재건축단지 ‘래미안퍼스티지’도 3.3㎡당 5322만 원을 기록했다. 내년 입주 예정인 ‘아르코리버파크’의 실거래가도 ‘래미안퍼스티지’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엑스가 위치한 삼성동의 실거래가는 3.3㎡당 2904만 원이다. 지난해 4월에 비해 떨어진 수치지만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거래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낮지만 아이파크 등 한강변 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부촌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아이파크’의 3월 실거래가는 3.3㎡당 5530만 원이다. 지난해는 실거래가 3.3㎡당 7936만 원을 기록했다. 2008년 완공된 ‘아펠바움’은 지난해 8월 3.3㎡당 7233만 원을 기록했다. ‘삼성동라테라스’도 3.3㎡당 실거래가 5428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새로 지은 한강변 아파트들이 평당 5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부촌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재개발 앞둔 강남
대치·개포·압구정동
고급아파트, 명품 학군을 대표하는 서울 강남구. 강남구는 교통이나 공원 등 입지가 좋고 금융·서비스 등이 발달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강남구에서도 대치동과 개포동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불린다.
강남의 부촌은 이미 9년 전인 2006년 평당 거래가격 4000만 원을 돌파했다. 현재 개포동 실거래가는 3.3㎡당 4194만 원이다. 개포동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곳은 주공1단지로 3.3㎡당 실거래가는 지난 3월 기준 5471만 원을 기록했다. 다른 주공단지 또한 최소 평당 30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됐다. 주공아파트는 개포동 내 다른 아파트보다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재개발을 앞둔 기대심리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원을 가지고 있는 대치동의 실거래가는 3.3㎡당 3082만 원이다. 개포동에 비해 낮은 거래가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높은 실거래가는 ‘개포우성2차아파트’로 지난 3월 평당 5292만 원에 거래됐다. 그 뒤로는 동부센트레빌, 선경2차아파트, 개포우성1차아파트로 각각 평당 5082만 원, 4996만 원, 4728만 원을 기록했다.
압구정동의 3.3㎡당 평균 실거래가는 3755만 원이다. 이 지역의 거래가는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한 곳은 ‘구현대4차아파트’로 평당 5877만 원을 기록했다. 그 뒤를 ‘구현대5차아파트(평당 5619만 원), 압구정현대14차(평당 5550만 원)’, ‘한양1차(4936만 원)’가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의 부촌은 재개발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미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반포에 부촌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떠오르는 지방 부촌
대구수성과 부산해운대
지방 아파트 부촌의 선두주자는 대구광역시 수성구다. 보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가구당 평균가격은 2억6044만 원으로 서울(5억4139만 원)과 경기(2억9696만 원)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다. 특히 대구 수성구는 지방 아파트 최초로 3.3㎡당 매매가 1000만 원을 돌파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범어동 ‘범어에스케이뷰’는 3.3㎡당 실거래가 2395만 원을 돌파했다. ‘범어풀빌체’는 3.3㎡당 2405만 원을 기록했다. 두산동 ‘수성SK리더스뷰’는 3.3㎡당 실거래가 1798만 원이었으며, 황금동 ‘캐슬골드파크’는 3.3㎡당 1669만 원이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는 고층건물 수로 이미 서울 강남구를 뛰어넘은 신흥 부촌이다. 특히 해운대구는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주변의 초고속 빌딩들과 함께 높은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의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3㎡당 1115만 원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준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는 3.3㎡당 실거래가 3194만 원을 기록했다. 해운대의 타워팰리스라고 불리는 ‘해운대경동제이드’는 3.3㎡당 실거래가 2610만 원을 기록했는데 이 아파트는 올해 초 평당 실거래가 3339만 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 지역의 아파트 50% 이상이 평당 실거래가 3000만 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강과 바다를 모두 접할 수 있는 경관을 가지고 있는 해운대구가 쇼핑, 관광, 문화의 중심지가 되면서 부촌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대전광역시의 부촌은 서구 둔산지구에서 최근 유성구 도룡동으로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도룡동 ‘주공타운하우스’의 3.3㎡당 실거래가는 2181만 원이다. ‘스마트시티2단지’는 3.3㎡당 실거래가 2191만 원을 기록하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반면 ‘천안 아래 불당’이라고 불리는 천안시 불당동은 부촌에서 한걸음 떨어진 모양새다. 불당동의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3.3㎡당 1000만 원을 가볍게 넘는다. 평균 매매가도 ㎡당 273만 원이다. 그러나 인근 두정동에 위치한 아파트 또한 불당동과 비슷한 실거래가를 기록한다.
(사진-뉴시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